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여성들의 피눈물“우리는 동물원의 원숭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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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여성들 ‘北-中-韓’ 탈북 과정 거치며 각종 인권 침해 겪어

[시사포커스=양민제 기자]

탈북자의 인권 침해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또한 최근 탈북자의 70~80%를 여성이 차지하면서 탈북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일부는 성폭행, 인신매매 등 성적 유린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더욱이 언론들이 탈북 여성들의 인권 침해 부분을 성과 관련된 부분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선정적이고 단편적인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최근 한양대 사회학과 이화진(47)박사는 <탈북여성의 북한, 중국, 한국에서의 결혼생활을 통해 본 인권침해와 정체성 변화 과정>이라는 제하의 논문을 통해 실증적으로 탈북자의 인권침해 실태를 다루면서 구조적인 인권문제 등을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시사신문>은 이화진 씨를 만나 실제 탈북여성 인권문제와 그들의 정체성 구축 현황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 박사는 논문은 실제 탈북 여성 11명에 대한 심층면접 내용을 담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그들은 탈북하여 한국에 들어오기까지 중국 등을 거쳤다. 그 과정에서 겪은 결혼생활을 통해 그들은 서로 다른 유형의 인권침해를 받아 왔다는 게 이 박사의 설명이다.

또한 그 과정을 통해 그들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을 구축하는 등 행위의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탈북 여성들의 인권 침해 및 해결 방안을 다각도로 제시했다.

“동물원 원숭이 보듯 하지 마라”
인터뷰에 앞서 이 박사는 최근 자신의 논문과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연구 목적 자체가 탈북여성의 인권문제를 통해 그들의 삶을 하나의 연속선상에서 이해함으로써 그들의 주체성 변화를 고찰하는 것이었다”며 “(일부 언론의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사례들의 부각으로 인해) 논문의 의도가 왜곡됐다”고 토로했다.

이렇다 보니 이 씨는 면접에 참여했던 탈북 여성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이번 연구의 계기에 대해 이 박사는 “원래 여성학과 사회학을 전공해 기본적인 관심이 있었다”고 전제하고, “특히 ‘탈북자의 여성화’를 주목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탈북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70~80%에 달하면서 여성의 입장에서 탈북 문제를 바라볼 필요성이 제기된 것.

그는 “기존의 탈북자 문제는 정치적으로 다뤄졌는데, 최근 탈북자들이 여성화, 이주민화 된다는 점을 주목했다. 또한 그들의 여성 관련 정책이나 지원제도 등에 대한 논의가 충분치 않다는 점이 눈에 밟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박사는 “그동안의 탈북자 문제는 언론 등에서 자극적인 소재거리로 전락해왔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띄엄띄엄 사례만 나열하는 것보다 한 개인의 삶의 과정을 전반적으로 훑어보는 것이 더 의미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몰성(沒性)적인 탈북자 인권 문제는 정치적인 사회 활동에 중점을 뒀지만 여성 탈북자 인권 문제는 성적으로 대상화 돼 ‘어떻게 당했다’가 중심이었다고.

그는 “탈북 여성들을 동물원의 원숭이 취급하지 말라”며 “자극적인 소재거리로는 이제 식상하지 않나. 그들의 삶을 풀어헤쳐봄으로써 앞으로 그들의 성공적인 국내정착을 위한 발판을 살펴보는 과정이 우선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또 이 박사는 “인간의 경험이라는 것은 끊어짐 없이 지속적으로 연결된 것”이라며 “북한, 중국, 한국으로 공간적인 차이는 존재하지만 북한에서 살았던 경험이 중국에서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또 한국에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그는 “다른 공간에서 다른 (인권 침해)경험을 했지만 그것을 통해 탈북 여성들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탈북여성들과의 접촉을 위해 지난 2007년 복지관에서 정착도우미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도우미가 하는 일은 하나원을 나온 탈북자의 한 가구를 도맡아 지하철 타는 법 등 국내 실생활을 도와주는 것이다. 그는 도우미로서 도움을 주면서 친분을 쌓았고 마음을 열기 시작한 탈북 여성들로부터 실제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이 있을 곳은 어디에?
이 박사는 “논문에 인용된 탈북 여성들은 11명이지만 실제로 만난 이들은 더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들에게 들은 경험담 속에서 ‘북-중-한’ 등의 공간별로 그 차이를 발견해 냈다.

