꼭두, 애니메이션과 만나다
꼭두를 소재로 한 실험적인 애니메이션 체험전시 열려
■ 전시소개
꼭두박물관이 오는 7월 24일 새로운 개념과 미학의 특별기획전시를 선보인다.
박물관 두 번째 기획전시인 <꼭두가 움직여요>展은, 전통 목조각 중 하나인 ‘꼭두’를 테마로 하여 전시예술로서의 애니메이션(animation)을 선보이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꼭두에 대한 다양한 예술적 재해석과 애니메이션 특유의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전승일 독립애니메이션 감독의 설치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조이트로프(zoetrope), 페나키스티스코프(phenakistiscope), 오토마타(automata) 등의 기법을 활용한 ‘움직이는 꼭두’들이 관객들의 지성과 감성을 자극한다. 전시뿐만 아니라 전시와 연계된 교육프로그램도 함께 열리면서 꼭두 애니메이션 설치작품의 문화예술교육으로서의 가능성도 모색한다.
<꼭두가 움직여요>展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시도되는 애니메이션 제작전시다. 조이트로프, 오토마타 등의 개념은 아직까지도 대중들에게 낯설긴 하지만 사실 국내에서 전혀 시도되지 않은 전시소재는 아니다. 오히려 그 생소함 덕에 근래에는 관련전시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다만 기존의 전시들이 조형물을 통한 원리설명이나 외국작품 소개에 중점을 두었다면, <꼭두가 움직여요>展은 한국의 전통 목조각 꼭두와 한국의 현대 예술가 그룹이 만나 어떤 결과를 창출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조이트로프, 오토마타 등이 오로지 이번 전시를 위해서 제작되며, 모든 작품에는 공통적으로 꼭두의 시각이미지가 활용된다.
■ 꼭두와 애니메이션
꼭두와 애니메이션의 결합은 단순히 외형적인 수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꼭두는 겉보기에 나무조각이나 상여장식일 뿐이지만, 깊은 함의를 내포하고 있는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망자의 저승길을 수호하는 꼭두는 그 자체로 인간의 염원이 담긴 대상물이며, 한국인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게다가 꼭두가 가진 다양함과 체계성은 하나의 세계를 구성하고도 남음이 있다. 한국인들은 자신들을 닮은 꼭두를 만들었고, 자신들이 상상해낸 존재까지도 꼭두로 만들어 함께 두었다. 그리고 꼭두가 자신의 저승길을 함께 하는 동반자이자 수호신이라고 생각했다. 나무조각 꼭두에 의미를 부여하고 영원한 생명력을 부여했던 것이다.
어떤 대상에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했던 인간의 시도는 비단 꼭두만이 아니다. 한국에서 꼭두가 만들어지고 있던 전통시기에 서구에서는 정지해 있는 대상을 움직이게 함으로써 또다른 의미의 생명력을 불어넣으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바로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의 본질은 고정된 그림과 정지된 사물을 움직이게 하는 것, 즉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이란 단어 자체가 ‘활력을 띠게 하기’ 혹은 ‘생기를 불어넣기’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전적 정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영상매체로서의 개념보다 우선한다. 애니메이션, 즉 ‘움직이는 이미지’를 만들고자 했던 인간의 노력은 19세기 초반에 이르러 실제로 그림을 움직이는 차원에까지 도달했다. 그 증거물이 바로 조이트로프와 페나키스티스코프이다. 오늘날에는 조이트로프의 원리를 이용하여 그림이 아닌 사물을 움직이려는 시도가 많이 행해지고 있으며 이번 <꼭두가 움직여요>展에서도 그 결과물을 확인할 수가 있다.
조이트로프와 페나키스티스코프가 움직이는 그림이라면, 오토마타는 움직이는 사물이다. 오토마타는 흔히 자동기계인형으로 번역되는데, 내부의 기계장치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움직이는 인형이나 조형물을 가리킨다. 로봇의 원조격인 오토마타가 과학과 상상력이 결합된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잡은 것은 현대에 이르러서지만, 그 역사는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세종 16년(1434년) 장영실이 제작한 자동물시계 자격루가 있다. 자격루는 자동시보장치가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오토마타 물시계로 기계장치와 연결된 12지신상이 낮과 밤의 구별 없이 시간을 알리도록 고안되었다. 현대인들의 눈에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오토마타는 20세기 전까지 역사적으로 당대의 최고기술이 집약된 발명품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계장치에 의해 다양한 모습으로 움직이는 꼭두 오토마타들을 만날 수가 있다. 그리고 관람객들이 타이머 스위치를 이용해 직접 작품을 작동시킬 수도 있다.
