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경찰총수자리…앞날은 ‘가시밭길’
우여곡절 끝에 경찰총수자리…앞날은 ‘가시밭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故 노 전 대통령 유족, 조 청장 고소ㆍ고발…가장 큰 산 검찰 수사 무사히 넘을 수 있을까

▲ <사진> 조현오 경찰청장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많은 문제를 지적받으며 사퇴 0순위 후보로 불렸던 인물, 심지어 국무총리와 장관에 쏠릴 비판을 한 몸에 받아 안으라는 의미에서 ‘청문회 방패막이’로 불렸던 인물인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가 지난 8월30일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경찰청장으로 임명됐다.

국민은 물론 경찰 내부에서 조차 그를 치안 총수로 기용 하는 것은 상실에도 맞지 않는다는 평이 강했다. 위장전입 등 명백한 불법행위가 드러났지만 결국 이 대통령은 그를 경찰청장에 임명했기 때문이다.

넘지 못할 산을 넘어 우여곡절 끝에 경찰총수자리에 올랐지만 그에게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 때문에 고 노 전 대통령 유족이 조 청장을 고소ㆍ고발한 만큼 검찰 수사를 피하기는 힘든 상황인데다 흐트러진 경찰조직 단속과 땅에 떨어진 경찰 이미지에 대한 개선이다. 

 이러한 산적한 숙제를 그가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8월 30일 조현오 전 서울청장이 경찰청장에 임명됐다. 조 신임 청장은 이날 서울 미근동 경찰청 대강당에서 “참으로 멀고 먼 길을 돌아 여러분 앞에 섰다”고 밝힌 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심려를 끼쳐 드렸다. 모든 허물은 나의 부덕의 소치다, 국민과 동료 여러분의 뜻을 받드는 경찰청장이 되겠다”며 취임사를 시작했다.

조현오 “국민 우선 현장 존중”

조 청장은 “경찰편의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조직 운영의 중심축을 국민 우선, 현장 존중에 두겠다”며 “경찰청은 법령과 제도 정비, 처우 개선, 미래 준비에 주력하고 집행업무는 지방청과 경찰서에 과감히 위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사회의 치안 여건을 가장 잘 아는 일선 지휘관의 발상 전환이 절실하다”며 “치안 수요의 양과 질, 치안 현장의 실태를 자세히 분석해 비효율과 낭비를 털어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 청장은 또 "경찰개혁도 가일층 속도를 내야 한다"며 "한국경찰의 이미지와 신뢰를 훼손하는 부정적 요소를 말끔히 걷어내고, 일부의 부정부패와 비리, 불친절과 무성의한 업무태도를 근본적으로 쇄신해서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낸 만큼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기존 경찰조직 내부에서 문제가 됐던 성과주의를 지속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조 청장은 “경찰이 인권의 일차적 보루가 돼야 한다”며 “제2, 제3의 양천서 사건은 더 더는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고 밝혀 성과주의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도 경계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그는 과잉수사와 무분별한 검문검색, 과도한 물리력 동원의 경우 업무 효율을 저해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관심이 모아졌던 ‘경찰 성과주의’에 대해서는 “여러분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으로 승화ㆍ발전시키는 등 다 같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 조직문화’를 정착시켜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가장 경찰다운 경찰은 가장 인권에 충실한 경찰관”이라며 “수사과정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서민친화적인 치안행정을 통해 억울한 사람, 소외받는 이웃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취임사에서 밝혔던 것처럼 청문회 전부터 그의 발언은 파문을 일으켰고 그로 인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많은 문제를 지적받으며 사퇴 0순위 후보로 불렸던 인물이었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경찰총수의 자리에 오른 조 청장의 앞길은 가시밭길이다. 그가 경찰총수가 되었다고 해서 그의 앞날이 순탄하지 만은 않다는 것이다. 경찰 조직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성과주의에 대한 내부 반발이 거센데다 임명 과정에서 경찰대와 비경찰대의 ‘권력 암투설’까지 더해져 인사청문회장을 달구기도 했다.


그의 리더십은 이미 바닥에 떨어졌고, 일선 경찰들조차 ‘경찰조직의 동요가 생각보다 크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다. 여기에 ‘노무현 차명계좌’ 발언 관련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된다면 최악의 경우 현직 경찰총수가 기소되는 불명예를 겪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야권의 사퇴압력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넘어야 할 가장 큰 산 ‘검찰 수사’

여기에 조 청장이 당장 넘어야 하는 산이 있다. 검찰 수사다. 조 청장의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 때문에 고 노 전 대통령 유족이 조 청장을 고소ㆍ고발한 만큼 검찰 수사를 피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조 청장은 경찰청장직을 유지하기 위해, 검찰 수사에서 무죄를 인정받기 위해 결정적인 근거를 검찰에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청문회 때도 공개하지 못한 근거를 검찰이 수사한다고 내놓기는 어려운 탓이다. 특히 관련 수사를 담당했던 대검 중수부가 이미 “노 전 대통령에게 차명계좌는 없다”고 밝힌 상황에서 검찰이 “조 청장을 조사해보니 차명계좌가 있더라”며 말을 바꾸기도 힘들 것이다.


