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인터뷰 KBS 교향악단 상임지휘자 ‘함신익’
특별한 인터뷰 KBS 교향악단 상임지휘자 ‘함신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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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봉의 마술사 ‘마에스트라 함’ 관행 깨고 새로운 실험에 도전

“함신익은 지휘자로서의 예술성과 기업가 기질을 겸비한 보기드문 음악인이다”
- 이스트만 프리만 총장 -
지난 7월15일 미국 예일대 교수 함신익(53)씨가 KBS 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취임했다.
함 교수는 건국대를 졸업하고 미국 라이스 대학과 이스트먼 음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았으며 현재 예일대 지휘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한 예일대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다.
<시사신문>은 지난 7월18일 함 교수를 만나 KBS 교향악단 지휘자로 취임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 강마에의 모델이 되기도 했던 함 교수는 지휘봉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지휘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 대학과 군대를 마친 사람으로는 최초로 예일대 풀타임 교수(부교수)가 된 그는 지휘전공 개념이 희박했던 국내 대학시절부터 지휘자가 되는 길을 '창조'해 나갔다.
그의 본격적인 지휘공부는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됐다.

관행 깨고 새로운 실험에 도전

함 교수는 “2007년 10 멕시코 국립 오케스트라 객원 지휘 시 첫날 하이든 교향곡 49번을 연습하는데 춤곡 형태인 제 3악장 <미슈에트와 트리오>에서 발라한 춤곡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며 “왜 멕시코 사람들이 춤을 좋아 하는데 이런 분위기가 나오는 걸까라고 의문을 가졌다”고 했다
이어 함 교수는 “단원들이 오케스트라에서 오랫동안 연습과 연주방식이 관행으로 굳어버린 것이 이유라는 걸 알았다”며 “새로운 영감을 불어 넣기 위해 고민하던 중 일어서서 연주할 수 없는 첼로를 제외하고는 모두 일어서서 연주를 해달라고 부탁하고 여성 단원 첼로 연주자와 왈츠를 췄다”고 새롭게 발상을 전환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때부터 단원들이 하나 둘 웃음을 띠며 연주를 하는데 지금껏 듣지 못했던 신선한 사운드가 나왔다고 당시에 느꼈던 환희와 감동의 순간을 전했다.
프로지휘자의 일자리는 예외 없이 경력을 요구하지만 학교에서 오케스트라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함 교수는 어떻게 지휘 경험을 쌓을 수 있었을까.
함 교수는 “이스트만의 경우 다른 학교에 비해 지휘대에서 실습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고 알려졌음에도 일주일에 고작 20분밖에 되지 않았다”며 “그래서 그때 ‘더 깁스 오케스트라’라는 오케스트라를 직접 내가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 오케스트라에서 함 교수는 학교에서 다루지 못하는 다양한 레퍼토리, 정말 학생들이 도전하고 싶어 하는 레퍼토리를 골라서 연주 했다고 한다.
이어 함 교수는 “그 지역 유명 오케스트라인 로체스터 필 하모닉에서 기대할 수 없는 참신한 레퍼토리를 들려주자 청중들은 자연히 많이 모여들게 됐다”고 회상했다.
함 교수가 ‘더 깁스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활동하고자 했던 이유는 우선 모든 단원들에게 고정된 포지션을 보장하고 단원들의 사기와 열성을 높이기 위해서 였다고.
또한 곡 협주곡을 레퍼토리에 포함시켜 그 곡의 독주자를 단원에서 뽑게 했다.
이밖에도 함 교수는 모든 단원들에게 돈 한 푼 주지 않고 음식을 해 먹여 가며 번듯한 70명 규모의 오케스트라로 키운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 지역신문에서 만찬을 위한 연주로 명명되기도 했다.

단원들 반발 어려움
낮은 자세로 임할 것

함 교수는 지난 3월 KBS 상임지휘자로 추천된 후 단원들의 반발로 취임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그 간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함 교수는 “혹독한 검증으로 받아들인다. 아무리 새며느리, 새사위가 못마땅해도 결혼식 당일에는 진심으로 축하해주듯 반발했던 분들도 진심으로 축하해 주리라 믿는다. 그들에게 몸을 낮추고 섬기는 자세로 다가가겠다”고 취임에 임하는 자세를 밝혔다.
KBS의 오랜 상임지휘자 공백과 변화를 거부하는 일부 단원들의 반발, 법인화 추진 등 산적한 과제들을 어떻게 헤져 나갈 것이냐는 질문에 함 교수는 “KBS교향악단을 현상 유지하기위해 나를 임명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현상유지가 아닌 변화를 원했기 때문이다고 본다. 즉 청중과의 소통, 다양한 레퍼토리, 행정인력 강화 등 KBS교향악단의 장기적인 과제를 풀어 나가고자한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함 교수의 상임지휘자 내정으로 KBS 관현악단은 2004년 전임 드미트리 키타옌코(Dmitry Kitaenko) 이후 공석이었던 마에스트로 자리에 새 주인을 맞게 됐다.
객원지휘자로도 활동했던 함 교수는 “단원들이 장점이 많다. 관록이나 경험을 갖춘 뛰어난 단원들이 많고 서로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는 풍토가 안착되어 있다”고 단원들의 수준을 높이 평가했다.
함 교수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함 교수의 이번 상임지휘 발탁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악단의 연주곡이 신선하지 않다는 것.
이 같은 지적에 아랑 곳 않고 함 교수는 지금 세계적인 교향악단의 흐름에 발맞춰 자신의 음악세계를 접목 시키겠다는 강한 신념을 피력했다.
“취임 연주회부터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 등을 연주하며 현대음악을 대폭 강화하고 싶다. 교향악단의 레퍼토리에도 익숙함과 새로움이 공존해야 하며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된다. 선진국 교향악단의 흐름을 살피며 적극적이며 진취적으로 발맞출 필요가 있다.”
취임 후 계획에 대해 묻자 함 교수는 “정기 연주회라는 이름부터 일단 없애고 잘 알려진 걸작을 연주하는 '마스터 피스 시리즈', 새로운 작품에 다가서는 '디스커버리 시리즈', 실내음악을 통해 앙상블의 밀도를 높이는 '체임버 시리즈'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청중과의 교감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음악과 흥행을 다 잡을 수 있는 지휘자로 평가 받는 함신익. 그는 과연 수장을 잃고 침체에 빠져 있는 KBS교향악단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을 수 있을까. 국내외 오케스트라인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취재/USA 지사장 서영원, 조은위 기자

youngwse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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