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는 도망 간 걸까, 귀가한 걸까
신데렐라는 도망 간 걸까, 귀가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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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 문선우- 탐정으로 산다는 것(1)

누구에게 나 직업병이라는 게 있다. 물론 필자에게도 있다. 뭐든 사건화 된 시각으로 바라보고, 퍼즐 맞추기를 하려드는 못말리는 직업병이 그것이다. 엄마를 모시고 뚝배기설렁탕을 먹으러갔다가 뜨거운 국물 때문이 식기를 기다리는 엄마를 보고 “뚝배기는 열전도율과 열보전율이 높아서 그런 것 일 테니, 플라스틱 그릇에 덜어드리겠다”고 말해놓고 스스로 피식 웃었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뚝배기에 음식을 끓여먹으면 그 음식을 다먹을 때까지, 열차이가 많지 않았던 기억이 순간 스쳤기 때문이었다. 내 직업은 탐정이다.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생소할 뿐아니라 소설 속 중절모와 바바리코트를 연상케 할 뿐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며, 변호사와는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증거를 수집하는 지 많은 분들이 의아해하실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 우리나라는 1998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당시 탐정이란 직업이 개방되었으나 OECD국가 중 유일하게, 탐정법이 재정되어있지 않는 나라이기도하다. 공판주의 중심의 재판을 지향하겠다는 사법부의 발표와 증거우선주의를 법으로 보장하면서도 이에 따른 법 제정이 미뤄지고 있는 것은 늘 느끼는 아쉬움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실제 명백한 증거 앞에 피의자와 피해자가 완전히 뒤바뀌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두 가지 에피소드

필자와 조금은 관련이 있었던, 두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하려한다. 이 사연은 필자의 직업병에 관한이야기일수도 있지만, 더불어 탐정이 무엇인지, 증거의 중요함이 어떤 것인지, 증거는 어떻게 습득할 수 있는지 또한 알려드리고 싶다.

◆ 에피소드1
작년 여름 퇴근 후 주차를 하고, 집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날은 덥고, 손에 짐은 많고, 그날따라 노트북은 왜 그리 무겁던지, 약간은 짜증이 난 상태였었다. 집을 향해 20여 미터를 걷다보니, 온갖 종류의 배달오토바이와 차한대가 서로 드잡이를 하고 있었다. 아니 서로라기보다, 20대 배달원들 사이에 30대 초반 남자운전자가, 기가 죽어 억울한 듯 항변을 하고 있었다.
가만히 들어보니 중앙선이 있는 골목길에서 승용차는 직진을 하고 있었고, 맞은편차선 골목길에서 오토바이가 튀어나와 승용차의 앞 범퍼를 들이받은 것이다. 이에 어디선가 온갖 종류의 배달오토바이들이 빠른 속도로 모여들었고, 저마다 자신들이 사고현장을 목격했으므로 증인이라 주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토바이가 먼저 진입했으므로 선진입 차량이 우선이라 동료배달원이 승용차에 받힌 것이라했다. 또한 그것에 대한 증거로 오토바이가 늦게 진입해서 지나가는 승용차를 받은 것이라면 보조석 휀다를 쳐야하는데, 오토바이가 좌회전을 하려고 진입한 후 승용차가 와서 친 것이라 번호판옆 앞 범퍼가 찌그러진 것이라 했다.
쉽게 말해 승용차가 정면으로 오토바이의 옆을 들이 받았으니, 먼저 들어선 오토바이를 뒤늦게 들이받았다는 얘기다. 그 사고로 인해 가뜩이나 좁은 골목길은 동료배달원들의 오토바이와 뒤이은 차량들 때문해 때 아닌 한밤 교통체증이 일어났고 목청껏 떠드는 엉터리법리해석으로 시끄러워졌으며, 저마다 타고 온 오토바이시동소리와 불법개조 전광등으로 무슨 도떼기시장이 되어버린 듯 했다. 그러면서 승용차운전자를 윽박지르며 병원에 입원을 해야하네, 며칠 동안 일을 못하네, 합의금이 어쩌네, 우리가 다보고 사진을 찍어놨네... 하며 으름장을 놓고 있었다. 이에 필자가 다가가, 구경하는척하면서 그 모든 현장대화를 죄다 녹음해버렸다. 그러고는 승용차운전자에게 어찌됐던 경찰에 신고를 하라하였고, 경찰을 기다리며 찬찬히 배달원들에게 물어보았다.
