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버스 마약 운반, 운전기사가 운반책”
“심야 버스 마약 운반, 운전기사가 운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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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카페·블로거 ‘마약판매 통로’ 전락

[시사포커스=양민제 기자] 인터넷을 통한 마약 거래가 활개를 치고 있다. 최근 마약류 범죄자들은 온라인상에서 은밀하게 마약을 거래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단속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이 매개체가 되다보니 마약사범의 대상이 주부, 학생, 교수 등 계층과 소득에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마약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사신문>은 마약수사대, 사이버수사대 경찰관들을 만나 온라인상 마약류 거래 실태를 집중 취재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마약류나 의약품 등은 법적으로 허가를 받은 장소에서만 판매할 수 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한 마약류 또는 의약품 판매 구입 행위도 불법이다. 그러나 이러한 법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인터넷을 이용한 마약판매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주로 마약범죄자들은 해외 불법 마약 판매 사이트를 통해 마약을 구입하고 카드로 결제한 다음 우편 등으로 받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사탕’ ‘은뽕’ ‘물뽕’ 은어 사용 추적 힘들어

 

이와 관련, 한 검찰 관계자는 “온라인 마약 판매 범죄는 주로 해외 서버에 기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댓글을 통해 불법 사이트를 소개하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누구나 마약범죄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방법 때문에 온라인 마약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결국 마약 범죄 증가의 온상이 인터넷으로 지목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온라인 마약 판매는 일대일 구입형식이며, 마약 공급자와 수용자 간의 비대면 만남이 가능하기 때문에 서로의 신분을 속이고도 충분히 마약을 거래할 수 있어 사실상 단속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대체적으로 온라인 마약 판매는 해외 사이트에서 일어나지만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 댓글이나 게시판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개인 메일로 암암리에 마약 판매를 시도하거나 카페나 블로그 등이 버젓이 개설되어 판매가 이루어진다는 게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7월2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어 불법 마약거래 사이트 93개에 대해 이용 해지 및 접속 차단 등의 시정요구를 결정한 바 있다. 당시 심의위원회는 시정요구가 결정된 사이트의 대부분이 주요 포털사이트에 카페나 블로그를 개설해 은어를 사용하여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특히 온라인을 통해 마약이 유통되면, 공급자와 수용자간에는 최소한의 정보만 게재하여 접선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은밀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마약수사대의 한 경찰 관계자는 “불법 마약 유통자들이 마약 판매를 위해 검색할 경우 ‘필로폰’이나 ‘엑스터시’, ‘GHB’ 등 정식 명칭보다는 ‘사탕’, ‘물뽕’, ‘은뽕’ 등 은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불법 마약 유통을 골라내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이처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불법 마약 거래가 마약 구매의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3년 전부터 횡행해온 불법 온라인 마약 거래로 인해 마약 투약자의 일반화, 대중화를 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사이버수사대의 한 경찰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 관련 마약류 범죄는 직접 거래 형식은 아니다. 불법 외국 사이트에 접촉하여 결제하고 국제 우편으로 받는 등의 행위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또 “마약이라는 자체적인 특성으로 인해, 마약 판매는 마약수용자와 공급자 간에 점조직이 형성되어 직접 건네주면서 돈을 받는 형식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하는 행위들은 주로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마약을 건네주는지에 대한 약속을 만드는 경우와 결제 행위가 대부분”이라고 경찰 관계자는 설명했다.

또한 그는 “법적으로 제재하는 성분이 포함된 약품은 모두 마약이다”고 설명하고, “수사를 하기 위해 경찰 내에서도 직접 온라인을 통해 (마약을) 구매해봤는데 사기인 경우도 허다하다”고 전했다.
 

‘007작전’ 방불케 해…

 

마약수사대 경찰 관계자가 밝힌 온라인 마약 유통 실태는 007 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다.

“주로 온라인에서 결제를 된 후 전달되는 마약은 우편이나 택배 등으로 수용자에게 전해 진다. 국내 전달용은 오토바이 택배 등으로 보내는 우편, 고속버스를 통해 전달하는 화물, KTX를 통해 전달되는 화물, 택배 회사 통해서 보내는 차량 택배 우편 등 크게 네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특히 고속버스를 통한 마약 전달은 가히 ‘007작전’을 방불케 한다는 것이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서울(공급자 주거지)에서 전남 여수(수용자 주거지) 등으로 마약을 전달하다가 단속된 사례가 있다”며 “당시 마약을 전달받기 위해 저녁 10시 즈음에 서울을 떠나는 막차를 이용했다. 손님이 별로 없는 고속버스 막차에서 운전기사가 운반책이 되는 것이다. 새벽에 여수에 도착한 고속버스는 광역으로의 전달을 신속하고 손쉽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즉, 운전기사들은 마약을 전달하기 위해서 행정봉투나 약통 등에 담아 위장해서 운반한다는 것.