때문에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현 단계로선 혐의가 확정될 경우 사법처리 가능성도 있어 그의 거취도 가변적일 것으로 보인다. 조 청장도 앞서 청문회 자리에서 차명계좌 관련 질문에 대해 “제가 대답할 사안이 아닌 것 같다”고 모르쇠로 일관해 해당 사실은 검찰이 밝힐 일이라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수사결과에 따라 사퇴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검찰 수사결과, 조 청장의 혐의가 인정될 경우 사퇴 압박이 재연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검찰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조 청장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물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유족 및 노무현재단 관계자 등 고소ㆍ고발인 조사조차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조 청장이 이미 경찰 총수로 임명된 상황에서 검찰이 과거 현직 경찰청장을 소환조사한 전례도 없는 터라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청장이 풀어야 할 두 번째 숙제는 흐트러진 경찰조직을 추슬러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왜냐하면 조 청장이 강조한 ‘성과주의’로 인해 일선 경찰들은 피로감이 누적되며 조직 내 불만이 고조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장 시절 터진 채수창 전 강북경찰서장의 항명파동 여파가 채 가시지 않았다. 그가 추진한 실적주의 등에 대한 내부의 반발 기류도 여전하다.


13만여명의 경찰을 통솔해야 하는 청장 입장에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서울 시내 경찰서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청문회를 보니 위장 전입하고, 돈 받고 온갖 범법 행위를 저질렀더라”며 “경찰 수뇌부로 모시기엔 부적합하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또 “그런 사람이 지금껏 경찰 자질을 강조하고 범법 행위 하지 말라고 얘기해온 건 모순 아니냐”고 꼬집었다. 경기도에 근무하는 한 경찰도 “경기청장으로 있을 때도 실적주의를 너무 강조해서 1년 내내 시달렸다”며 “그래놓고 ‘양천서 고문 사건’ 때는 그런 적 없다고 발뺌하더라”고 혀를 찼다.


그는 특히 “청문회에선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하길래 황당했다”며 “이런 상황을 두고 어떻게 일선 경찰들이 존경하고 따르겠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채수창 전 강북서장의 항명 사태나 경찰 내부교육 동영상 유출 사건 등으로 표출되며 조직내부 기강 해이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보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실추된 경찰 이미지에 대한 개선 역시 조 청장의 몫이다. 양천서 피의자 고문사건, 항명 파동 등 경찰에 대국민 이미지가 어느 때보다 좋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경찰의 최고 수뇌부인 조 청장 역시 청문회 과정에서 위장전입, 거액의 조의금 등 도덕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국민의 신뢰’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 청장은 시작부터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한 것이다.


때문에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 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 청장의 변화된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취임식에서 스스로 밝힌 것처럼 경찰이 ‘인권의 일차적 보루’가 되고 ‘수사 과정에서 신뢰성과 공정성’을 확보해 추락한 경찰의 대외 이미지 개선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시민 “조현오 사퇴할 때까지 투쟁 할것”
경찰대와 비경찰대 '권력 암투설' 잠재한 뇌관

▲ <사진> 조현오 경찰청장 파면을 촉구하는 촛불시위
한편 ‘조현오 임명 강행’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야당은 조 청장에 대한 임명철회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특히 국민참여당은 조 청장의 파면을 촉구하며 천막농성에 들어가는 등 격렬하게 반발했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전 장관은 지난 8월31일 오전 CBS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조현오씨가 사퇴할 때까지, 경찰총수로서 자질이 없는, 또 범죄행위가 있는 사람을 경찰청장으로 임명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그러면서 “경찰총수로서는 아주 적합하지 않은 분을 이명박 대통령께서 자기가 신뢰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끝까지 밀어붙인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여기에 노무현재단과 민주당 등 야5당은 1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을 한 조현오 경찰청장의 퇴진과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시민대회를 지난 3일 열었다.


노무현재단은 “조현오 경찰청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할 15만 경찰의 최고책임자가 될 자격이 없음이 분명하게 드러났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인사를 강행했다”고 말했다.
 

재단은 시민대회의 슬로건으로 ▲범죄자 조현오는 즉각 퇴진하라 ▲검찰은 조현오를 구속수사하라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하라 등을 내걸었다.

 

취재/ 이행종 기자
st12@sisatoday.com

사진/ 이광철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