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초기 대응 제대로 했다면 60명이 죽어나가는 일 없었을 것”
“삼성, 초기 대응 제대로 했다면 60명이 죽어나가는 일 없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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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정옥 “기만적이지만 삼성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반도체 공장이 발암물질서 100% 안전하다고는 장담 못해”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던 직원들 중 20여명에게 백혈병이나 림프종이 발병했다고 삼성전자 측이 지난 7월15일 자체적으로 집계해서 밝힐 만큼 반도체 공장 발암물질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국내외 산업보건 전문 연구진 20여명으로 조사단을 구성해 이 달 중순부터 1년 여 간 반도체 생산라인 근무환경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자체조사는 미국 워싱턴에 본사를 둔 안전보건 컨설팅회사 인바이론이 주도했다. 1982년 설립된 이 회사는 화학물질 유해성 평가나 환경 유해성 관리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고 삼성전자 측은 설명했다. 이외에 미국 하버드대와 미시간대, 존스홉킨스대 보건대학원 등에 소속된 전문 연구진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진도 조사에 동참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반도체 공정에서의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위험했던 것일까? 실제로 삼성은 2007년 고 황유미 씨의 백혈병 사망이 문제가 된 이후 지금까지 백혈병 피해 의심 노동자들의 제보가 이어 져도 ‘직업병이 아닌 개인 질병’을 주장하며 공식적인 책임을 외면해왔다.
그 동안 암 발병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다가 최근에 회사 내에 ‘건강연구소’를 설립했다. 그러나 그 이유는 외국 투자자들의 압력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시사신문>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하 반올림) 활동가 공유정옥 씨를 만나 삼성반도체 발암물질 논란의 배경과 백혈병 환자들의 실태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 반올림이라는 단체가 설립되게 된 배경에 대해 알고 싶다.
▲ 반올림을 만들게 된 계기는 황유미 씨 때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백혈병에 걸려서 돌아가신 분이 계시는데 회사가 처음엔 개인질환이라고 하면서 유미 씨 밖에 백혈병 환자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회사에서 치료비를 주겠다고 했는데 환자가 유미 씨 외에도 더 있다는 사실을 (유미 씨의) 아버지가 알게 됐다. 유미 씨는 고 3때 입사해서 2년 정도 일하다가 2006년에 백혈병 걸려서 2007년 3월6일 22살 때 죽었다. 아버지는 유미 씨 주변 동료들로부터 백혈병 환자가 있는 걸 알게 됐다. 문제는 유미 씨의 아버지가 (유미 씨가 병에 걸린 이유에 대해) 회사에 재차 질문할 때마다 답변이 바뀌니깐 ‘회사가 나를 속이고 있구나’ 판단했다고 한다. 이 진실을 밝힐 사람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백방으로 찾다가 속초 지역 언론사 정당, 방송국 다 전화를 했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다가 민주노총 경기도 본부에 있는 이종란 노무사를 만나면서 그 반올림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리고 이 문제가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문제인 것으로 동의를 했고 20개의 단체 사람들이 모여서 대책위원회를 만들게 됐다. 유미 씨는 산재 신청을 2007년 6월달에 했다.

-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 중에서 백혈병이나 암에 걸린 사망자는 어느 정도 인가.
▲ 저희가 따로 백혈병만을 집계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말초신경 장애라던가 암이나 직업병이 의심되는 병을 합쳐서 제보를 받고 있다. 기흥공장은 지금까지 세어 본 숫자만 25명이고 온양공장이 15명이다. 반도체 공장 두 군데서 모두 40명의 환자가 발생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그 중에 20명 정도가 돌아가셨다. 정확한 사망자를 파악 못하는 게 내 동료가 죽었는지, 안 죽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LCD공장에서 5~7명도 있고 삼성전기 삼성SDI 등 전자공장에서 총 60명 정도 병에 걸렸다.

- 노동계와 의교계 등에서는 반도체 생산공정이나 공정에 사용되는 물질에 발암성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 그렇다. 어떤 발암물질이 있다고 꼭 꼬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젊은 나이에 걸리는 암이라는 것이 드문 건데 집단적으로 암이 발생했다는 게 (발암물질에 의해 암이 발생했다는) 추정근거가 되고 외국에서도 전자공장에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과) 비슷한 사례가 있다. 사실 국내에서도 전자산업 분야에서 화학물질로 인한 직업병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 그럼 의혹을 갖고 있다는 건가.
▲ 그렇다. 얼마큼 (발암물질을 발생시키는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모를 뿐이다.