그는 “운전기사들이 전달하는 마약을 직접 건네받는 수취인이 최종 목적지가 아닌 경우가 많다. 주로 마약투약자들은 자신들의 친구, 가족, 선후배 등 지인들에게 ‘택배가 올 것이 있으니 대신 받아달라’는 간단한 부탁을 해서 대신 받게끔 만든다”고 마약류 전달 수법을 설명했다. 결국 궁극적으로 마약투약자에게는 간접적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경찰 단속을 피하기가 쉬워 진다는 것이다.

또한 가장 일반적인 온라인 마약 거래의 대표 사례는 단연 해외 우편이다. 마약수사대 경찰 관계자는 “해외 우편을 이용한 마약 판매 단속의 70% 정도가 미리 수집된 정보에 의해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미 비행기로 도착하는 어떤 우편물에 마약이 있다는 정보가 접수되고, 수사관과 세관원이 함께 그 우편물을 뜯어보고 확인한다는 것이다. 확인한 결과, 우편물에 실제로 마약이 있다면 다시 원위치 시켜서 제대로 덮어놓고 그 우편물의 궁극적인 행선지를 파악하기 위해 그것을 추적한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상우편의 전달 방식으로 우편물이 수취인 B 씨에게 전달되면 약 4일정도 보관한다. 직접 전달 받은 이들은 마약 투약자의 지인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면서 “시간이 지나면 실제 마약을 전달받고자 했던 마약 투약자가 나타나 수거하러 오기 때문에 그 때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최종적인 마약류 범죄자를 잡기 위한 미행 방식 단속은 마약수용자가 중국 등 해외로 원정을 떠나 마약을 가져오려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온라인을 통해 거래를 마친 뒤, 마약을 공급받기 위해 출국한다는 정보가 수집이 되면 그들이 다시 입국할 때까지 놔두고 그들을 미행하는 방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 등 마약을 거래하는 현장을 덮치면 그 당사자만 잡을 수 있지만, 그를 가만히 따라가면 마약의 최종 목적지가 나오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중국으로 출국하여 마약을 직접 구입한 C 씨에 대한 정보를 미리 수집하여 그의 동태를 살폈다. 며칠 뒤 한국으로 돌아온 C 씨를 가만히 추격해 부산에 있는 마약의 총 공급책 D 씨를 붙잡을 수 있었던 것.

조사 결과 C 씨 등을 통해 받은 500g~1kg 정도(시가 약 33만원)의 양을 D 씨가 나누어 국내에 되팔고 있었던 것이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주로 총 공급책은 구입자가 온라인 거래를 통해 해외로부터 대량으로 받아온 마약을 다시 나누어 팔면서 그 속에서 이익을 챙기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식의 단속 방식은 마약 범죄자의 윗선을 잡기 위해 많이 쓰이지만 제조 책을 찾다가 연결고리가 끊기는 경우가 많아 잡기 힘든 부분도 있다”고 마약범죄 검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주로 결제 통로 역할을 하는 온라인 마약 유통 방식에 대해 이전의 오프라인 방식보다 정보 수집이 더 힘들다고 했다.

그는 “점조직으로 되어 있고, 광역화 및 개인화 등의 특징을 갖고 있는 마약 거래는 특히 최근 온라인을 통해 가명을 쓰고 결제를 하기 때문에 단속하기가 더 힘들다. 또한 가명을 쓰고 최소한의 정보만 공개되는 온라인의 특성 때문에 마약공급자를 잡아도 수용자까지 깥이 잡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전했다.

현재로서는 온라인에서 결제한 후 연락을 하기 위해 사용되는 휴대폰에 대한 실시간 추적이 거의 유일하지만 그나마도 대포폰 등으로 경찰의 단속망을 피하고 있다고.

끝으로 경찰 관계자는 “특히 온라인 마약 거래는 자금 추적이 힘들고, 차명 계좌 등을 이용하기에 환수, 압수하기 힘들다. 신용불량자의 명의를 이용하거나 타인의 계좌를 이용하기 때문에 온라인 거래는 윤곽이 뚜렷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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