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김취려(5)
영웅 김취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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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웅 이순신에 비견되는 역사 속 숨겨진 인물

이어 발생한 김보당 · 장순석 등의 의종 복위음모를 평정한 공으로 대장군이 되고 이듬해 조위총의 난을 평정하여 상장군에 올랐으나 뒤이어 경대승이 정중부를 죽이자 그를 두려워하여 병을 핑계로 고향 경주에 은거해 있었다.
경대승이 죽자 명종은 이의민이 경주에서 난을 일으킬까 두려워 송도로 불러들인다. 일종의 회유책이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본색이 드러나며 조정의 실권은 그의 수중에 떨어진다.
날이 어둑해지자 취려가 대문 앞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예야!”
고개를 돌리자 어머니께서 근심스런 표정으로 바라보고 계셨다.
“네, 어머니.”
“정말로 네 아버지께 고하려느냐?”
“그럼요, 어머니. 그러니 어머니는 걱정하지 마시고 들어가 계세요.”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구나.”
걱정스런 표정으로 주시하는 어머니의 등을 떠밀다시피 하여 방으로 들어가시게 하고는 어깨에 가벼이 힘을 주었다.
오늘은 기어코 아버지께 자신의 뜻을 말씀드리고 허락을 받을 작정이었다. 현실에서 그다지 커다란 의미를 주지 않는 글공부보다는 무인의 길로 나설 참이었다.
물론 쉽지는 않을 터였다. 대대로 무신의 집안에서 출세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권유로 문신의 길로 나서려던 생각을 접어야했다. 집안에서 그것도 장남의 경우 문신이 되어 가문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사명감까지 주셨었다.
그동안 문득문득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 보이고는 했는데 아버지의 입장은 확고했었다. 여하한 경우라도 문신의 길을 포기할 수 없고 반드시 그 길을 걸어 번듯한 가문을 세워야 한다고 강변하시고는 했었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한참 동안 마당에서 서성거리는 중에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리자 높아지는 소리마냥 취려의 가슴도 뛰기 시작했다. 일순간 발굽소리가 멈추고 대문이 열리면서 아버지께서 모습을 드러내셨다.
급히 다가서서 그대로 맨땅에 무릎을 꿇었다. 아들의 갑작스런 모습을 바라보던 아버지께서 고개를 돌려 사방을 둘러보고는 의아하다는 듯이 다가섰다.
“무슨 일이기에 이러는 게냐!”
낮지만 묵직한 목소리가 저녁하늘에 울려 퍼졌다.
“소자, 아버지께 간절한 청이 있사옵니다.”
“간절한 청이라니, 대체 그게 무슨 말이더냐?”
“소자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무인의 길을 가고자하옵니다!”“뭐라!”
아버지의 목소리가 순간적으로 올라갔다.
“아버지, 허락해주십시오.”
아버지를 바라보던 시선을 땅으로 떨어뜨렸다. 순간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장군, 오셨소!”
아버지, 금오위 대장군을 맞이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래요, 부인.”
짤막하게 답한 아버지께서 취려를 지나쳐 당신의 방으로 걸음을 놓고 계셨다. 급히 자세를 돌렸다.
“아버지!”
아버지를 부르는 소리에 뜨거운 기운이 함께 묻어나왔다.
“예서 이러지 말고 어서 들어 오거라, 부인도 함께요.”
아버지의 말투가 부드러웠다. 순간 몸을 일으키며 자신의 귀를 의심한다는 듯이 어머니를 바라보았으나 어머니의 표정 매한가지였다.
“식사를 차려올까요.”
어머니께서 흡사 아버지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함인지 급하게 다가섰다.
“식사는 되었고 가볍게 주안상이나 들여오도록 하세요.”
방금 전 보다 더욱 부드러운 말투에 가슴이 내려앉고 있었다. 어머니께서 급히 하녀에게 주안상 차려올 것을 지시하고 함께 들어섰다.
모두가 자리를 잡자 일순간 방안에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그 침묵을 깨기 위함인지 아버지께서 가벼이 헛기침을 하셨다.
“참으로 큰일이로고!”
방금 전까지와는 다른 투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무슨 일인데요?”어머니께서 시선은 취려에게 주고 말을 받으셨다.
“이 나라 돌아가는 형국이 위태롭다 이 말이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지금 실권을 잡고 있는 이의민이 하는 꼴을 보면 그저 한숨만 나옵니다.”
“그야 임금이 그리 하신 일 아닌지요.”
“임금이 어쩔 수 없어 그리하셨지만 이건 안하무인으로 조정을 휩쓸고 다니니. 그리고 그도 문제지만 그 아들들의 등쌀에 백성들이 못견뎌하고 있으니 참으로 난감하오.”

이의민의 둘째 아들 이지영과 셋째 아들인 이지광의 횡포를 이름이었다. 그 둘을 가리켜 쌍도자(雙刀子 : 쌍칼의 자식)라 불렀을 정도로 횡포가 심했다. 특히 둘째인 이지영은 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면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죽이고 제 아비 이의민보다 여색을 더 밝혀 어디에 예쁜 여자가 있다고 하면 처녀고 유부녀고 가리지 않고 겁탈했다. 그렇다고 당시 권력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이의민의 아들인지라 누구 하나 나서지 못하고 수수방관하고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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