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특별사면, 사면위원회는 재벌오너 사면시키기 위해 존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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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뇌물방지 협약이행 제자리걸음 정보공개꺼리는 정부 ‘반부패 걸림돌’

지난달 28일 반부패 비정부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TI)가 2010년도 경제협력개발기구 뇌물방지협약 이행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뇌물방지협약 이행노력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며 냉혹한 비판을 가했다.
특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경영에 복귀한 것과 기업가로부터 향응과 접대를 받은 검사들이 아직까지 기소되지 않고 있는 부분을 심각한 문제점으로 꼽았다.

<시사신문>은 지난 2일 한국투명성기구 안태원 기획실장을 만나 한국의 부정부패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그 현주소에 대해 짚어봤다.

- 한국투명성기구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 1999년 8월 ‘반부패국민연대’라는 이름으로, 8~90년대 시민운동을 했던 단체들이 모여 사회의 부정부패 예방활동을 목적으로 출범했다. 당시 834개의 시민단체가 참여했다. 출범이후 계속해서 국제투명성기구와 연락을 취해오다가 2000년 10월에 한국지부로 정식 승인을 받았다. 인준이후 ‘반부패국민연대 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란 명칭으로 써오다가 2005년 1월 정기총회에서 지금의 한국투명성기구라는 이름으로 단체 명칭이 변경됐다. ‘반부패’라는 어휘가 가지는 어감도 너무 강하고 능동적인 부패를 척결하고자 하는 이미지 보다는 어떤 사안에 대해서 폭로하고 파헤치는 이미지가 너무 강해 한국투명성기구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됐다. 활동내용은 명칭이 바뀌기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 ‘부패측정도구’라는 것이 아직도 일반사람들에게는 생소하다. 인식지수를 어떻게 매겨지는가.
▲ 국제투명성기구는 기존의 청렴도가 나와 있는 단체들로부터 모은 조사 자료를 1~10까지 수치화해 발표한다. 반부패인식지수(CPI) 같은 경우 일반인 보다는 그 나라의 애널리스트나 금융전문가, 경제 관련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다. 조사 자료를 토대로 이를 수치로 작업하고 이렇게 9~10개정도의 조사가 된 데이터를 가지고 각국의 갤럽을 통해서 또 한 번 조사가 이루어져서 점수를 매기게 되는 방식이다.

- 국제투명성기구가 7월28일 발표한 OECD뇌물방지협약 이행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아직도 소극적 이행국가’라고 분류했다.
▲ 이행보고서는 말 그대로 뇌물방지협약에 대한 법제도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는지, 법절차에 따라 그대로 이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다. 이번에 우리나라가 ‘소극적 이행국가’로 분류된 것은 인준된 법에 대한 이행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국회는 뇌물방지협약에 이미 인준을 했지만 국제사회에서 보기에 법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연일 뉴스를 통해 기업들의 비리가 이슈화 됐지만 실질적으로 처벌은 가벼운 솜방망이로 끝나버린다. 협약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여기에 있다. 쌍방의 계약이 확실하다면 강한 제제가 가능하지만 많은 나라가 참여한 조약이라 강제적인 제제를 할 수 없다는 맹점을 가지고 있다.

- 현재 우리나라에서 부패를 저지른 기업이나 정치인, 공무원에 대한 처벌 수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많다.
▲ 일반적으로 국민들이 인식하기에도 돈 있고 권력 있으면 아무리 큰 비리사건을 저질러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법망을 빠져나간다고 생각한다. 힘없는 공무원이나 재수 없는 사람만 법 테두리에 갇혀서 처벌당한다는 인식이다. 요즘 기사를 보면 교육과 관련된 비리가 많다. 예전보다 신고도 많고 적발도 많이 되지만 처벌사례는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비리교사가 많아졌지만 처벌사례가 줄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할 뿐이다.

- 이번 보고서에서 삼성 이건희 회장의 대통령 사면과 관련, 대통령 사면권이 남용되지 않도록 사면법을 개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 우리기구도 그 케이스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기존에는 대통령사면권에 대한 견제를 하자는 게 기본 시민사회의 인식이었고 그게 법으로 반영돼서 ‘사면위원회’라는 기구가 구성됐다. 문제는 대통령사면을 심사하게 되는 단계까지 왔지만 정작 심사를 하는 사면위원회의 멤버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에서 사면위원회 멤버에 대한 정보를 공개 해달라고 요청하지만 법무부에서 안하고 있는 상태다. 사면위원회가 생기고 맡았던 건수가 두건이다. 하나는 2008년 광복절 특사로 재벌총수 사면이고 나머지 한건이 이건희 회장 사면이었다. 재벌기업만을 사면시키기 위해 사면위원회라는 게 존재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대통령사면권을 일정정도 견제를 해야 하는데 지금 사면위원회 구성은 공무원이 5명, 민간인이 4명 정도 비율이다. 시민사회는 같은 편이라 볼 수 있는 공무원이 많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한다. 이번 국회에 올라갈 사면법 관련제정안에 멤버구성 비율을 4대5로, 민간인의 비율을 더 높이고 구성원에 대한 정보 공개 요청을 넣을 계획이다. 또 특별한 사항이 아니라면 회의일정도 공개하자는 의견이다.

