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차기주자, 김대중 넘어 설 수 있을까?
민주당 차기주자, 김대중 넘어 설 수 있을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DJ 서거 1주기, 민주당 ‘당권 투쟁’ 격화

인적 쇄신·외연 확대 못해 정권 재창출 희망 멀어지고
정신적 기둥 두 전직 대통령 잃으며 더욱 야당성 상실
지난 DJ 야당 시절 되돌아보고 집권 과정 학습할 필요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보내며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내에서는 ‘빅3’ 등 차기 주자들간에 ‘포스트 DJ'를 둘러싼 후계 논쟁이 더욱 가속도를 내고 있다.
정세균, 손학규, 정동영 이들 ‘빅3’는 차기 당권이 결정되는 10월3일 전당대회에서의 승리를 위해 각기 저마다 ‘DJ 정신 계승’을 자처하며 표심을 파고 들고 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민주당이 완전히 변해야 된다는 요구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그동안 민주당이 야당으로 전략한 이후 과감한 쇄신과 외연확대 등 ‘수권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정권 재창출의 희망이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에서 비롯되고 있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다음해 총선에서 참패해 소수 야당으로 전략한 뒤 지난해 야당의 정신적 기둥인 두 전직 대통령을 잃으며 더욱 야당성을 상실하면서, 이제는 당권싸움에만 골몰한 모습을 드러낸 민주당의 현주소를 전격 들여다 본다.

현재 민주당은 지난 시절 최초로 정권교체를 이뤄낸 ‘국민의 정부’를 창출할 당시의 야당의 기백은 사라지고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연속 패배한 이후 무기력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모습은 야당으로 전략한 이후 새로운 구심점을 마련하고 과감한 변화와 쇄신 그리고 외연확대를 통한 수권 정당의 기틀을 마련하기 보다는 당내 주류와 비주류간의 기득권 싸움에서 그 원인이 찾아지고 있다.
그러기에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보내는 민주당으로서는 지난 DJ 야당 시절을 되돌아보고 집권에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학습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DJ, 끊임없는 외연 확대로
야당 개혁성 추구

실제로 지난 DJ 야당시절은 끊임없이 외연확대와 외부수혈을 통해 개혁성을 이어 갔으며, 이를 바탕으로 마침내 지난 97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동력이 됐다.
DJ의 대표적인 외연확대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88년 총선을 앞두고 재야인사들로 구성된 ‘평민련’을 대거 영입했던 것이 첫 번째로 꼽힌다.
당시 DJ가 이끄는 평화민주당은 87년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분당의 책임을 둘러싸고 당이 존립위기까지 치달으면서, 이해찬, 박영숙, 문동환 등 이름 있는 재야인사들을 수혈 받아 총선에 내보내 제1야당으로 부활하게 된다.
DJ가 당의 개혁성 강화를 위해 일부의 기득권까지 포기하면서 외연 확대를 성공으로 이끈 케이스였다.
두 번째 사례는 총선과 대선을 앞둔 92년 봄이었다. 당시 정치권은 3당 합당으로 탄생된 민주자유당과 평화민주당에서 개명한 신한민주당 등 양당 체제였지만 그 때 야당은 거대 집권당에 눌려 초라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통일민주당이 3당 합당으로 여당이 되면서 이를 거부하고 잔류를 선언한 정치세력이 있었으니 이기택 노무현 김정길 등이 주축이 된 이른바 ‘꼬마민주당’이었다.
DJ는 92년 총선을 앞두고 또 한번 외연 확대와 개혁성을 강화하고자 이들에게 기득권을 대폭 양보한 파격적인 조건으로 통합을 성사시켜 총선에서 100석에 육박하는 의석을 얻게 된다.
DJ의 이같은 대변화는 오랫동안 그를 짓눌러 왔던 지역정서에서 탈출하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했다. ‘꼬마민주당’ 세력 대부분이 영남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DJ의 외연 확대의 결정판은 지난 97년 대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이뤄진다.
이른바 ‘DJT’ 연대가 그것이었다. DJ는 필생의 마지막 대권 도전이기도 했던 당시의 선거에서 예상을 뒤집고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김종필, 영남권을 추축으로 하는 박태준 등과 과감히 손을 잡아 마침내 대선에서 승리하게 된다.
김대중, 김종필, 박태준의 연대는 표면적으로는 호남권 충청권 영남권과의 연대이기도 했지만, 내면적으로는 개혁세력과 산업화 세력과의 연결이었다.
88년부터 이어진 DJ의 외연 확대의 무대가 절정에 달하면서 결국 막을 내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정세균 손학규 정동영
“저마다 DJ 계승자”