분명 오토바이가 먼저 들어온 것을 똑똑히 보았냐, 경찰이 오면 친구와 함께 가서 증언할 수있는냐, 휴대전화로 현장을 찍은사진 한번보자며 상황확인을 한 후 배달원들이 들을 수 있을 만 한 목소리로 승용차운전자에게 말했다.
“아저씨, 긴장하지 마시구요, 제 의견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경찰이 오면 참고삼아 말해보세요. 신호는 없지만 중앙선이 있는 차선에서 직진을 한 아저씨는 잘못한게없구요. 다만 이도로의 제한속도인 시속60킬로를 지키셨냐 인데, 그것은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찍힌 스퀴드마크를 조사해보면 될 것이구요. 오토바이가 중앙선 넘어 직진차량에 들이받혔건 받았건, 중앙선을 넘은 오토바이의 잘못이 크구요, 먼저진입해서 아저씨차량에 받혔다고하는데, 그럼 아저씨는 직진하시다가 오토바이를 발견즉시 브레이크를 밟으신거네요. 오토바이는 점선도 없고, 더구나 중앙선을 넘어 좌회전을 해서는 안됐구요. 필요하다면 도로 끝까지 가서 유턴을 해야 맞는 말인 것 같은데... 다행스러운 건 이 모든 상황을 여기 있는 모든 배달동료들이 모두 목격을 했고, 증언을 해준다고 하니 입증하시는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경찰서가서 딴소리를 하거나, 못 봤다고 하면 제가 다 녹음해두었으니, 가지고 계신 MP3가 있으면 주십시오. 마침 제가 노트북이 있으니, 지금 전송해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말하자, 웅성웅성하던 배달원들이 빠르게 흩어져버리고, 경찰관이 온 후 필자 또한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왔다.

◆ 에피소드2
또 한 번은 거래처과장이 새벽2시가 넘어 다급하게 전화가 왔다. 현재 싱가포르에 출장와있는데, 임신8개월의 와이프가 접촉사고를 내서, 경찰서에 있는데 와이프친정도 지방이고, 자신은 외국출장중이니 새벽시간이라 염치불구하고, 전화를 한다고 했다. 그날따라 그 과장이 필자의 도움을 받으려했는지, 필자 또한 일이 늦게 끝나 운전 중이었는 데다가 하필 사고현장 관할 경찰서 근처에 있던터라 긴급히 경찰서 교통계로 가볼 수 있었다.
울고 있는 임신부 옆에 가서 자초지정을 들어보니 이건 교통사고가 아니었다. 새로 길이 난 외진 길을 운전하고 있는데, 멀찌감치 술 취한 남녀가 비틀대며 도로를 횡단하더란다. 그래서 남녀가 지나가길 기다리며, 속도를 줄여 멈춰 섰는데 갑자기 차 앞에서 지나가지도 않고, 장난을 치더란다. 늦은 새벽이라 경적을 울리기도 뭐했지만 마침 그날따라 크락션이 망가져 다음날 제조사공장에 차량을 입고시키기로 예약을 했으므로 크락션을 눌려 댈 수도 없었고 어서 지나가라는 신호로 상향등을 몇 번 키며, 사인을 보냈는 모양이었다.
이에 남자가 험한 욕설을 하며, 운전석문을 발로 걷어찼고, 이에 두려움에 떨던 여성운전자가 차에서 내리지도 못한 채 경찰에 신고를 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남자는 180도 태도를 바꿔, 자신이 지나가는데 맞은편에서 저 아주머니가 속도도 줄이지 않고, 계속 크락션만 울려대더니 와서 자신을 치고 도망가려다가 옆에 목격자가 있는 걸 발견하고는 자진 신고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남자는 다리도 절고,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며, 구토증상이 심해 앉아 있을 수가 없고, 여성운전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아니 억울해하는 것처럼 차문을 발로 찬적이 없다고 했다. 또한 자신과 옆에 걷던 여자는 아무상관 없는 여자로, 단지 사고를 우연히 목격한 후 필요하다면 증언을 해주겠다며 전화번호를 받아놨으니, 확인해보라며 여성의 전화번호까지 제출하고는 큰소리를 치고있었다.
