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14~19세 청소년 가출 신고는 남학생 5253명, 여학생 9865명으로 총 1만5118명에 달했다. 문제는 청소년 가출 신고가 증가 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청소년들은 가출 이후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서 절도 등을 일삼는가 하면 성매매의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이처럼 매년 가출 청소년들이 증가하면서 사회 문제화 되면서 이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한국청소년쉼터’가 설립됐다. 전국적으로 약 80여개가 산재돼있는 청소년 단기쉼터는 10대 가출 청소년들의 숙식 해결은 물론 상담 및 교육 등을 돕고 있다.
<시사신문>은 지난 16일 ‘용인푸른꿈청소년쉼터’(이하 용인쉼터)의 오수생 원장을 만나 10대 청소년 가출의 현주소와 그 원인 및 대책에 대해 들어보았다.
[시사포커스=양민제 기자] 용인쉼터에는 남학생과 여학생들이 따로 나뉘어져 생활하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남학생 쉼터에는 14~18세의 중고등학생 13명이 거주하고 있다. 보통 단기쉼터에서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은 3~6개월 정도지만 간 혹 1년 이상 거주하는 청소년들도 있다고 한다. 가장 오랫동안 쉼터에 머무르고 있는 A 군의 경우 4년째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가출 청소년 급증 연령 점점 낮아져
지난 2003년 용인쉼터에 부임한 오수생 원장은 “현재 이곳에 있는 남학생은 약 15명, 여학생은 10명 이내로 남학생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전국적인 가출청소년들의 비율을 보면 여학생 비율이 많은 추세”라고 설명했다.

▲ 용인푸른꿈청소년쉼터 오수생 원장
그는 “8년 동안 지켜본 결과 이곳에 들어오는 청소년의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가장 큰 문제는 들어오는 청소년들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오 원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8~19세의 고등학생들이 평균이었으나 최근에는 초등학교 4~5학년생들도 가출하는 등 14~16세의 중학생들이 평균 나이를 이룬다”고 덧붙였다.
가출 청소년들이 쉼터를 찾게 되는 경위에 대해 오 원장은 “자기 발로 스스로 찾아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면서 “주로 온라인에서 ‘가출’을 검색해 쉼터를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 원장은 “아이들이 온라인 검색을 통해 쉼터 등에 곧장 오면 걱정 없지만, 그 와중에 가출을 조장하거나 가출 청소년에 범죄를 저지르려는 성인들의 꼬임에 빠질 소지가 다분해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또 그는 “스스로 쉼터를 찾지 않는 경우에는 시, 구청이나 경찰서, 학교 선생님이나 아동전문보호소 등을 통해 (쉼터에) 오는 경우가 있고, 가정폭력 시 주민들의 ‘아동학대’ 신고로 인해 (쉼터로) 넘어오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쉼터로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가출 청소년들이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찾는 PC방이 오히려 이들의 탈선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기자가 용인쉼터에서 만난 가출청소년 A 양은 “가출한 아이들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은 PC방이다. 그 곳에 있으면 아저씨들이 다가와서 같이 나가자며 계속 주변을 맴도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가출 청소년 B 양은 “채팅방에 접속해 있으면 남자들이 만나자고 계속 말을 걸어온다. 그러지 말라고 해도 ‘나쁜 짓 안 할 테니까 오빠 한번 보자’면서 유혹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오 원장은 “(PC방은) 가출에서 쉼터까지 오게 되는 주요 경로가 있다. 가출을 하게 되면 대부분의 10대는 친구 집에서 2~3일 정도 버티다가 이후에는 PC방이나 찜질방 등을 전전하며 생활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가 돈이 떨어지면 쉼터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지만 (쉼터를) 잘 모를 경우 채팅, 절도 등 범죄의 사각지대에 빠지는 아이들도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잘못된 길(범죄)로 빠졌다가 뒤늦게 쉼터로 돌아오게 되더라도 다 망가져서(범죄에 노출된 후에) 오기 때문에 그 때가서 범죄로부터 아이를 벗어나게 한다는 것은 때늦은 감이 있다”면서 “이를 예방키 위해 쉼터 측도 언론 등을 통해 홍보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대 “돌아가고 싶어도 못가요”
오 원장은 “여기서 머무른 아이들의 7~80%는 가족으로부터 가출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로 부모 이혼, 편부편모, 계부계모 등의 가정사가 10대 가출의 주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는 “특히 14~15세의 여학생들이 계부가 있는 경우 90%가 성폭행을 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모가 있으면 대부분 학대를 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가정빈곤도 또 하나의 이유다. 경제적으로 힘들다보니 가정이 쉽게 해체되면서 아이들은 집을 뛰쳐나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불우한 가정의 청소년들만 가출을 하는 게 아니라는 게 오 원장의 설명이다.
