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봉근 교수의 한방 클리닉 ‘물! 물! 물!’

또 지도력이나 결단력이 적은 것으로 평가된 역대 대통령 중의 하나의 이름 앞에는 물을 붙여 부른 적도 있었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듯하다고 영 싱겁거나 효과나 변화가 별로 없는 경우에 말하기도 한다.
70년 대 중동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유행한 이야기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콜라보다 물 값이 비싸다는 것이었다. 물은 언제 어디서나 공짜로 무한정 얻을 수 있었던 시절 콜라는 일부 부유층의 호사스러운 음료수로 인식되던 시절이었다. 콜라보다 물 값이 비싸다는 말을 듣고 사우디의 사람들이 측은하게 보인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젠 우리나라도 콜라 값보다 물 값이 비싸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아직은 물보다 피가 진하다거나 물불 가리지 않는다고 하거나 어린애 앞에서 찬물도 마시지 못한다고 물을 우습게 아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요즘 날씨를 보라. 비가 오지 않아 물 기근으로 온 나라가 난리이다. 강원도에서는 제한 급수를 하고 물 배급도 하고 심지어는 세숫물도 아껴 쓰는 정도라 한다. 그러고 보면 거저 얻는 것 같은 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은 3주 동안 음식을 먹지 않으면 사망한다고 한다. 그런데 물은 3일 동안만 마시지 않아도 사람은 죽게 된다고 한다. 이렇다면 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알 수 있으리라.
지구상의 약 70%도 물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도 약 70% 정도가 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물이 70% 이하가 되면 여러 가지 신체 이상이 나타나게 되고 심지어는 사망할 수도 있다. 즉 우리 몸의 물 중 1-2%만 빠져 나가도 심한 갈증과 고통을 느끼게 되고, 5% 정도가 빠지게 되면 혼수상태에 이르며, 12%가 부족하게 되면 생명을 잃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물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물을 화학적으로 분석하면 산소와 수소의 화합물이겠지만 한의학에서는 정과 기를 가지고 있는 생명수로 생각한다.
동의보감에서도 물은 일상적으로 쓰는 것이라고 해서 사람은 쉽게 가볍게 여기지만 사람이 살찐 사람도 있고 마른 사람도 있고 오래 사는 사람도 있고 단명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차이는 흔히 물과 땅이 다르기 때문이다 라고 설명하면서 사람 생명 유지에 있어서 물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물의 효능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무궁하다. 몇 가지 중요한 물의 효능은 다음과 같다. 우선 물은 혈액 순환을 촉진시키고 만약 혈액 속에 들어있는 나쁜 성분을 희석하여 제거하는 기능을 가진다. 임파액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면 변비를 예방하는 효능도 가지고 있다.
산염기를 평형시켜 우리 몸이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체내 독소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다. 체온 조절하는데도 물은 중요하다. 세포의 신진대사를 도우며 내장기관을 깨끗하게 세척하는 효능도 가지고 있다.
혈액이 끈끈해져 발생하게 되는 뇌졸중도 예방할 수 있고, 술로부터 간을 보호할 수 있는 것도 바로 물이다. 감기를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하여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은 잘 알려진 건강법이기도 하다. 소화성 궤양도 물만 잘 마시게 되면 예방할 수 있다.
서양에서는 천식이나 알레르기도 물을 마시는 요법으로 치료하기도 하였다. 운동 후에 피로회복을 위하여는 무엇보다도 충분한 양의 물을 마시는 것이 필요하다. 이 밖에도 물의 효능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건강법 중의 하나는 공통적으로 물을 잘 마시는 데 있다. 이를 종합하면 깨끗하고 순수한 찬물을 끓이지 않고 하루에 10잔 이상 마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일찍이 물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알아서 무려 물을 32가지로 구분하였다. 이중 가장 좋은 물은 정화수라고 한다. 정화수란 새벽에 처음 길은 우물물을 말한다. 밤 중 내내 내린 정기가 흐트러지지 않고 가득 들어있는 물이다. 이 물 맛은 눈이 녹은 물처럼 달며 독이 없어 약을 달이는데 사용한다. 당연히 몸에도 가장 이로운 물이다.
또 감란수라 하여 폭포수처럼 몹시 휘저어서 거품이 생긴 물로 물을 한 말 정도 큰 동이에 부은 다음 바가지로 퍼 올렸다가 쏟기를 여러 번 반복하여 거품이 충분히 생기도록 만든 물이다. 이는 맛이 달고 성질이 따뜻하기 때문에 오랜 감기로 몸이 차가워져 있거나 곽란 등의 증상이 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좋은 물이라 하였다.
또 산골 깊은 곳에 고인 빗물인 요수는 식욕을 높이고 기운을 보하는 효능이 있다 하였고, 옥이 있는 곳에서 흐르는 샘물인 옥정수는 오랫동안 장복하게 되면 몸이 윤택해지고 머리털이 희어지지 않는 좋은 물이라 하였다. 또한 음력 정월에 처음으로 내린 빗물인 춘우수에 약을 달여 마시면 양기가 충만해진다 하였다.
또 좁쌀로 쑨 죽에 고이는 윗물인 장수는 더위를 막고 설사와 갈증을 해소시키는 좋은 효능을 가지고 있다 하여 이들을 좋은 물이라 일컫는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산 좋고 물 맑은 금수강산이라 칭하였다. 어딜 가든 맑은 물을 마실 수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축복받은 나라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가 장수하는 이유도 물이 맑은 곳에서 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 생태계가 오염되면서 물의 오염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 모두 노력하여 깨끗한 물을 자자손손 마실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요사이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에 포함되고 앞으로는 영토 전쟁이 아니라 물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인류학자의 말을 빌면 앞으로 물을 아껴 써야 한다는 사실도 새삼 느껴진다. 전 세계의 40% 정도가 심각한 물 부족을 겪고 있다니 우리는 물을 귀하게 여겨야 할 것이다.
이제 맑은 물을 잘 마시고 아끼자. 찌뿌듯한 몸이라면 냉수 한 잔 들이켜고 일을 시작하자. 새로운 힘이 용솟음 치리라.
글/송봉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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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봉근 교수 프로필
現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장
現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한의학 박사)
現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 6내과 과장
원광대학교 한의과·동 대학원 卒
中國 중의연구원 광안문 병원 객원연구원
美國 테네시주립의과대학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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