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고위직 공무원은 높은 신뢰성과 도덕성이 요구돼”

대한주택공사에서 28년간 재직하며 관리1급까지 올랐던 P씨는 지난 2008년 7월 자회사인 주택관리공단의 이사로 선임됐다.
그런데 경기지방경찰청은 같은 해 9월 P씨가 공사 재직시절 K씨에게 공사가 발주하는 개발정보 등을 알려주는 대가로 모두 5회에 걸쳐 392만 원의 골프비를 내게 하는 등 향응을 접대 받은 수사결과를 공단에 통보했다.
이에 공단은 지난해 1월 “P씨가 K씨로부터 골프접대를 받는 등의 행위로 공직자로서의 품위를 손상해 신뢰를 상실했다”는 이유로 해임했다.
그러자 P씨는 “피고 회사의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발생한 것이 아닐 뿐 아니라, K씨와는 고향 선후배 사이로 당시 직무와 무관하게 개인적인 친분관계로 함께 골프를 친 것에 불과해 직무관련성이 없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해임했다”고 주장했다.
P씨는 그러면서 “만약 해임되지 않았더라면 이사 재임기간(3년) 동안 받을 수 있는 보수 등 2억3340만 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제42민사부(재판장 한규현 부장판사)는 최근 ‘부당한 해임으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P씨가 주택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지난 15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원고의 비위사실이 비록 피고 회사의 이사로 취임하기 전인 공사 재직시에 발생한 것이고, 피고 회사와의 청렴계약서상 직무관련자로부터 금품 및 향응수수 금지 등 이사의 청렴의무의 준수기간을 계약체결일로부터 이사의 임기종료일까지로 약정했더라도, 이는 재직기간 중 청렴의무를 위반했을 경우 성과연봉 환수 등 제재를 위한 최소한을 규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당시 공사의 관리1급 고위직으로 공사의 업무의 특성상 임직원이 뇌물죄와 관련해서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됐던 점, 비위사실이 신문에 보도돼 공사의 품위를 손상시킨 점, 원고는 피고 회사의 중역의 위치에 있어 다른 직원보다는 높은 신뢰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점 등에 비춰 보면 해임에 정당한 이유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취재/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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