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대응 자행 재능교육 vs
위협적으로 시위하는 노조”
재능교육 “불법노조의 일방적인 농성, 법과 원칙대로 해결해야”
노조 측 “잃어버린 것 되찾겠다는 요구…회사, 폭력 대응 일관”
[시사포커스=양민제 기자] 지난 3일 서울 혜화동에 위치한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두 남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전국학습지노조원과 재능교육 시설관리 직원 간의 몸싸움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출동 한 뒤에야 일단락됐다.
재능교육 본사 앞에선 이 같은 사소한 다툼들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전국학습지노조(이하 노조)가 2007년 12월부터 지금까지 960일 넘게 재능교육 앞에서 시위를 하는 과정에서 회사 측 직원들과 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노조는 파기된 재능교육 노사 간 단체 협약 복원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기 위해 3년 째 농성을 벌여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양 측의 의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은 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시사신문>은 3년이 다 되가는 긴 시간동안 재능교육과 노조가 평행선처럼 맞서고 있는 내막을 취재해봤다.
재능교육 노사 간에 갈등의 불씨가 된 것은 2007년 5월 체결된 단체협약(이하 단협) 때문.
재능교육 교사들은 1999년부터 노동자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이라는 상황을 감안해 노조를 조직하고 매년 재능교육과 단협을 맺어왔다. 하지만 2007년 사측이 일방적으로 교사임금을 최대 100만원 삭감하겠다고 통보하고, 단협해지 통보는 물론 노조원 해직까지 자행했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전혀 상반된 입장이다. 재능교육의 관계자는 “원래 존재했던 단체협약을 파기했던 주체는 노조다. 쉽게 말해 노조에 다양한 그룹이 존재했고, 그 중 하나인 노조 집행부가 2007년 단협을 체결했지만 다른 조합원들이 이에 반발하면서 노조 집행부가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변경된 노조집행부는 전임노조가 체결한 단협을 부정하고 불법농성을 시작했다. 또한 노조가 이전 단협을 무시하고 실력 행사를 하기에 더 이상의 단협 유지가 무의미하다는 판단이 서서 단협해지 통보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학부모회, 재능교육 비난 왜?
이처럼 노사 양 측의 입장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3년 째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달 28일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이하 평등학부모회)와 범국민교육연대 등을 비롯한 사회단체들이 모여 재능교육 불매운동 선포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려 눈길을 끌었다.
평등학부모회 등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재능교육은 반(反)교육, 반(反)여성, 반(反)노동 기업”이라고 밝히고, “재능교육 불매운동을 단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날 진행된 평등학부모회의 기자회견이 ‘자녀교육기업에 대한 학부모의 반발’로 비춰지면서 재능교육 측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태균 평등학부모회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끝내고 곧바로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김 대표는 평등학부모회가 기자회견을 참여하게 된 경위에 대해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사들에 대한 탄압이나 해고 문제 등에 대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학부모 단체로서 그 입장을 밝혀야겠다는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평등학부모회 회원들도 노동일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해고 문제가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 (시위에) 참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불매운동에 대해 “평등학부모회로서 단순하게 성명발표를 하거나 지지를 보내는 수준보다는 학부모로서 적극적으로 행동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불매운동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김 대표는 “우리는 학부모 단체로서 노조와 회사 간의 싸움을 떠나 우리 아이들을 중심으로 (재능교육 노사 간 갈등을) 보고자 한다.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곳으로서 교사노동자의 절규를 못들은 척하는 회사라면 그 회사의 교재나 그 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맡기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간혹 노사 간의 싸움만 부각시키는 언론보도 때문에 (재능교육 노사 간 갈등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며 “(재능교육의 노사 갈등이) 학습지 시장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떠한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고찰을 하는 언론은 아무도 없다. 단순히 일반 회사와 노조 문제로만 접근하고 있다. 이건 잘못된 것이다”고 언론보도의문제점을 집중 성토했다.