본 사람도 없고 개통 된지 얼마 되지 않은 도로라 cctv도 없는 참으로 애매한 상황이었다. 필자는 경찰관에게 남자가 신고 있는 신발을 사진으로 찍어달라고 한 후 날이 밝기만을 기다렸다가, 어제 사고차량을 햇빛이 잘 드는 곳으로 옮겨왔다. 운전석문짝에 찍힌 신발바닥 자국을 찾기 위해서였다. 역시나! 사건은 바로 이 맛에 하는 것이다.
거짓말로 사람을 속일 수는 있겠지만 절대 현장의 증거는 못 속이는 법이다. 행여 발자국이 달아날까 스프레이를 뿌려 고정 시킨 후, 사진을 찍어놓고, 구토증상이 너무 심하다며 병원에 누워있는 남자의병원에 찾아갔다. 남자는 침대에 걸터앉아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당사자는 와보지도 않는다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아침부터 구토가 멈추지를 않는다했다.
심지어 현장에도 없었고 변호사도 아닌 주제에 무슨 권리로 남의 일에 상관을 하냐며, 통증 때문해 스트레스 받으니, 당장 나가라며 화장지를 집어던지는 시늉을 하고, 욕설을 하고 있었다. 도대체 이 나라 어느 법전에 변호사만이 법을 이야기할 수 있고, 변호사만이 사건사고를 풀어나갈 수 있다고 적어놓은 걸까. 필자는 무미건조하게 가지고간 서류와 남자를 번갈아보며, 대화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축구선수인가봐요...?”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웬 뜸금 없는 소리냐는 표정으로 필자를 쳐다보더니, 말도하기 귀찮은지 손으로 가라는 신호만 보내고 있었고 필자는 남자가 듣거나 말거나, 대화를 이어나갔다.
“축구선수도 아닌데 월드컵티셔츠는 뭐 하러 입고계십니까? 3.1운동은 만세 부른 사람만 이야기하고, 6.25는 총 쏜 사람 외엔 언급하지 말라. 이런 말씀 이신가본데... 그런 주관이 있으신 분이, 안정환도 아니고 월드컵이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티셔츠씩이나 입고계신건지, 멀쩡한 남의 차는 뭣 하러 걷어차고, 병원에 와서 누워계십니까? 그것도 걷어찬 발이 아파 누워있는 것도 아니고, 구토증상이 심하시다는 데... 해장안하셨나봐요? 자! 선생님과 어제 여성운전자가 몇 가지 의견 차이를 보이는데, 당사자는 무서워서 못오겠다하고, 선생님이 얼마나 아프신지, 누구 말이 맞는지 누구 눈이든 확인을 해야, 합의를 하던 고소를 하든 하지 않겠습니까. 어제 사고당시 동행했던 여성분은 전혀 일면식도 없는 여성이라 하셨죠? 전화번호 제출하셨던 여자 분이요.”
일면식이 있었건 없었건, 그건 양측발신내역이 말해 줄이고... 크락션을 울리며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고 하셨는데, 어제 아침에 사고차량 크락션이 망가져서 벙어리 차량이었다는 것과 이것을 수리하려고, 제조사직영공장에 AS예약해둔 것 서류로 가져왔구요. 어디보자... 차문 발로찬적 없으셨다하셨죠? 차문 짝에 찍힌 이발자국과는 관계가 없으신 거죠? 이건 선생님신발사진이구요, 문짝에 찍힌 발자국사진이... 어디 있더라... 아주잘나왔던데,,. 이 서류는 신고 계셨던 신발회사에서 발자국사진을 보더니 자신들이 만든 신발과 바닥이 맞다는 확인서류고요. 이거 보내면 국과수에서 맞다 틀리다 답은 해주겠죠.
신발을 감추시건 버리시건 선생님마음인데, 경찰관이 직접 신고계신 것을 사진으로 찍었으니 신발을 없애신다면 증거인멸에 관해 문제가 될 것 같은데... 좋아하는 변호사와 상의해보시구요. 선생님을 보고도 차량이 멈추지않았다고 했는데, 여기 찍힌 발자국을 보면, 한 치의 날림도 없는 것이 벽에다 대고 찍은 것 마냥 아주 잘나왔네요. 이건 차량이 서행이 아닌 정지 상태였다는 뜻이겠죠? 발차기 잘하시나봐요. 그래서 축구티셔츠를 입고 계셨는모양이네... 제가 변호사는 아닙니다만, 법은 변호사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아니구요. 현재 저쪽에선 과실로 처리되는 교통사고가 아닌, 타인의 재산에 손해를 입히신 재물손괴죄로 고소한다고 합니다.