먼저 그에 따르면 탈북 여성들이 북한에서 결혼생활 할 때의 가장 큰 고충은 사회경제적 문제였다. 그는 “북한에서는 국가차원의 가부장 체제가 개인의 결혼 생활에 그대로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기본적으로 북한은 유교식 사회주의로서 세대주 중심의 통치제도를 갖고 있다. 세대주인 남편이 가정의 중심이고, 사회인식과 공적인 제도 속에서도 남자가 중심이기에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의 발단이 된다”고 분석했다.

이 박사는 “북한은 경제적 위기 때에는 여성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경제가 좋아지면 싼값에 (기혼)여성들을 채용한다”면서 “여성은 사회의 안전판 구실을 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세대주에게 하루에 일정량의 배급을 줄 당시, 세대주가 불성실하거나 무단결근을 하면 그 가족까지 모두 (배급을 받지 못해)굶었다”며 “‘여성은 남편에게 소속돼 있다’는 명제가 국가제도(배급 방식)에서 뚜렷이 드러난다”고 전했다.

세대주 중심의 시스템이 주는 침해 사례에 대해서도 이 박사는 주목했다.

“많은 기혼 여성들은 장사 등을 통해 (남편보다 더욱) 가족의 생계 부담을 안고 산다. 이들의 경제활동은 공식적임에도 불구하고 세대주가 아니기 때문에 ‘부업’으로 취급된다.”

그는 “여성들은 혼인 상태에 따라 경제 활동이 달라진다”며 “실제로 미혼 혹은 독신여성은 장사조차 할 수 없다. 만약 (장사를) 하게 되면 물건을 빼앗기고 불법행위로 간주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탈북 여성은 “돈 한 푼도 제대로 못 벌어오는 주제에 남자라는 이유로 남편은 우위를 차지하고, 미혼 여성은 경제 활동을 할 수조차 없는 세상이었다”고 토로했다.

북한에서의 여성 인권침해는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정치적인 풍토에서도 계속된다. 실제로 이 박사가 만난 한 탈북 여성은 북한에서 일방적으로 한 남자가 쫓아다녔다고 한다. 결국 성폭력 당해 임신을 한 이 여성은 ‘혼전임신을 하면 사회적으로 정숙치 못한 여자’라는 사회적인 풍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례를 소개했다.

또한 법보다 김정일의 교시가 더 받들어지는 북한 사회에서 여성들의 인권이 침해 받기 십상이라고. 이 박사는 “예를 들어 김정일이 ‘여성은 28살, 남성은 30살에 애를 낳는 게 좋겠다’는 말 한마디를 던지면 그 나이가 될 때까지 결혼을 했어도 애를 낳을 수 없어 계속 낙태를 해야 하는 식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부장 체제 속에서 남편들에게 폭행을 다하더라도 이혼조차 쉽지 않다는 것. 이는 정부 차원에서 이혼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 박사의 설명이다.

그는 “아내에 대한 폭력이 당연시되기 때문에 웬만한 가정폭력으로는 이혼이 힘들다. 실제로 북한에서 이혼하기 위해서는 담당공무원이 파견 나와 마을직원의 의견을 참고하는 등 확인절차를 거친 후 허가가 된다”면서 “대개는 그 절차가 힘들어서 참고 산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사회경제적 인권 침해를 견디지 못하고 중국으로 떠난 탈북 여성들은 또 다른 인권침해를 겪게 된다. 바로 ‘신분 노출과 폭력의 문제’. 중국으로 팔리다시피 넘어간 탈북 여성들은 북한 사람이라는 게 발각되면 강제소환 당하기 때문에 들키지 않고 숨어 살아야하는 과정을 겪는다. 대개는 강제송환에 대한 불안감, 위축된 삶, 감금 등의 침해를 당한다.

그 과정에서 남편의 폭행은 여지없이 등장한다.