“정상적인 가정에서도 가출이 종종 일어난다. 이것은 부모들이 청소년 시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사춘기의 시기가 초등학교 4~5학년부터 고2까지 다양한 나이 대에서 일어난다. 이러한 아이들의 사춘기 반응에 대해 부모는 제대로 된 이해를 못해 감당이 안 되면서 아이들을 제대로 다룰 줄 모른다. 보통 아이들은 2~3살 때 육체적 이유기를 겪는다. 그 당시 아이들은 스스로 서고 걷기 위해 몸부림친다. 그 때 ‘왜 못 걷냐’며 꾸짖는 부모는 없다. 사춘기는 정신적 이유기다. 사춘기 시절에 정신적으로 성장하고 자립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아이들에게 어릴 때 그렇게 해주었듯 심리적으로 믿고 지지해줘야만 한다.”
오 원장은 “특히 10대의 심리적인 방황은 꼭 이해해줘야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0대에는 세상이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 것에서 오는 속상함이 매우 크다”면서 “공부도, 시험도, 돈벌이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오는 속상함에 대해 부모는 ‘왜 그러냐’, ‘그러지 마라’고 닦달만 하니 아이들이 겉돌 수밖에 없다”고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이해심 부족을 청소년 가출의 한 원인으로 꼽았다. 즉, 학교에서, 가정에서 열등감을 느끼고 자존감을 다친 아이들에 대한 어른들의 이해 부족이 가출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A(17)양은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평범한 아이였다. 그러나 부모는 A 양에게 계속 ‘공부하라’며 일방적으로 휴대폰을 정지시키고, mp3를 뺏었다. 또한 공부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컴퓨터도 비밀번호로 잠가버렸다.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던 A 양은 “부모님 때문에 너무 답답하고 조여지는 느낌”이라며 결국 가출을 감행했다.
A 양의 사정을 들은 오 원장은 A양의 부모님을 불러 상담했고, 그 결과 부모가 아이에 대한 이해를 넓히면서 A양의 가출은 일단락됐다.
오 원장은 “부모 입장에서 10대 아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가 없기에 아이가 밖으로 튀어나가게끔 조장하는 꼴”이라면서 “서로의 이해구조 반경을 넓히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오 원장은 “10대는 무엇인가를 이유로 타인의 지지나 관심을 받고자 한다. 그러나 교육 시스템은 (성적) 등수를 매기는 등 경쟁 성향이 강하다. 아이들은 경쟁에서 밀려나면 도태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며 “그 때문에 청소년들은 타인의 지지나 관심을 받기 위한 공부 외적인 것을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특히 또래의 지지나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평범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담배, 술, 욕, 폭행 등의 나쁜 행동을 한다”고 전했다. 결국 “애초에 부모나 학교 등에서 10대를 인정하고 지지해주는 노력이 있었다면 아이들이 다른 길로써 인정받으려는 마음을 갖지 않는다”고 그는 설명했다.
오 원장은 “10대 청소년들이 가출해서 일으키는 사건에 치중하기보다는 왜 그들이 가출할 수밖에 없었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모색하는 시각도 필요하다”고 청소년 가출의 근본적인 원인 진단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기자와 인터뷰한 가출 청소년들은 “집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A 군은 “집에서 가출한 것도 후회되고 다시 돌아가고 싶다. 그러나 집에 사정이 있어 돌아갈 수는 없다”며 말을 아꼈다.
A양 역시 “집에 돌아가면 아버지한테 맞을 것이 분명하다. 절대 집에는 못 돌아간다”고 했고, B양은 “엄마의 폭언으로 상처를 많이 받았다. 다시 돌아가서 또 상처를 받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가출해서 노숙하는 것보다 집에서 가족과 지내는 것이 더 괴롭고 힘들다”고 말했다.