공갈협박에 온갖 거짓말로 진술하셨던데, 가지고 계신 실력 중에 발차기 실력이 제일 좋은가봐요?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엄하게 다스려달라고 고소한다고 하던데... 여성운전자가 주장하는 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입증하셔서, 무고로 맞고소를 하시든 그건 저쪽이 상관할 바가 아닌 것 같구요, 제가 전할 말은 여기까지이니, 해장하시고 푹 쉬십시오.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남성의 가족들이 잘못했다고 매달리기 시작했다. 사실 필자가 당사자도 아니고, 사과를 받을 이유도 없는 것이다. 며칠 후 거래처 과장에게서 남성 측과 합의가 다 끝냈다며 감사차 전화를 한다고 연락이 왔다.
남성의 누나와 늙은 아버지가 철없는 남동생을 용서해달라며, 운전석문짝을 수리해 주는 조건으로, 용서를 구하더란다. 남자를 협박하지도 않았고, 어떤 목적으로 찾아간 것도 아니다. 다만 당시 남성이 주장하는 첫째 크락션을 울려대며 속도를 줄이지 않고 차량이 돌진했다. 둘째, 속도를 줄이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을 치고 지나갔다. 셋째, 뺑소니를 시도 하다가 같은 장소에 있는 목격자를 보고 차량을 멈춘 것이다.
넷째, 목격자 여성과는 일면식도 없었던 모르는 사람이다. 다섯째, 자신은 차에 치인 것일 뿐 차량을 발로 찬적이 없다. 여섯째, 술을 마신 적이 없다는 것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을 하며, 자료로써 입증시킨 것뿐이었다.
위와 같은 반박자료로 남성의 주장을 뒤엎지 못했다면 그 여성 운전자는 어떻게 됐을까. 피의자와 피해자가 여러 가지 증거자료로 인해 정확히 밝혀진 한 가지 사례이다. 탐정의 할일은 여기까지이다. 당사자가 합의를 보던, 고소를 하던, 엄밀히 말하면 상관이 없는 것이다. 다만 상황을 놓고, 입장이 어떤 것인지, 무엇이 유리한지, 유리하기위해서 어떤 것이 필요한지 증거를 수집할 뿐이며, 이를 위해 어떤 증거가 필요한지 정확하게 퍼즐을 맞추고, 짚어낼 줄 알아야함이 탐정의 자질가운데 기본중 기본이다.
12시 5분전에 뛰쳐나간 신데렐라를 찾기 위해선 그녀가 흘리고 간 구두를 단서로 그녀는 도망을 간 것인지, 따분한 파티를 견디지 못해 집으로 귀가한 것인지를 대부류로 나눈 다음 파티에 입장하는 입장객의 조건은 무엇인지, 명단을 확보하고 cctv를 검토하여 어느 방향으로 없어졌는지, 궁을 나갈 때 급하게 뛰어나갔는지, 걸어나갔는지만을 확인하면 간단한 답은 나오는 것이다.
도망이냐, 귀가냐... 단순귀가라면 집으로 찾아가 밥하는 신데렐라를 만날 수 있을 것이고, 도망을 간 것이라면 다시 소부류로 12시 이후에 또 다른 파티가 있는지, 술은 얼마나 마셨었는지 남자관계가 어떤지 신데렐라의 각종 채무관계를 파악하고, 궁에 채권자가 있었는지 등을 보면, 왜 어디로 어떻게 도망갔는지 답이 나오지 않을까.
무엇을 입증시키기 위해서 어떤 자료가 필요하며, 그 자료를 구하기위해서 어떤 일을 하기위해 어떤 계획을 짜느냐가 탐정의 육감이고 기술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12시 이후로 왜 벗겨진 신발한 짝 만 마법에서 풀리지 않았는지도 의문이 가지만... 필자에게 개인적으로 관련됐던 에피소드였지만, 한편으론 탐정의 직업과 역할을 알리고, 지나칠 수 있는 증거자료의 중요함을 전해드릴 수 있었길 바란다.

[INS 문선우 팀장]
june21c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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