이 박사는 “한 탈북 여성은 자신을 다른 조선족 남자에게 팔아넘기 겠다는 남편의 말에 저항했다가 칼에 찔리기도 했다”며 “이 탈북 여성은 인근에 친하게 지내던 북한 여성이 사라졌다는 이유로 책임을 지고 낫에 손이 찍히는 깊은 상처를 입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고충은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 박사는 “흔히들 탈북 여성들이 한국으로 들어오면 인권 침해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심각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한국에서 받는 인권 문제는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이다. 그에 따르면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로 ‘빨갱이’로 낙인찍히고 무조건적인 적대감을 받는다는 것. 한 탈북 여성은 시댁 식구로부터 ‘‘빨갱이’가 시집와서 우리 집에 지장을 준다. 혹시 간첩 아니냐’고 손가락질 받기 일쑤라고. 이 박사는 “이는 시댁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반적으로도 북한사람이라는 이유로 그들을 무시하거나 미워하는 풍토가 만연해 그들의 인권침해를 야기한다”며 한국내 탈북 여성들에 대한 심각한 인권 침해 문제를 지적했다.

사회전반적인 ‘이해’ 필요
이 박사는 “그들은 지속적으로 폭행 등 인권침해를 당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기보다는 북한에서 중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그들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탈북 여성들은 전반적으로 ‘북-중-한’을 거치면서 남편들이 자신들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며 “자신의 존재를 점점 더 특별하게 느꼈다”고 전했다.

이 박사에 따르면 북한에서의 여성들은 대체로 인권 침해를 수용하는 소극적 대응을 보였다. 폭행을 당하고도 이혼조차 쉽게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들은 중국행을 결심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대응책이었다.

이 박사는 “중국에서 인권 침해를 당했을 때 탈북 여성들의 대응은 조금 달라진다. 대체로 중국남성이 북한남성보다 가부장적인 성향이 덜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하고, “돈을 벌어오고 부엌일도 해주며, 때론 북한에 남아 있는 여성의 가족을 데려와주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물론 중국남성에게 폭력을 당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러나 일부 탈북 여성들은 무조건적으로 침해를 수용하기보다 그것으로부터 주체적으로 도망가거나 중국 생활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또한 탈북 여성들이 한국에 들어오면 강제 소환 등에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가부장적 성향이 크지 않는 사회 풍토 속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서서히 찾아간다는 것이 이 박사의 설명이다.

그는 “자신의 신분을 되찾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에서 스스로에 대한 존재의 중요성을 느끼기 시작한다”고 탈북 여성들의 남한에서의 변화 과정을 전했다.

이어 그는 “이처럼 탈북 여성들은 외부적 환경과 제도적 변화를 한 몸으로 겪는다”며 “그들의 삶을 연속선상으로 보면 그들이 인권 침해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찾을 수 있다”면서 “그들은 분명 변화했다. 본인 스스로를 중요시하게 됐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더불어 이 박사는 탈북여성들의 성공적인 국내정착을 위한 보호대책에 대해 조언했다.

그는 “하나원에서 나오면 집배치를 받는다. 20대의 한 탈북여성은 시골에 집을 배치 받았지만 그곳에서 자신이 생산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을 깨달았다”며 “결국 집은 시골에 두고 서울로 따로 올라와 공장 생산직에 취업해 일을 하고 있다”면서 “그들의 입장을 충분히 생각해줘야지 않겠나. 지원 여력상 시골에 정착시킨다면 그곳에서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한다”고 정부 당국의 세심한 배려를 당부했다.

이어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호기심으로 그들의 경험을 일회성 흥밋거리로서 듣는 것, 북한을 정치적으로 고발하고자하는 의도는 이제 그만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이 박사는 “‘우리와 탈북자들은 똑같다’는 관점을 가지면 흥밋거리로 전락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아닌 그들이 말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로의 사회적 전환이 요구된다”면서 “폭넓은 탈북자 지원 시스템이 하루빨리 구축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현재 그들에 대한 고용지원 시스템은 전무하다. 실례로 중국에서 강제소환 당하지 않기 위해 그들은 목숨을 걸고 중국인과 같이 생활한 바 있다”며 “이로 인해 중국어를 구사하는 데 있어서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특징 등을 반영해 그들의 일자리를 유인하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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