그렇다면 이처럼 DJ의 처절한 유산이 남아있는 민주당의 현재의 상황은 어떨까.
우선 최근 민주당이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고도 7월 재보선에서 패배한 것은 당의 무기력함과 현실을 여실히 나타냈다는 분석이 있다.
이는 지난 지방선거 승리가 수권 정당으로서의 동력이 아닌 현 정부의 견제심리에서 발로됐다는 해석과 맥을 같이한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오는 10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의 미래비전과 쇄신책을 마련하기는커녕 차기 당권을 둘러싸고 이전투구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주류와 비주류, 각 계파 별로 나뉘어져 당권의 향배가 결정될 전당대회에서의 ‘룰’을 놓고 치열한 ‘물밑 신경전’과 ‘샅바 싸움’만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의 ‘룰’을 둘러싸고 떠오른 쟁점은 크게 세가지이다.
하나는 지도체제 문제로 현행대로 대표와 최고위원을 나눠 선거를 치르는 ‘단일성 지도체제’로 할지 아니면 한나라당처럼 한번에 투표를 한뒤 1등을 대표로 하는 ‘집단지도체제’를 할지이다. 주류측은 ‘단일성 체제’를 비주류는 ‘집단지도체제’를 내세우고 있다.
다음으로는 투표권 부여 범위가 논란거리이다. 지난 전당대회처럼 대의원 투표만으로 지도부를 선출할지, 아니면 일반 당원이나 또는 국민 여론조사까지 반영할지가 문제이다.
한나라당은 국민여론조사를 30%나 반영한 바 있다.
마지막은 당권과 대권의 분리 여부이다.
이 문제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차지하는 세력이 다음 대선 경선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 정세균 손학규 정동영 소위 ‘빅3’간 상당한 논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서 DJ 서거 1주기를 맞은 정세균 손학규 정동영 ‘빅3’는 저마다 ‘DJ정신 계승’ ‘DJ 향수’를 외치며 표심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정세균 전 대표는 지난해 DJ 조문 당시 당 대표로서 동교동계와 함께 ‘상주’ 역할을 맡았으며 이번에는 “김 대통령 정신을 이어받아 민주주의, 남북관계, 서민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학규 전 대표는 DJ가 생전에 강조했던 ‘생활정치’를 되뇌이면서도 “지금의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가 위기”라면서 “김 전 대통령이 보여준 비전과 리더십이 그리워진다”고 밝히고 있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경색되어버린 남북관계를 풀 방법으로 “DJ 정신인 6·15 정신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저마다 ‘DJ 이념과 철학’을 들먹이며 자신만이 “DJ 계승의 적임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대서 DJ 뛰어넘는
새로운 구심점 세울까.

하지만 DJ 서거 1주기를 보내며 이같은 민주당의 전반적인 ‘DJ 향수’ 열기와는 반대로 일각에선 이번 전당대회를 분기점으로 완전히 DJ를 뛰어넘는 새로운 구심점을 세워야만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가의 한 관계자는 “DJ가 서거한 뒤 정치권 뿐만 아니라 국민 정서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큰 변화는 영호남으로 양분됐던 지역정서가 현저히 완화되고 있는 점”이라면서 “이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여실히 증명됐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야권은 지역정서가 숨어있는 전통적 지지기반인 수도권과 호남을 벗어나 전통적 약세지역이었던 경남과 강원 그리고 충남북까지 광역단체장들이 승리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부산에서도 민주당 후보자의 득표율이 44%에 달하기까지 했다.
지난 지방선거 결과는 DJ 서거 1년이 아직 채 못되는 시점에서 치러졌다는 점에서도 놀라운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정가 한 분석가는 “민주당이 현실 안주에 급급하며 기득권 지키기에 몰두하는 측면에선 DJ의 과감한 도전정신을 배워야 하지만 끊임없는 정당의 분열과 창당, 그때마다 지역정서에 기대였던 그 모습은 버려야 된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DJ 유산’을 지워버리는 새로운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주년을 보내며 정치권 시각에서의 DJ의 ‘빛과 그림자’ 논쟁은 아직도 그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