- 현재 삼성전자에서는 백혈병 산업재해 신청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 한마디로 얘기하면 (산재를) 막고 있다. 풀어서 얘기한다면 유형이 나뉜다. 첫 번째 유형은 초기 피해자들 같은 경우 산재가 안 된다고 얘기한다. 황유미 씨 사례가 그렇다. 유미 씨 아버지도 그렇게 알고 계셨다. 저희를 만나서야 산재는 회사가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산재의 대상이 되는) 장본인들이 직접 (산재를) 신청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예 (삼성에서 산재와 관련된) 얘기를 안 알려 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노동자가 가족들은 회사가 (산재가)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줄 알고 있다. 그렇게 해서 방해를 하거나 지연이 되는 경우가 있고 최근에 나타난 유형은 산재신청을 해봤자 인정받을 가능성이 낮다고 회유해 포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즉 회사가 그만큼의 돈의 줄테니깐 포기하라는 것이다. 반올림을 통해서 산재소송을 하면 한 푼도 줄 수 없다며 돈으로 소송 포기를 종용한다. 세 번째는 이미 산재를 신청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중도포기 할 것을 종용한다. 박지연, 김홍길 씨 같은 경우는 이미 행정소송에 제기해 놓고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직접적으로 삼성반도체 백혈병이 행정소송을 통해서 인정을 받았다고 하면 회사나 정부에서는 항소를 할 것이라고 예상을 하는데 그나마 그 사실이 알려지는 게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주요 행정소송 피해자들을 일대일로 찾아가서 산재포기를 하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

- 그럼 삼성 측에서 산재포기를 종용할 때 돈도 제시를 하는가.
▲ 돈도 제시한다. 박지연 씨는 돈을 받았고 다른 집들 같은 경우 얼마를 주겠다고 제시했다고 들었다.

- 백혈병 산재 논란을 빚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발암성 물질 6종과 자극성 위험 물질 40여종이 사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이 직접 제작한 업무보조용 ‘환경수첩’을 통해서 말이다.
▲ 나는 사본으로 봤다. 환경수첩을 가지고 있던 제보자가 그것을 여러 전문가에게 발암물질로 의심되는 것이 어떤 건지 정리해달라고 해서 정리된 내용이 언론을 통해서 보도된 것이다.


- 반올림에서는 집단 발명이라고 주장하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라인의 작업환경이 안전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일단은 삼성전자가 주장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주장이다. 피해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산업의학자의 입장에서도 덮어놓고 괜찮다고 얘기하기 시작하면 문제를 찾아낼 수 없다. 대부분의 발암물질들은 이건 발암물질이다라고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석면 같은 경우도 불과 20년 전 만 해도 공사현장에서 인부들이 석면포를 덮고 낮잠을 잤다고 할 정도다. 피해 사실이 알려져야만 드러나는 정도다. 회사가 할 수 있는 가장 조심스러운 이야기는 여태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발암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런 문제가 있는 걸 보니 혹시 우리가 놓친 것은 없는지 점검해보겠다고 나와야 한다. 그런 식의 태도를 조금 보인 게 바로 3년 만에 재조사를 시작한 것이다. 1년 동안 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 작업장을 뒤져도 소용없다. 저희가 계속 주장하는 것은 적어도 문제점의 개선을 위해 노력을 해달라는 것이다. 삼성의 경우 그전부터 조금씩이라도 작업장 내 환경 개선 위해서 노력을 해온 측면은 있다. 그 예로 유기화학물을 다루는 부분에 있었어 모니터 시스템을 2007년도에 도입했다. 우리가 그 전부터 얘기해온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사전에 미리 유해물질 노출 부분에 대해 관리하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경우 지금 평가할 수 있는 자료 같은 게 없다는 게 문제다.

- 삼성전자가 백혈병 환자 가족들을 지속적으로 회유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좋은 마음으로 와서 위로금도 주고 치료비를 주면 좋은 것인데 회사가 어떤 조건을 걸지 않았다면 편하게 우리를 만났을 것이다. 그런데 병원 밖에서 만나자. 가능하면 연락을 안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언론이나 시민사회단체 사람들을 만나지 말라고 했을 것 같다.

- 삼성이 반올림의 집회를 막으려고 집시법을 악용해 집회를 못하게 막아왔다. 그러다가 법원에서 집행정지 판결을 내렸다. 그만큼 반올림의 활동에 대한 삼성의 압박이 컸던 것으로 보이는데.
▲ 오늘(22일)도 서초경찰서에 가면 남성 2명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삼성이) 매일 한명씩 경찰서에 들어가서 집회신고를 접수한다. 그렇게 365일 매일 같이 집회신고를 하다 보니 (반올림이) 집회신고 하는 것 자체를 사전에 차단했다. 이 같은 사정은 공장도 마찬가지다. 삼성의 방해가 극심하다보니 우리가 집회신고를 하려면 게릴라 전법밖에는 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밤에 가서 기다리다가 대기표를 가서 내야 한다. 집회 신고서를 내고 나서 보니깐 그날 회사에서도 행사를 하는데 그 코스에 우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경찰이 불허한 것이다. 그래서 불허한 경찰서에 대해서 불허처분을 집행정지 해달라고 한 것이다. 우리가 경찰을 이긴 것이다. 그 배경에는 삼성이 우리 집회를 원천봉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집회를 안한다. 대신 우리가 (삼성의) 허위신고를 처벌하달라고 했는데 그것은 처벌안하더라.