전승일 작가는 “대표적으로 체코나 일본이 그러하듯이 특정국가의 퍼펫 애니메이션(puppet animation)은 그 나라의 문화적 정체성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현대적인 미디어를 통해 다시 창조되고 해석된다. 꼭두의 예술적 가능성은 다양한 현대예술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모색되어야 한다.”라고 꼭두 애니메이션 제작의 당위성을 밝혔다. 이어서 “꼭두가 나를 찾아온 것인지, 내가 꼭두를 찾아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꼭두와의 만남이 나의 애니메이션 작업의 전환점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꼭두는 미지의 여행길을 함께 하는 존재이다. 어쩌면 꼭두는 원래부터 ‘움직이는 친구’가 아니었을까? 오랜 세월동안 민초들과 함께 놀며 곁에서 마음을 달래주던 꼭두, 이번 전시에서 그 꼭두가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소감을 덧붙였다.
■ 행사일정
<꼭두가 움직여요>展은 7월 24일부터 11월 30일까지 약 4개월 간 계속된다.
그전에 김옥랑 관장과 꼭두와의 만남을 주제로 한 첫 번째 기획전시 <나의 꼭두인생 30년>展은 7월 18일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수집시기별로 나뉜 꼭두 300여 점을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 관람을 서두르는 것이 좋다. 함께 운영되고 있는 상설전시장 안에서는 전승일 감독이 만든 꼭두 애니메이션까지 덤으로 감상할 수 있다. 물론 이제까지 설명한 ‘애니메이션’과는 구별되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영상매체로서의 애니메이션이다. 꼭두의 다채로운 이미지와 실험적인 영상, 음악이 어우러진 작품이니 한번 감상해보는 것도 좋다.
<꼭두가 움직여요>展 개막일인 24일에는 박물관 내에서 개막행사가 있을 예정이며 전승일의 꼭두 애니메이션 워크숍이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기획전시를 연출한 작가가 직접 애니메이션 제작기법을 설명하고 실연까지 한다. 꼭두와 애니메이션에 관한 강연을 듣고 싶다면 꼭두박물관(02-766-3315)으로 전화신청하면 된다. 참가비는 무료다.
다음날인 25일에는 꼭두 애니메이션과 연계된 특별 체험교실이 역시 무료로 진행된다. 워크숍이 아동은 물론 성인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반면, 체험교실은 아동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날 선보일 <꼭두와 함께 춤을>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은 나만의 꼭두 오토마타를 만들어보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8월 3일부터는 정규 교육프로그램으로 추가 편성될 예정이다. 체험교실에 관한 예약문의는 꼭두박물관 교육실(02-766-3348)로 하면 된다.
■ 작가소개
• 전승일(독립애니메이션 감독).
1965년 출생. 서울대학교 서양학과 및 동국대학교 대학원 연극영화과 졸업.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교수 및 조선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부 초빙교수 역임.
현재 스튜디오 미메시스 대표감독으로 독립애니메이션과 실험비디오 창작 및 공공문화예술 기획을 하고 있다.
• 꼭두(kokdu): 사람이나 동물의 형상을 한 전통목조각. 상여를 장식하던 꼭두가 대다수.
• 애니메이션(animation): 영화가 탄생하기 이전과 이후로 범위가 나뉜다. 현재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영상매체로서의 애니메이션은 영화탄생 이후의 것이고, 본문에서 언급한 조이트로프, 페나키스티스코프는 영화탄생 이전의 것이다. 이것들은 촬영과정 없이 이미지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
• 조이트로프(zoetrope): 1834년 윌리엄 호너 제작. 페나키스티스코프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으며, 일련의 연속그림을 원통형의 안쪽에 넣어 회전시켜 그림의 시각적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장치이다.
• 페나키스티스코프(phenakistiscope): 1829년 조세프 플라토 개발. 일련의 그림이 돌아가는 원반 형태이며 시각의 잔상효과에 의한 그림의 초보적인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
• 오토마타(automata): 내부 기계장치에 의해 움직이는 자동기계인형 혹은 조형물.
• 출처 및 제공 1) 꼭두박물관 www.kokdumuseum.co.kr
2) 스튜디오 미메시스 www.mimesis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