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봉근교수의 한방클리닉 ‘건강(乾薑)’
건강(乾薑)’->말린 생강

매콤한 맛과 독특한 향기는 음식에서 나오는 잡맛을 없애주고 입맛을 돋우는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 김치를 담글 때에서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재료 중의 하나도 생강이고, 생선회나 장어구이에도 생강이 같이 곁들어지게 된다.
또 생강을 설탕과 함께 절여 두었다가 추운 날 감기에 들렸거나 추위로 몸이 얼었을 때 따듯한 물에 타서 마시면 감기나 추위로 덜던 몸이 훈훈해지고 피로가 풀리는 것을 느끼게 된다.
뿐만 아니라 생강을 설탕과 함께 말려 술안주로 사용하기도 한다. 유럽에서는 빵을 만드는데도 생강을 사용하고 아라비안나이트에는 신이 내린 정력제로 묘사되어 있을 정도이다. 세계적으로도 어느 나라 음식에서도 생강을 사용하지 않은 음식은 거의 없을 정도로 생강은 우리 음식문화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식품이다.
이처럼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생강은 우리가 사용한지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문헌에 의하면 인도가 원산지인 생강은 2,500여 년 전부터 중국에서 재배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 이전부터 재배되었다고 한다.
고려 시대의 의약서인 향약구급방에도 생강은 이미 한약재로 기록되어 있을 정도이다.
사실 한약 처방에는 거의 대부분 생강 세 쪽을 넣어서 다리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생강이 다른 한약재의 약효 성분과 어울려 신속히 몸속에 흡수되도록 하고 약재의 독한 성분을 완화시키거나 해독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을 보면 생강은 성질이 약간 따뜻하고 맛은 맵고 독은 없으며 가래를 삭이고 기를 아래로 내리는 작용이 있어서 구토를 하거나 딸꾹질이나 숨이 차면서 기침하는 증상을 낫게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생강은 몸에 들어오는 나쁜 외부의 기운을 차단하는 효능이 있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생강은 속을 따뜻하게 하고 구토를 없애주면서 나쁜 기운을 밖으로 발산하여 배출하는 효능이 있다.
독성이 있는 약재의 독을 없애는 데도 생강은 사용된다. 예로 반하라는 약재가 있다. 담을 없애주고 소화를 촉진하는 약이지만 그냥 섭취하게 되면 후두가 마비되는 증상을 나타낸다.
수십 년 전 한의학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반하를 보게 되었다. 이 조그만 약재가 독성이 있으면 얼마나 있고 효능이 강하면 얼마나 강하랴 하는 생각으로 반하 한 알을 씹어 먹어보았다. 잠깐 동안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얼마 후 목이 따갑고 마비가 되어 숨 쉬기도 어렵게 됐다.
사색이 되어 부리나케 그 매운 생강을 씹어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 듯 숨쉬기가 편해졌다. 이후 한약재도 효능이 강하고 독성 또한 강하여 왜 옛날에는 사약으로 천남성이나 부자를 달여 마시게 했는가를 이해하게 됐다.

서양에서도 생강은 의학적 용도로 오래 전부터 사용되었다. 소화가 잘 되지 않거나 위장관 운동이 잘 되지 않고 변비나 장에 통증이 있을 때 이를 해소할 목적으로 생강이 활용됐다.
또 설사에도 유용하다.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을 멎게 하는 효능도 있는데 이는 진통제보다 효과가 더 많았다고 한다. 또 당뇨병에 효과가 있으며 콜레스테롤을 낮춰준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생강에 들어 있는 징게론은 대장균이나 장에 있는 독소에 의한 설사를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
또 멀미를 하거나 항암제 투여 후에 발생하는 오심 증상이나 구토에 생강이 매우 효과적이다. 실제 한 연구에 따르면 항암 치료 중에 발생하는 오심 증상에 일반적인 약물을 복용중인 환자를 대상으로 생강가루를 투여하였더니 매우 적은 양으로도 증상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생강을 암환자에게 6일 정도만 투여해도 항암제 투여 후에 발생하는 오심과 구토의 강도를 약 40% 정도 줄였다고 한다. 또 해군 생도를 대상으로 배를 타기 전에 생강가루를 복용하도록 하였더니 뱃멀미가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임신 중에 발생하는 구토에도 생강을 사용한다.
최근 생강에는 암세포를 억제하는 성분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에서 한 실험의 보면 대장암을 일으킨 쥐에 각종 항암제를 투여하고 일 년 후에 쥐를 해부해보았더니 생강을 투여한 그룹에서 가장 대장암 억제 효과가 높았다고 했다.