쉼터에서 타인의 이해와 지지를 경험하는 아이들
쉼터에서 생활하는 가출 청소년들은 학교나 학원 등을 다니면서 일반 학생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오 원장은 “쉼터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자발적으로 듣고 싶은 아이들끼리 그룹을 만들어 듣는 수업도 있고 의무적으로 행해야하는 수업이나 프로그램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오후에는 댄스 수업이 있고 토요일에는 사진 수업이 정해져있다. 각각의 전문가 선생님들이 와서 리코더 수업, 풍선아트 수업 등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특별한 수업 프로그램들을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곳에서 생활하는 모든 아이들은 저녁 9시에는 한 시간씩 책을 읽어야하는 독서의 의무가 주어진다. 단 지정된 책은 없기 때문에 만화책을 봐도 무관하다.
이에 대해 오 원장은 “하루에 한 시간은 의무적으로 (독서를) 해야 한다. 책상에 앉아있는 습관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오 원장은 “이곳에서 생활하는 가출청소년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시간활용을 통해 성취감을 스스로 느낀다”면서 “일부 아이들은 열심히 공부해서 검정고시를 통과하면 중국에 유학을 보내주는 등 열심히 노력한 만큼의 성취감을 느끼게 해준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일반적으로 학교나 사회에서 보이는 경쟁 관계 속의 성취가 아니다. 내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고 좋은 결과를 도출해냄으로써 기쁨과 성취감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 또한 실패할 경우 뼈저린 안타까움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면서 “그게 가출청소년들에게는 ‘약’이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가출청소년 이모(18)군은 2년 전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바 있다. 당시 이 군은 ‘최연소 바리스타’라는 명예까지 얻게 돼 주변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고. 이 군처럼 바리스타를 꿈꾸고 있는 A양 역시 “열심히 준비해 멋진 바리스타가 돼서 돈도 많이 벌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B양도 “최근 네일아트를 배우고 있다. 여기서 생활하면서 네일아트를 더 열심히 배워 나중에 네일 샵 하나 차리는 것이 꿈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쉼터에서 생활하며 자신의 꿈을 향해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청소년들에 대해 오 원장은 “이곳에서 다양한 아이들이 각자의 꿈을 키우고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는 행동을 해나가는 것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물론 오랜 시간동안 이곳에서 생활했음에도 사고를 치는 등 행동을 고치지 않는 아이들도 있어 힘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10대 아이들에게는 책망이나 야단치기보다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적극적인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에 따르면 가출한 10대 청소년들은 자존감이 제일 약한 상태기 때문에 현재 그들이 원하는 조건이나 행위를 해주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배신당할 줄 알면서 배신당해주는 것이 진정한 배려”라고 말한 오 원장은 “지금 여기 있는 아이들에게 나를 포함한 사회는 끝까지 믿음을 주는 수밖에 없다. 모든 믿음과 이해를 다 퍼준 다음 단계가 되면 아이들은 스스로에 대한 책임 등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오 원장은 “한강에 돌을 던져 징검다리를 만들어 사람들이 건너게끔 만들고자 한다면 이는 절대 짧은 시간 안에는 불가능하다. 지금 내가 던진 돌로 징검다리의 완성을 볼 수는 없어도 언젠가 그 돌이 올라오는 날이 있지 않겠나”라고 반문하고, “힘쓰고 노력하는 것만큼 결실이 돌아올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아이들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동안만이라도 남들에게 피해 안주고 사회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 자체가 소중하고 대단한 일이다”며 “무엇보다 이 아이들이 미래에 ‘국가 세금을 내는 사람으로서 사회인’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끝으로 오 원장은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잘 살려면 현재의 가출 청소년들을 잘 돌봐야 한다. 지금 가출청소년들이 올바르게 커서 미래에 ‘세금 내는 건강한 사회인’이 된다면 지금 기성세대들의 자녀들이 세금 덜 내고 잘 살지 않겠느냐”면서 “지금도 10대 가출 청소년들은 자존감을 키우며 느리게나마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어른들의 그들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격려일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