학부모 단체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재능교육 측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재능교육 관계자는 “학부모단체라고 하며 불매운동 등을 행하고 있는데, 우선 그 단체가 전반적인 학부모를 대변할 수 있는지 그 대표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학부모 단체라는 이유를 근거로 언론을 통해 ‘학부모들이 재능교육을 반대한다’라는 일반적인 명제가 성립되는 것 같아 억울하다”고 서운한 심정을 토로했다.
또 그는 “그들이 회사 측에 전할 의견이 있다면 직접 회사를 방문해서 대화를 나누는 방안도 있었음에도 그런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노조의 입장을 두둔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며 강한 불만을 내비췄다.
이어 “농성과 기자회견에 일부사회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거리에서 일방적으로 요구안을 발표할 것이 아니라 공식적인 자리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지금의 일방적인 기자회견 등은 잘못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폭력 대응 vs 위협적인 시위
그렇다면 960여일이 넘는 긴 시간동안 재능교육 노사 간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노사 간 대립 과정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게 된 계기가 된 것은 폭력 사태였다.
그간에 크고 작은 싸움과 실랑이들이 노사 간에 비일비재했다.
실제로 기자가 취재를 위해 시위 현장을 찾은 지난 3일에도 사 측에서 화단에 물을 뿌리는 과정에서 물이 시위 중인 노조원에게 튀면서 실랑이가 벌어졌고, 급기야 경찰이 출동했다. 한 경찰관은 “정말 너무한다. 서로 조금만 이해해주지 매번 이게 뭐하는 것이냐”고 쓴소리를 했다.
노조의 황창훈 서울경기본부장은 “노조가 시위나 집회를 할 때, 재능교육 측의 폭력은 수도 없이 많았다. 최근에는 노조원들이 (재능교육) 본사 앞에 피켓을 놓고 시위를 하고 있으면 회사의 주차시설관리 요원이라고 주장하는 남녀 서너 명이 주변에 배치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올 3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1인 시위 당시의 일이다. 피켓을 혼자 들고 있으면 주차요원들이 조합원들의 뒤통수나 급소를 발로 차는 등 노골적인 폭행도 서슴지 않았다”면서 “노조 측이 폭행 증거를 잡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있으니 2인 1조로 투입돼 한 명은 카메라를 밀고 다른 한 명은 주먹으로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황 본부장은 “한 여성조합원에게는 성적수치심을 느끼게 할 만한 말을 일삼기도 했다. 녹음기를 들고 있을 경우 눈치를 채고 귓속말로 상욕을 하거나 괜히 시비를 걸기도 했다”고 사 측의 파렴치한 행동을 비난했다.
이러한 회사 측의 폭행은 노조원뿐만 아니라 노조를 지지하는 시민단체에 대해서도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 황 본부장의 설명. 1인 시위를 직접해본 일부 시민단체의 대표들은 “일반시민단체에게도 이렇게 폭력을 일삼는데 조합원들에 대한 폭력은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안을 것이다”고 성토했다.