- 반올림을 조직하기 전이나 후에 삼성전자의 방해공작은 없었는가.
▲ 예컨데 황유미 씨 아버지의 경우 대표적이다. 회사(삼성전자) 사람들이 유미 씨의 아버지 를 낮, 밤 가리지 않고 찾아가서 돈을 주겠다고 하고 절대로 못이길 것이라고 협박도 했다고 들었다. 그러니깐 구심이 되는 사람을 포기시키려고 한 것이다. 그리고 반올림 활동가들 중 핵심적인 몇 명에 대해 (삼성이) 미행을 하거나 도청을 하는 것 같다. 물증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이종란 노무사가 대표적이다. 그 일 때문에 우리가 굉장히 놀랬다. 그래서 그 사실 자체를 제보자들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킬까봐서 얘기를 안했다.

- 반올림에서 활동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는가.
▲ 반올림 전체적으로 그럴 것인데 제일 어려워하는 것은 피해자들과 함께 (삼성을 상대로) 싸우는 부분이다. 내가 힘든 것은 상관없는데 싸우다가 환자들이 소기의 성과를 확인하지 못하고 사망할 때가 가장 안타깝고 괴롭다. 한혜경 씨라고 삼성 LCD에서 일하다가 뇌종양 판정을 받았던 분이 있는데 집도 가난하고 수입이 없는 집이기도 한데... 그런 분들이 함께 하려고 멀리서 차타고 오는 것을 볼 때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 분들 말고도 생존해서 투병중인 분들을 근거리에서 보는 것이 고통스럽다. 돌아가신 분들의 유족들이 자꾸 아픈 기억을 꺼내야 하기 때문에 괴로울 것이다. 노동조합과 함께 한다는 것과는 또 다른 것이다.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다.

- 반올림을 설립하고 나서 문제점을 계속 제기해 왔는데 삼성의 변화는 있었는가.
▲ 있었다. 첫 번째 변화는 완전 침묵이었다. 무시했던 것이다. 그런데 올해서부터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문제를 터뜨려서 언론사에서 삼성에 질문을 하면 삼성은 그렇지 않다라고 얘기를 하고 말았는데 올해 같은 경우 박주연 씨가 사망하고 나서 4월15일 삼성이 먼저 언론에 공개를 했다. (삼성이) 기만적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적어도 삼성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예전에 침묵하거나 (가족들을) 무시하는 일이 그나마 완화 됐다는 것이 조금은 위안이다. 두 번째는 좋지 않은 변화이긴 한 데 작년부터 몇몇 피해자 가족들에게 치료비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박주연 씨가 그런 사례다. 결론적으로 주연 씨 어머니가 회사에 미안한 마음을 가져서 부작용이 있었긴 하지만 황유미 씨처럼 가족들에게 와서 치료비 다 되어줄테니깐 퇴사해라 해놓고 나중에 일부만 주고 떨어져라는 일은 없다. 그리고 큰 변화는 정보원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삼성내부에서도 작업환경이 많이 개선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유는 설명하지 않는데 여러 가지 작업안전수칙을 아침조회시간에 신신당부를 한다고 한다. 하이닉스의 경우도 공정이 개선되고 있다고 한다.

- 지금도 삼성반도체 내에 발암물질이 존재할까.
▲ 없기를 바란다. 얼마 전에 한 시사주간지에서 보도된 기사를 봤는지 모르겠지만 (반도체 공장) 현장에 유기화학물질 실시간모니터링 시스템이 있는데 그거와 관련된 제보가 기사화 됐다. 아직 100%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널리 알려진 발암물질을 사용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 지금은 노골적으로 알려진 발암물질을 쓰겠는가.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 왜 굳이 삼성에서 백혈병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것일까.
▲ 공장이 크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 생각에는 다른 업체에도 있을 것이다. 반도체 공정이라는 게 크게 다를 수는 없다. 그런데 그것을 더 빨리 만들어내고 그러기 위해서 ‘인터락’이라는 안전장치를 하루에 70~80개 해제하고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더 노출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 반올림의 향우일정은.
▲ 단기적으로는 지금 계속 해왔던 패턴대로 피해자들을 모으고 정식으로 산재신청을 해서 산재보상을 받기 위한 싸움을 할 것이다. 또 하나는 피해자들만 찾는 게 아니라 흔한 질병들까지 가시적으로 구체적으로 찾아야 될 것 같다. 세 번째는 삼성과 반도체만이 아니라 전자산업 전반으로 넓혀 나갈 것이다. 아시아 쪽에서도 같은 직업병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분들과 연대해서 왜 첨단디지털시대에 이런 식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게 맞느냐라는 질문을 사회적으로 던지고 싶다. 가능하면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의 경우 작업장 문화가 민주적이고 안전하게 되도록 하고, 내부적으로는 (근로자들이) 노동권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단체를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앞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 빨리 산재인정을 받았으면 좋겠다. 이 분들이 치료비 걱정을 하지 않고 생계걱정을 하지 않고 원래 하려던 이야기들, 삼성이 더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얘기를 충실히 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정부가 빨리 산재인정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 첫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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