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뿐 아니라 야권도 ‘긍정적’ 평가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이후 총리 내정에 고심하던 청와대가 끝내 호남 총리를 내정했다. 바로 법조인 출신인 김황식 감사원장이다. 앞서 김 전 후보자가 ‘양파 총리’라는 오명으로 낙하면서 청와대는 심각한 인물난에 허덕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총리 후보자가 도덕적 흠결로 또다시 낙마하는 사태가 벌어질 경우 이명박 정부 집권 후반기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철학으로 ‘공정한 사회’를 천명한 만큼 청와대로선 총리 인선에 힘겨울 수밖에 없었던 처지였다.
당초 김 전 후보자가 낙하면서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이 3배수로 올라 검증에 나섰지만 맹 장관이나 임 실장 등은 8,8개각으로 발탁된 만큼 김 후보자가 내정됐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김 원장은 대법관을 지낸 법조인 출신으로서 법조계 내부에서 신망이 높고, 1972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정통 법관 코스를 밟아 도덕성과 청렴함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터라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법관의 길 걸어온 ‘김황식’
청와대는 지난 16일 오후 3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김황식 감사원장의 총리후보자 내정 사실을 발표했다.. 김 총리후보자는 전남 장성 출신으로 법원행정처 차장과 대법관을 거쳐 현재 감사원장으로 재직중인 법원 고위공직자 출신이다.
만일 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이명박 정부 들어 첫 호남 총리가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48년 생으로 전라남도 태어난 김 후보자는 호탕한 성격에 대인관계도 원만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 후보자는 1972년 제14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후 법관의 길을 걸었다. 서울지방법원에서 처음 판사생활을 시작한 뒤 지난 2008년 9월 감사원으로 자리를 옮길 때까지 줄곧 법관으로 지내왔다.
또한 광주지법원장 시절 직원들과 매일 e메일을 주고받았고 직원들이 이를 모아 ‘지산통신(芝山通信)’이란 책을 발간할 만큼 적극적인 대인관계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내부 소통을 중요시하는 김 후보자는 직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조직내의 불편사항들을 해소하는 등 직원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법관시절 김 후보자는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서울고등법원 판사를 거쳐 전주지방법원·서울가정법원·서울형사지방법원 등에서는 부장판사로 일했다. 이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와 법원행정처 법정심의관, 법정국장, 기획조정실장 등 법원 내 요직을 두루 거치기도 했다.
판사로서 그는 ‘부동산등기’ 및 ‘독일법’ 분야에 정통하다는 인정을 받았다. 형사 피고인의 인권 보호에 쏟은 각별한 관심도 함께 평가를 받았다.
현직 대법관으로서 행정부로 옮기는 데 따른 비판을 무릅쓰고 감사원행을 택한 이후에는 ‘법과 원칙을 바로 세워 국리민복에 기여하는 감사’를 운영 기조로 내세우며 공직기강 확립 등에 기여했다.
아울러 감사원장 취임 2주년을 맞은 최근에는 “서민들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들의 어려움을 없애기 위한 서민밀착형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의욕을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낙마한 이후 총리후보로 줄곧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감사원장 직무를 열심히 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며, 그 점만을 생각하고 있다”고 감사원장 직무에 애착을 보인 바 있다.
◆도덕적 흠결은?...인사청문회 무난히 통과할 듯
문제는 도덕적 흠결이다. ‘김태호 사태’에 휩싸였던 만큼 여당이나 야당도 이 문제를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김 후보자의 경우 깨끗한 공직자로 소문이 나 있는 만큼 흠결을 잡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 내정자가 군면제를 받은 점이 청문회에서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양쪽 눈의 시력 격차 때문에 정당하게 군면제 대상이 된 만큼 이명박 대통령이 제시한 공정한 사회란 기준에는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해 무난한 청문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총리의 출신지가 호남이란 점도 청문회 통과에 적지 않은 이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김 후보자로 내정소식에 “전남 출신인 그의 임용은 지역 화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안형환 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을 통해 “김 후보자는 사법부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 신망을 받아왔고 감사원 재직 시절에는 뛰어난 행정능력을 보여주신 분”이라며 “사법부와 행정부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총리직도 훌륭하게 수행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제 야당도 총리 후보자에 대해 정치공세적, 인신공격성 흠집내기를 지양하고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고 국정운영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민주당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민주당은 “이 정부가 계속 비판을 받아왔던 지역간 불균형 인사, 영남 독식 인사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밝혔다. 조영택 비대위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대법관, 감사원장 등 주요 공직을 거치면서 상당한 검증이 이뤄진 인물로 평가하고 있지만 국회 청문 과정을 통해 더욱 엄격한 검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의 예스맨이 아니라 헌법상 내각을 통할하는 지위에 있는 총리로서 책임있는 직무수행 여부가 인사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황식, 추석 민심 파고들까
일단 청와대 측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자체 인사청문회에 오른 김황식, 맹형규 등 후보자들을 놓고 자질을 검증한 결과 김황식 감사원장은 재산형성 과정에서 특별하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며 “특히 호남 출신으로 지역안배에도 적임이라는 평가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지난달 29일 인사청문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제기돼 낙마한 뒤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기조로 천명한 '공정한 사회'에 적합한 인물을 총리 후보로 물색해왔다.
김 후보자 외에도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3배수 후보로 포함돼 검토돼 왔으나 임 실장과 맹 장관의 경우는 현직에 들어온 지 각각 2개월과 5개월밖에 되지 않아 업무 연속성 차원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임 후보자였던 김 전 지사가 48세로 '40대 젊은 피로의 세대교체' 콘셉트를 가졌었다면, 김 원장은 '안정적 관리형'이자 '세대 및 지역 통합형' 총리의 콘셉트라고 할 수 있다.
김 원장은 감사원장으로서 이 대통령이 내세운 '공정한 사회'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최일선 기관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그의 총리 발탁에는 공직사회 기강을 바로세우는 차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이번 추석연휴를 앞두고 총리 내정사실을 전격 발표한 것도 추석 차례상에 총리후보자가 화젯거리로 올려질 경우 자연스럽게 국민적 검증의 장이 펼쳐질 것이란 기대도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