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성기후로 변해가는 한반도, ‘슈퍼태풍’ 비상
IPCC “지구온난화로 인해 한반도 최대 피해자”
세계는 지금 지구온난화로 인해 슈퍼태풍, 대홍수, 가뭄 등의 환경재앙으로 시달리고 있다.
이는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일 새벽 한국에 착륙한 제7호 태풍 ‘곤파스’는 10년 만에 최대인 초속 52.4m의 강풍을 동반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번 태풍보다 위력이 더 센 슈퍼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9-10월경에 한반도를 지나 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태풍이 슈퍼태풍의 위력을 지녔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최근 들어 집중호우와 폭염· 열대야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 한반도의 기후변화와 무관치 않다.
21세기의 온난화 현상이 더 빠른 속도로 일어날 것이라는 게 학계의 지론이다. 그러나 만약 갑작스런 변화가 생겼을 때 우리가 이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이번 태풍 ‘곤파스’ 또한 기상청이 경로는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했지만, 속도 예측에서 오차를 보였다.
7호 태풍 ‘곤파스’는 많은 비를 뿌리지는 않았지만 초속 52.4m의 최대풍속으로 시설물에 큰 피해를 냈다. 다행히 곤파스는 한반도에 오래 머물지 않고 동해로 빠져나갔다.
이처럼 기상정보를 예측하기 힘들어진 원인 중 하나는 온난화로 인해 지구의 순환패턴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평균기온은 지난 100년간 0.74℃ 상승했고 한국은 1912년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1.5℃ 상승했다고 한다. 이처럼 온난화의 가속화에는 이산화탄소의 농도 증가가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온실가스의 주원인인 이신화탄소는 메탄보다 대기 중에 잔류시간이 길고 절반가량은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해를 거듭할수록 농도가 높아져 온난화 현상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지난 2007년 유엔산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에서 발표한 4차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대에 지구 평균기온이 1도 상승하며 말라리아 등 열대성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만연한다”고 전망했다.
또한 IPCC는 “기온이 1.5도가 상승하면 최대 17억 명이 물 부족으로 고통을 받고 3천만 명이 기근에 시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IPCC는 “한반도의 경우 지구 평균보다 높은 5도의 온도가 높아지는 등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이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하여 생물 멸종은 물론, 각종 질병과 홍수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며 “지구온난화로 인해 한반도가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온난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일부 기상학자들은 수년 내에 슈퍼태풍이 한반도를 덮칠 가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제주대학교 해양과학부 문일주(해양기상학)교수는 슈퍼태풍의 출연가능성에 대한 근거로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태풍의 강도가 세지고 있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문 교수의 ‘지구온난화와 슈퍼태풍’자료에 따르면 지구온난화에 의한 표층수온 증가로 전 세계적으로 강도가 높은 태풍의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수온상승은 북서태평양을 포함한 전 세계의 태풍파괴력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55년간(1950~2004)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 중에 한국에 상륙한 태풍은 64개로 한해 평균 1.2개가 한국에 상륙하고 있다.
문 교수에 따르면 한반도의 연간 순간 최대 풍속과 일 최대강수량 극값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태풍의 강도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상학자들은 ‘슈퍼태풍’이 언제 올지에 대해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한다. 다만 이번 태풍 ‘곤파스’처럼 태풍의 규모는 작으나 강한 풍속의 태풍이 덮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보다 더 강한 태풍이 우리나라에 온다면 우리가 가진 시설기준, 재해기준으로는 이를 막아낼 도리가 없다는 것을 이번 태풍 ‘곤파스’가 증명해주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지금의 재해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기상청 국가태풍센터는 다음에 찾아올 태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음 태풍은 2003년 ‘매미’나 2002년 ‘루사’보다 더 크고 강한 ‘슈퍼 태풍’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태룡 국가태풍센터장에 따르면 라니냐가 일어난 올해에는 가을 태풍의 위력이 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가을이 되면 태평양의 수온이 전반적으로 내려가며 태풍이 만들어지는 해역도 남하한다. ‘곤파스’가 북위 20도에서 만들어졌다면 다음 태풍은 북위 10∼15도에서 만들어지는 셈이다. 태풍이 남쪽에서 만들어질수록 바다 위를 지나는 기간은 늘어난다. 따라서 구름에 많은 양의 비를 가지고 있게 되는 것이다. 만약 2002년 한반도에 246명의 사망자와 5조1479억 원의 재산피해를 일으킨 태풍 ‘루사’와 비슷한 경로를 따라온다면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 센터장은 “서태평양의 수온이 평년보다 높은 올해 가을, 적도 가까운 해역에서 태풍이 만들어진다면 한반도에 도달할 때쯤 ‘슈퍼 태풍’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며 “태풍이 발생하는 즉시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경로를 예측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가을 기온 높고, 비 많을 듯
기상청(청장 전병성)은 정책브리핑을 통하여 가을철(9∼11월) 전망을 발표했다. 이번 가을철 우리나라의 기온은 평년보다 높겠고 강수량은 평년보다 많겠다. 태풍은 1~2개(평년 0.9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8월 현재 엘니뇨 감시구역(5°S~5°N, 170°W~120°W)에서의 해수면온도는 평년보다 1.2℃ 정도 낮은 저수온 상태를 보이고 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저수온 현상은 여름철에 가장 강하게 나타난 후 해수면온도가 점차 상승하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하반기 동안 약한 라니냐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가을철에 예상되는 월별 기상전망은 다음과 같다.
▲ 9월 상순
-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유지되면서 고온 현상이 나타날 때가 있겠으며, 기온은 평년보다 높겠다.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겠으나, 대기 불안정에 의해 국지적으로 많은 비가 오는 곳이 있겠다. 중순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약화되어 이동성고기압과 기압골의 영향을 받겠다.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겠으며, 강수량은 평년보다 많겠다. 하순에는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을 자주 받아 맑은 날이 많겠으며, 기온은 평년보다 높겠다.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겠으나, 강수량의 지역적인 차이가 크겠다.
▲ 10월
- 이동성고기압과 기압골의 영향을 주로 받겠다. 남서기류가 유입되면서 고온 현상이 나타날 때가 있겠으며, 기온은 평년보다 높겠다. 지역에 따라 많은 비가 올 때가 있어 강수량은 평년보다 많겠다.
▲ 11월
-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맑고 건조한 날이 많겠으며, 찬 대륙고기압이 일시적으로 확장하여 추운 날씨를 보일 때가 있겠다.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겠으며, 강수량은 평년보다 적겠다. 서해안과 영동 산간지방에는 지형적인 영향으로 눈이 내리는 곳이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