- 재벌들의 비자금, 로비 등 숱한 불법적인 행위들이 행해지고 있다. 국내재벌의 투명성을 점수로 매긴다면 몇 점정도 줄 수 있나.
▲ 국제투명성기구에서 각 국가별로 기업투명성에 점수를 매겼었다.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20점 정도를 받았는데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35%정도 높게 나왔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같은 그룹에 속했지만 그 안에서도 점수 차이가 크게 났다. 상중하 그룹 속에서 우리나라는 중하 정도에 머물렀다.

- 재벌기업에 대한 부정부패 개선방안을 제시한다면.
▲ 재벌기업에 대한 처벌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점점 어려워진다고 생각한다. 거대그룹이 대부분 주식회사로 일정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소수의 대주주가 지배하는 구조다. 이런 소수의 대주주가 문어발식 사업을 확장해서 새로운 회사 창업을 위해 대출 및 보증을 받는 게 문제다. 지주회사를 만들어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문제는 그 지주회사의 주식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현재 지주회사도 대부분이 금융회사에 국한되어 있는 상태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은 여전히 재벌가의 독점적인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다. IMF가 터지고 나서 외부자본 유입으로 조금씩 나아졌다고는 하나 일부 소수의 대주주들, 소위 재벌 패밀리들이 또 다시 창업출자를 통해 자기 부를 부당하게 축적하는 지배구조를 유지하려는 게 여전히 개선되고 있지 않는 점이다.

- 문어발 확장을 통한 재산 부풀리기에 몰두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요구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 지금 당장 모든 것을 뒤엎자는 게 아니다. 기업이 얻은 이익의 일부가 사회에 대한 환원형태로 나눠져야 한다는 게 저희 입장이다. 전 세계적인 흐름 또한 ‘CSR’이라 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부분이 강조되고 있다. 이익이 생기면 이익창출에 참여했던 당사자들에게도 정당하게 배분되어야 한다는 인식이다. 아울러 기업이 사회에 환원 했을 경우 기업은 그만큼 기업이미지를 올릴 수 있는 효과를 가지게 된다.

-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부패인식지수가 한 단계 올라갔다 하는데.
▲ 이명박 정부 들어서 올라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유는 사전에 1년 정도 공무원 압박하고 경찰 동원해 열심히 뭔가 파헤치면 한시적으로는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한 두 해 지나다 보면 압박당하는 공직사회나 일반 사회 모두 피로감을 느껴 약발이 떨어지게 된다. 근본적인 대책이 안서는 결과다. 작년에 발표한 점수는 작년 제작년 기준으로 나온 결과다. 올해 10월 달에 발표할 자료는 금년하고 작년 데이터 통계다. 예전에는 3년 치를 가지고 통계를 냈지만 요즘에는 2년 치를 가지고 평균을 낸다. 때문에 지수가 한 해마다 확 떨어지고 오르는 것이 아니다. 작년에는 0.1점정도 떨어지긴 했지만 이는 작년하고 2008년 수치가 반영됐다고 보면 된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나온 수치는 작년에 발표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워낙 현 정부 들어와서 부패에 대한 건수는 많아졌지만 사실 알맹이 없는 처벌뿐이다. 그런데 일단은 적발건수도 부패인식지수에 반영되는 거기 때문에 그 점에 있어서 올라갔다고 본다.

