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의 절반 뚝 잘린 학교서 수업 받는 아이들
건물의 절반 뚝 잘린 학교서 수업 받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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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엔 미끄럼틀 대신 철근과 공사 기자재 쌓여

지난 13일 기자는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를 찾았다. 학교 수업이 끝났을 무렵 찾아간 OO초등학교 교정은 학교인지, 공사장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학교 정문은 온데 간데 없고 운동장이라고 하는 곳은 철제 팬스가 둘러쳐져 있는 상황이었다. ‘과연 이런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뛰어놀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들이 수업하고 있는 건물은 아찔할 정도로 절반이 날아간 채 위태롭게 서 있었다.
OO초등학교는 지난 12일 한 방송사에 공개됐던 노출된 절단면을 의식한 듯 절단면에 검은색 그물 가림막을 이용해 가려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건물 가까이 다가가자 절단면에는 쇠파이프가 고스라니 노출되어 있고 나무조각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또한 절단면 바로 아래에는 건물 신축을 위해 파놓은 구덩이가 곳곳에 파여 있어 장마 시기인 요즘 ‘큰비라도 내리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학교 측은 이 건물에서 4학년 2개 학급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가 공사현장으로 변한 것은 지난 3월부터다. 2008년 초부터 임대형민자사업(BTL)으로 진행된 공사가 시공사가 부도나면서 중단된 것이다. 이후 공사가 중단되면서 공사현장은 철근과 공사장비가 나뒹구는 채로 몇 개월 동안 방치됐다.
이 때문에 운동장은 체육시설은 오간데 없고 흙먼지가 휘날리는 공사현장을 방불케 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체육수업이나 제대로 받고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이날 학교를 찾아갔을 때 마침 공사현장 관계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기초공사를 했던 시공사가 부도가 났다. 나도 어제부터 일을 다시 시작했는데 방송에서처럼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다. 공사할 때는 팬스 문을 닫고 하기 때문에 별 문제없다”며 “솔직히 요즘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학교란 학교는 죄다 공사 중이다”고 말했다.
학교 바로 앞에서 문방구를 운영하고 계시는 아줌마는 “처음 공사할 때 엄청 시끄러웠다. 그러다가 갑자기 공사가 중단되면서 몇 달간 손을 놓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안다. 나도 처음에는 당황했는데 부모들은 더 혼라스러워 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또 그녀는 “처음에 공사를 하기 전에 새로운 건물로 학급을 다 옮기고 나서 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든다. 내가 보기에도 공사가 여러 번 중단되는 듯하다”고 했다.
문방구 아줌마에 따르면 학생들은 팬스가 둘러쳐지고 남은 짜투리 공간을 이용해 공놀이를 한다고 한다. 한창 뛰어놀 나이에 협소한 공간에서 공놀이 하는 학생들이 위험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셈이다.
OO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한 여학생은 “운동장이 없어서 답답해요”라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대형 참사 우려

학교와 서울북부교육청은 충분히 학생들을 공사현장과 분리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눈으로 직접 접한 공사현장은 어른들이 보기에도 위험천만해 보였다.
또 개구쟁이 학생들이 팬스로 둘러쳐진 공사현장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안전문제가 우려됐다.
이 학교 한 학부모는 서울시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공사 때문에 아이들 안전이 위협받는데도 뒷짐만 지고 있는 당국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4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한 교사는 대형 참사가 발생해야 공사 중단 문제에 관심을 두겠냐며 지연되고 있는 공사로 인해 발생될 안전 문제에 우려감을 나타냈다.
애당초 수익성사업이 아닌 학교 건축에 BTL 방식을 도입하다 보니 부실한 업체들이 많이 들어왔고 공사도 여러 번 중단 된 것 같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북부교육청은 30년 이상 지난 5개 학교를 선정해 2008년 초부터 증·개축 공사를 벌여왔다.
북부교육청에서 하고 있는 이번 사업은 민간업자가 시설을 짓고 정부로부터 임대료를 받아 투자비를 회수하고 소유권을 이전하는 민자투자방식(BTL)이다.
그러나 OO초등학교를 포함한 3개 학교가 시공사의 부도로 완공시점이 늦어지는 등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북부교육청관계자는 “수익성이 없는 학교 사업이 아니다. 공사가 완료되면 우리가 소유를 이전해 20년 동안 상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부실한 업체가 들어왔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새로운 건물을 지은 다음 공사가 이루어지면 좋지만 아시다시피 증?개축 공사는 현재 상태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이들이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해야 되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우리도 만약 공사가 계속 지연될 경우를 대비해 소송이나 피해학생 보상에 대한 부분도 토의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부도난 시공사 지분을 다른 업체가 인수해 지난 12일부터 공사를 재게 했다”고 밝혔다.

취재/조은위 기자

akali8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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