특히 생강에 들어있는 진저롤 성분은 생강 특유의 냄새를 나타내는데 바로 대장암 예방에 효과적인 성분으로 밝혀졌다.
김치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항암 작용도 따지고 보면 김치에 들어있는 생강이나 마늘의 효능이 더해져서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생강을 말린 것이 바로 건강이다. 건강은 생강에 비하여 더 성질이 따뜻하다. 그래서 속을 따뜻하게 해서 몸속에 있는 한기를 밖으로 내보내고 따뜻한 양기가 돌아오도록 하는 작용을 한다. 아울러 속이 차서 발생하는 설사에 건강을 사용하면 좋다.
또 속이 차서 찬 음식을 들고 나면 구토가 나는 증상에도 효과가 있다. 아울러 차가운 한기를 접하면 기침이 나는 증상이나 배가 아픈 증상도 치료한다.
또 위장이 차서 음식을 잘 들지 못하는 경우에도 건강을 사용하고 몸이 차가워지면서 의식을 잃거나 근육 경련이 나면서 정신이 혼미해지는 증상의 치료에도 건강을 사용하면 효과가 있다.
한의학 처방에 사역탕이라는 처방이 있다. 부자와 감초에 바로 건강을 더한 처방이다. 팔다리다 차가워지면서 정신을 잃거나 배에 통증이 있으면서 설사하고 정신이 쇠약해져서 자꾸 잠만 자려고 하는 증상에 사용하는 처방이다.
바로 몸에 한기만 남고 따뜻한 양기가 거의 사라져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런 증상에 사역탕은 양기를 돌아오게 하여 차가운 한기를 몰아내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
평소 몸이 너무 차서 맥이 없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람에 사용한다. 최근에는 건강이 위점막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고 위궤양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사역탕은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 또는 급성 설사에 활용하기도 한다.
논어에 보면 공자는 생강을 먹는 것을 그만두지 않고 항상 섭취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생강이 정신을 맑게 하고 더럽고 나쁜 기운을 없애는 효능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덕인지 몰라도 공자는 당시로는 드물게 72세까지 장수했다.
하지만 동의보감에는 너무 과하게 먹지 말고 밤에는 생강을 먹지 말도록 하고 있다. 또 여름에 너무 많이 섭취하게 되면 몸에 열기가 많아지는 대신 음기가 약해져서 눈이 나빠지거나 근력이 떨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생강에는 혈액 응고를 방해하는 성분이 있기 때문에 아스피린처럼 혈액응고방지약을 복용하는 사람이나 수술을 앞둔 사람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 담석증이 있는 사람도 섭취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생강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경우 오히려 위염이나 위궤양을 악화시키기도 한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따라서 세상 이치가 그러하듯 좋다고 남용할 필요는 없겠다. 하긴 때로는 좋다고 남용 말고 모르고 오용말자는 옛 구호가 적절할 때가 있다.
진저론이란?
화학식은 C17H26O4이다. 유기용매 추출물인 올레오레진(oleoresin)과 수증기에 의해서 얻어지는 정유(essential oil)로 나누어진다. 향신료로서 칠리고추와 같은 매운향을 낸다. 보통은 톡쏘는 노란색 오일로 발견되나 잘 녹지 않는 결정형 고체의 형태일 경우도 있다. 조리 중에 생강의 진저론(zingerone)이 진저롤(gingerol)로 변하게 되며 이때 달콤한 향으로 변하게 되고 덜 맵게 된다.
진저롤은 체내 지질 저하 효과, 항균효과 종양억제, DNA 손상억제 효과 등의 약리효능이 보고되어 있다. 또한 편두통을 경감하고, 임신 또는 멀미로 인한 구토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진저롤을 경관 및 구강으로 투여하면 수면시간의 연장과 같은 자율신경 활동을 억제한다는 보고가 있으며, 심장혈관에서는 혈압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 송봉근 교수 프로필 ◇
現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장
現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한의학 박사)
現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 6내과 과장
원광대학교 한의과·동 대학원 卒
中國 중의연구원 광안문 병원 객원연구원
美國 테네시주립의과대학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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