- 국제투명성기구는 반부패 독립기구 복원을 권고하고 있는데 현재의 ‘국민권익위원회’를 반부패기구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인가.
▲ 그렇게 생각하는데도 있고 그렇지 않는 곳도 있다. 시민단체에서는 국가청렴위원회가 가지고 있는 권한을 국민권익위원회가 가져갔다고 주장하니까 내용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국가청렴위원회가 가진 권한을 거의 가져갔다고는 하지만 그 당시 국민권익위원회로 넘어가는 과정이 논란이 됐다. 현 정부는 국가청렴위원회를 해체하고 국민고충처리위원회와 행정심판위원회를 합친 ‘국민권익윈원회’라는 통합기구를 설립했다. 그 당시 국가청렴위원회는 대통령 직속기구로써 대통령이 직접 업무를 챙겼다면 국민권익위원회는 총리실 소속으로 그 권한이 격하 됐다고 볼 수 있다. 부패처리를 담당했던 국가청렴위원회는 부패와 관련된 정보를 받고 처리하는 기관이었고 고충처리위원회는 일정정도 국민의 민원을 처리하는 역할을 했었다. 현 정부 들어와 조직개편을 통해 통합된 국민권익위원회는 단순히 제보만 받고 처리는 검찰이나 경찰 쪽으로 넘겨 버린다. 지금 국민권익위원회는 통합되기 전의 3개 기구의 특성이 섞여져 국민고충과 부패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고 본다. 그러다 보니 건수는 많아지는데 조사권이나 계좌 추적권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그게 부패접수에서 사실 확인 건으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 우리사회는 지금 계층을 불문하고 ‘도덕 불감증’에 시달리고 있다. 반부패 운동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런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 제가 보기에는 우리가 흔히 애기하는 사회지도층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도층들의 부정부패가 워낙 심하다보니 일반사람이 인식하기에 ‘지도층인사도 하는데 나 하나쯤이야’ 라는 생각을 쉽게 가진다. 그러다보니 누구 하나 잘못 걸리게 되면 ‘재수 없었어’라고 생각할 뿐이다. 이뿐만 아니라 고위공직자나 기업간부들은 검찰 수사를 받아도 금방 사면될 뿐만아니라 좀 쉬었다가 금방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사회가 워낙 많은 사건들이 터지니까 일부러 사건을 찾아서 검색하지 않는 한 어떤 절차를 밟아서 어떤 재판결과가 나왔다는 것도 자세히 알 수 없다. 아울러 건수는 많은 데 제대로 기소가 되어 죄에 대한 처벌을 제대로 받았는지도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 2009년도 청소년 반부패인식지수(YII)는 도덕-윤리 분야에서 10점 만점에 4.9점 수준으로 가장 인식이 낮게 나왔다.
▲ 우선 부모들이 욕심이 많다. 우리애가 잘된다면 작은 잘못쯤은 용인해 버린다. 학교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이다. 애들을 가르칠 역량이 부족한 선생님들은 애들에게 학원가서 배우라고 스스럼없이 얘기한다. 학생은 학교 안에서 선생님과 선생님의 관계를 보고 교장선생님이 선생님을 대할 때 행정적으로만 대하는 가를 인지할 수 있다. 교육을 누가 시키느냐 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요즘은 스승님 같은 선생님이 없다는 게 큰 문제인 것 같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학원선생님이 학교 선생님보다 자신을 더 다독여 주고 인간적으로 대해 준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학교에서는 제대로 자신의 소리를 못낸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얘기를 해서 자칫 형성평가 점수를 잘 받지 못하는 거 아닌가를 먼저 생각하다 보니 그렇다는 것이다. 현재 부모는 부모대로 고민이 많고 공교육의 목표는 전인 교육인데 그것을 학원에 뺏길 상황이다. 청소년문제는 전반적으로 교육에서부터 고쳐나가야 할 것 같다.

- 반부패 운동을 해오면서 어렵다고 생각한 점은.
▲ 어떤 문제가 있으면 계속 끄집어내서 같이 얘기 하고 풀어나가는 과정이 지난 10년은 있었다. 세종 시 같은 경우도 그랬고 방패장 문제 같은 경우는 20년 동안 계속 사회적 논의를 통해 풀어나갔다. 그런데 지금은 문제를 던져서 풀어가는 과정이 없다. 어느 날 갑자기 말 한마디로 수정 돼버린다. 심지어 우리가 예전만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정보조차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현 정부는 예전처럼 오픈해서 ‘이렇게 하려고 합니다. 의견 주십시오’ 라고 하는 게 아니라, 물론 절차상으로는 그렇게 하는 듯 보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다 빼놓고 한다. 4대강 같은 경우도 환경영향평가는 제대로 하지도 않고 주민들 공청회도 문 잠가놓고 자기들끼리 해버리는 식이다. 따라서 옛날보다 형식적으로는 많이 오픈 됐다고 하지만 사실은 어떤 공정한 의견을 성공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일방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밀어붙이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번 뇌물방지협약이 외국에서 일어난 위반 사례라고는 하지만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 안셀까요. 협약에 인준을 했는데도 사례가 0건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믿지 못할 거다. 우리는 부패라고 생각하지만 저지른 쪽에서는 법을 피하며 부패가 아니라고 한다는 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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