이와 관련해 평등학부모회 김 대표는 “주차관리하는 사람들이 툭툭 건드리면서 시비를 걸거나 문 앞에서 비키라고 했다. 우리 회원들이 1인 시위를 할 경우 회원들의 얼굴을 대놓고 사진 찍는 등의 행위를 보여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조와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우선 현재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조는 합법노조가 아닌 것으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2003년 대법원은 ‘학습지산업노조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결을 내려, 학습지산업노조 산하 재능교육지부 역시 법외노조로 보눈 것이 타당하다"고 전제하고,??따라서 지금 농성을 벌이는 노조는 정당성을 잃어버린 노조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불법노조가 지속적으로 위협적인 시위를 함에 따라 회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방해금지가처분’을 신청하여 2008년 결정된 사항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당시 법원 선고대로라면) 시위자들은 재능본사 반경 100m 안에 접근을 해서는 안 된다. 또 폭력적인 피켓, 농성, 모욕 등의 명예훼손을 해서는 안 되는데 아직까지도 계속 해서 법을 어겨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들이 주로 시위하는 시간대가 출퇴근시간과 통행차량이 많은 시간에 집중되어 있어 출입업무에 방해가 되고 있다. 또 폭행, 스티커 부착, 유인물 배포 등의 형태로 불매운동을 전개해 명예훼손에 해당된다는 내용을 (노조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이는 주변 주민들에게도 피해가 가고 있다. 노조가 밤낮없이 (회사) 주변에서 시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약 석 달 전쯤에는 밤에 우산을 들고 앉아 있는 노조원의 시위 모습 때문에 자신의 어머니가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면서 통행하고 있다고 한 주민이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 황 본부장은 “애당초 법원에서 통보된 ‘방해금지가처분’의 내용은 극히 제한적인 것이다. 재능교육 반경 100m 안에서 아무런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특정 문구를 피켓이나 현수막에 넣지 말라는 등의 의미였지만 회사가 임의로 해석해서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노사, 원만한 해결 원해
한편 기자는 노사 양쪽을 취재하면서 1000일 가까이 노조의 1인 릴레이 시위가 진행되면서 노사 간에 갈등의 골이 상당히 깊어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취재를 통해 양측 모두 이번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내비췄다.
황 본부장은 “노조에게 추가적인 요구는 전혀 없다. 일방적으로 파기된 단체협약 복원과 해고자 복진 뿐”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회사 측이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고 그를 위해 공식 교섭 테이블에 나온다면 우리도 원만하게 해결할 생각이 있다”면서 “현재 우리 노조는 시위 생활이 길어지면서 경제적인 압박도 적지 않다. 최대한 원만하게 빠른 시간 안에 노조 측의 입장에 귀 기울여 들어줄 수 있는 재능교육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시민단체나 여론 등에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하고 있는 노조 측은 오는 9월15일 농성 1000일을 맞는다. 그 기간까지 재능교육과 어떠한 협상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시위 및 집회를 철회하지 않을 것임을 피력했다.
재능교육 관계자는 “노조와 관련해 계속 회자되는 것 자체가 회사에는 큰 타격이다. (노조와 회사 간) 싸움만을 중점으로 보도하는 일부 언론들 때문에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보도를 안하겠다는 조건을 내걸면서 광고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황당한 경우도 많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또 그는 “우리도 최대한 원만하게 이번 건을 해결하고 싶다”며 “현재 우리 또한 노조로 인해 피해가 가는 부분이 적지 않다. 대체로는 방어적인 입장에 있지만 적극적으로 고소 등의 절차도 밟고 있다”고 노조에 대해 강력 대응 의사를 시사했다.
이어 “그러나 고소하면 1심결과 나오는 데만 1년이 지나간다. 현재 고소에 대한 판결로 벌금 50만원이라는 결론이 난 사건은 하나뿐”이라면서 “그 이후로 지금 노조에 대해 80여 건에 대한 고소가 물려 있는 실정이다. 우리도 왜 이렇게 싸움이 길어지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원칙과 원론적인 입장에서 만나 정확하게 그들이 주장하는 것을 말하고,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 인정하고 회사에 요구할 것은 하라고 말하고 싶다. 노숙 등 도시미관상 좋지 않게 불법적인 행위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적법하게 원칙에 맞는 주장을 통해서 협상에 참여한다면 회사는 대화의 창구를 늘 열고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노조 뿐 아니라 각종 시민단체들도 공식적인 요구안이 있을 경우 직접 (회사를) 방문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노사 간의 입장과 관련해 평등학부모회 김 대표는 “지금 가장 문제인 것은 교육 현장에서의 이윤추구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연봉이 높은 선생님 등은 없애고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이윤추구를 하는 기업정신이 발휘돼 이번 문제가 야기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평등학부모회 측도 재능교육과 노조 간의 원활한 해결을 촉구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면서 “앞으로 학부모시민단체로서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합리한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데에 주력을 다할 것이다. 앞으로 제2의, 제3의 재능교육이 나오지 않도록 학부모단체로서 노력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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