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전당대회 ‘룰’을 둘러싸고 계파간의 대립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 도서관에서 개최된 ‘민주당 수권정당을 위한 과제, 10.3 전당대회를 어떻게 치를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계파간의 갈등이 확연히 드러났다.
특히 이번 토론회에서는 지도부 구성, 선출방식, 당권 대권 분리 등 전대 핵심쟁점을 두고 열띤 토론이 이어졌으며, 다양한 의견에 대해 심도 있는 대안이 제기되기도 했다.
토론회 발제자로는 전병헌·문학진 의원, 조성준 전 의원이 나섰으며, 종합 토론에서는 김수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손혁재 한국 NGO학회 회장, 정해구 성공회대 정치학과 교수 등 원외인사들이 초청됐고, 이춘석 의원, 윤호중·최재천 전 의원도 참석해 뜨거운 논쟁이 펼쳐졌다.
10월3일 치러지는 전당 대회를 불과 한달 앞두고 각 계파가 사활을 걸고 대결을 펼치고 있는 ‘전당대회 룰’의 내용은 과연 어떤 것인지 전격 해부해 본다.
이번 토론회에서 드러난 ‘전당대회 룰’의 핵심 쟁점 사항은 세 가지로 요약되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지도부의 구성 방법, 선출 방법, 임기가 그것이다.
먼저 지도부 구성 방법은 2가지 안이 마련되어 있다.
이를 보면 현행대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하여 선출하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와 최고위원 선거결과 1위가 당 대표가 되고, 2위부터 다득표 순으로 최고위원이 되도록 하는 순수집단지도체제이다.
정세균·손학규 단일성체제 지지
정동영 순수 집단지도체제 선호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찬성하는 측은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당 대표의 정치적 권위와 정당성 및 안정적인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권통합과 연대를 추진하기 위해 당 대표의 강력한 리더십 확보가 되어야 하는데 현 시기에 적합하다는 것도 들고 있다.
당 대표의 권한집중 우려는 제도가 아닌 운영방식의 문제로 현행과 같이 최고위원 합의제를 유지함으로써 당대표의 권한 집중 우려를 불식할 수 있다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반면 이를 반대하는 측은 당 대표의 경선 낙선자와 집단이 당무에서 배제되어 당력 집중이 어렵고 1인 독주체제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또 당 대표의 정통성 유지를 위해 결선투표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 경우는 대의원 투표에 의해서만 해결이 가능하므로 당원과 국민들의 의견 반영을 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들고 있다.
순수집단지도체제에 대한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의견도 분분하다.
찬성 측은 당내외 통합과 집권기반 마련을 위해 당내 유력인사 등 다양한 세력이 참여할 수 있고, 동시 선출 제도로 지도부를 구성 공정한 경쟁을 통해 대선 후보자와 당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내 유력인사가 당 운영에 참여함으로써 당의 중량감이 강화된다는 점도 덧붙이고 있다.
하지만 반대 측은 유력인사들이 모두 지도부에 포함될 경우 나눠먹기식 당 운영으로 당 대표의 지도력 발휘가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경험상 당 대표의 권한이 약화되어 끊임없이 지도부가 무너지는 사태가 발생했으며, 권한은 무한대로 행사하려 하나,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도부 선출 방법과 관련 이른바 민주당 ‘빅 3’ 중 정세균·손학규 전 대표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지지하는 반면 정동영 전 대표는 순수집단지도체제를 선호하고 있다.
정세균 대의원 투표, 손학규 여론 조사
정동영 전당원 투표, 천정배 국민직선제
지도부 선출 방법도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되어 각 계파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1안은 대의원 투표 100%, 2안은 대의원 투표 70%+당원여론조사 30%, 3안은 대의원투표+당원여론조사+국민여론조사, 4안은 개방형 전당원 70%+대의원투표 30%를 반영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선출 방법 역시 각 계파와 ‘빅 3’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려 숱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지역위원장 확보에 비교적 자신감이 있는 정세균 전 대표 측은 대의원 투표제를, 밑바닥으로부터 지지 세력이 있다고 믿는 정동영 전 대표 측은 전당원 투표제를, 국민여론조사에서 앞선다고 판단하는 손학규 전 대표 진영은 당원 및 국민여론조사를 합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천정배 의원 측은 “전당대회 흥행을 위해선 대의원뿐만 아니라 일반당원과 일반시민들에게도 투표권을 주어야 한다”며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고 있다.
‘빅 3’의 갈등점은 지도부 임기와 대권·당권 분리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도부 임기와 관련 1안은 김효석 의원이 주장했던 내년 12월 중순 대통령선거일전 1년까지 사퇴, 2안은 2012년 4월경 대선후보 경선 후보자 등록시 사퇴, 3안은 2012년 1월경 대선 후보 경선 후보자 등록 개시일 전 3개월까지 사퇴하는 방식이다. ‘빅 3’는 대권·당권 분리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지도부 임기와 관련해선 입장을 각기 달리하고 있다. 정세균 전 대표 측은 대선 1년 전 사퇴, 손학규 전 대표측은 2012년 4월경 당내 대선 후보 경선자 등록시 사퇴, 정동영 전 대표측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당명 민주를 정체성으로 삼아야”
외부 초청 인사 민주당에 쓴소리
이러한 가운데 이번 토론회에서 각 주자별 인사들은 ‘전당대회 룰’의 핵심 쟁점 사안을 놓고 치열한 논리 대결을 펼쳤다.
정세균 전 대표 측 윤호중 전 의원은 “아침 일찍 체육관에 나온 대의원의 한 표가 중요하다”면서 ‘대의원투표 100%’방안을 주장했고, 손학규 전 대표 측 이춘석 의원은 “국민의 뜻을 반영해야 한다”며 ‘대의원투표 70%+당원여론조사 30%’ 방안 도입을 촉구했다.
쇄신연대 측 인사인 최재천 전 의원은 “한나라당조차도 국민여론조사를 30% 반영하고 있다”며 ‘전당원투표제’ 도입을 주장했다. 외부 초청 인사들의 민주당에 대한 쓴소리도 계속됐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1997년 IMF 경제 위기와 2007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부동산과 아파트 가격이 항상 상승하는 개발 정치와 욕망의 정치가 퇴조했다”고 분석하며 “현재 민주당의 중도적 개혁주의가 이같은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혁재 한국 NGO 학회 회장은 “민주당의 정체성 확립 시도였던 뉴민주당 플랜을 혹평하며 진보 쪽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참여정부 실패는 개혁과 진보의 과잉 때문이 아니라 실천 부족 때문으로, 민주당이 과거 국민적 지지를 받았을 때는 중도 보다 개혁에 방점을 둘 때”라고 말했다.
김수진 이화여대 교수는 “당명에 있는 민주를 정체성으로 삼아야 한다”며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이 추구했던 가치와 노선을 기초로 삼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 교수는 ‘민주당의 진보성 확충’을 요구하면서 수권정당 기반 구축의 일환으로 당 조직 기반의 근본적 재구축, 당원교육 대폭 강화, 사이버 정당 강화, 인재영입 적극 강화 등을 예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