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영원칙 反하는 직원 ‘MJ 사원’으로 꼬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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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노조 경영 뒤에 숨겨진 삼성의 두 얼굴

삼성 제3의 사원, ‘MJ 사원’ 내막
장기해외출장 강요, 사내메일차단, 빈 책상 지키기…삼성 ‘박 대리’ 가 정신병동에 입원했던 이유는?

[시사포커스=양민제 기자]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경영계 일각에서 ‘신화’라 일컬으며 지속돼왔다. 특히 지난해 ‘쌍용차 노조 사태’에 비해 삼성 측은 ‘무노조 경영’으로 재빠른 경영방침 전환이 가능해 글로벌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 등을 보였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삼성전자의 ‘무노조 경영’이 최근 뭇매를 맞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형성된 ‘무노조 경영’이 아닌 외압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무노조 경영’ 시스템이라는 주장이 제기됨에 따른 것.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은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반하는 사원들은 문제(MJ)사원으로 일컬으며 개별적으로 관리 통제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최근 삼성전자에서 일하던 근무자에 대한 비합리적인 처사가 ‘무노조 경영’을 유지하기 위한 조직적인 계략이었다는 주장이 일면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9일, 삼성전자의 노사협의회 위원이었던 박 모 대리가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이것을 두고 삼성일반노조 측은 삼성이 박 대리를 고의적으로 ‘왕따 근무’를 시키면서 야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장에 따르면 삼성전자 측이 박 대리가 노조를 설립할 인물로 지목했기 때문이라는 것. 즉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에 어긋날 수 있는 요주의 인물로 지적됐다는 이유로 한 개인이 조직적인 횡포에 무참히 짓밟혔다는 것이다.

박 대리 '왕따' 근무…무노조 경영 위한 조직적 횡포
지난 15일 ‘박 대리 사건’에 대해 이와 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과의 인터뷰에서 사건을 내막을 들어봤다. 김 위원장은 “박 대리는 삼성전자 무노조를 위한 노동자 탄압의 희생양”이라고 잘라 말하며, 그간 박 대리에게 있었던 정황에 대해 설명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삼성 노사 협의위원회인 한가족협의회 위원이었던 박 대리는 현장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인격 등을 지켜나가는 데에 힘을 쏟았다고. 이 모습을 본 삼성전자 측은 노동자들의 힘이 결집되는 데에 박 대리가 구심축이 되고 있다는 판단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즉 무노조 경영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는 삼성에선 박 대리는 요주의 인물이 아닐 수 없다는 얘기다. 이후 지난 7월 박 대리는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던 때 직원들의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한가족협의회의 행사에 불참했고, 회사는 이에 대해 한가족협의회에서 면직시켰다.

또한 사측은 박 대리에게 러시아 출장을 지시했다. 하지만 당시 지시된 러시아 출장은 박 대리가 담당하지도 않은 업무 영역이라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박 대리는 자신이 업무 책임자도 아니었고 건강도 좋지 않아 병원 진단서 등을 제출하면서 해외출장을 거부했으나 회사는 받아 들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병원 진단서를 보고난 후에도 회사 측은 “40대면 누구나 있는 질병”이라면서 해외 출장을 계속 요구했다고. 결국 박 대리는 끝까지 출장을 거부했다. 이후 박 대리가 출장을 거부하면서 지난 7월 28일 징계조치를 받게 됐다고. 또한 곧 박 대리의 책상은 파트장 옆으로 옮겨졌고, 박 대리는 목 디스크 상태에서 하루 8시간동안 컴퓨터도 없는 빈 책상만 지키게 됐다. 급기야 사내메일까지 차단되는 등 ‘왕따 근무’의 수모를 겪어야 했다.

결국 이 같은 회사 방침에 박 대리는 우울증과 급성스트레스 등을 진단받고 의사의 권유로 지난달 9일 정신병동에 입원했다. 약 한 달 후인 지난 4일 박 대리는 ‘향후 3개월 정도 통원 및 약물치료 등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다행히 증상이 많이 호전돼 회사생활이 가능하다’는 진단을 받고 퇴원해 다시 회사로 복귀했다. 그러나 아직 고혈압, 간질환, 현기증 등의 질환이 있어 과도한 스트레스를 피해야하는 상황이다.

이에 김 위원장은 “지난 13일부터 다시 출근하고 있는 박 대리는 몸무게만 5kg나 빠졌다”면서 “의사 소견으로는 박 대리가 건강이 호전돼 일은 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탄압을 받지 않고 정상적으로 일을 한다고 해도 시간이 필요한 실정이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박 대리는 나름대로 회사에 적응하려고 노력중이지만 회사에서 당장 일을 주지 않는다”며 “책상 위치만 바뀌었을 뿐 사내메일도 여전히 차단돼있고, 입원하기 전후 상황이 변한 게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그는 “앞으로 회사 측에서는 박 대리에게 병원 진단서 내용에 근거해 계속 쉬라고 권유할 것으로 본다”며 “이는 그를 배려해서 쉬게끔 해주는 것이 아니라 현장과 격리시키기 위한 방안일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견했다.

김성환 “박 대리 사건은 삼성의 무노조 원칙위한 탄압”
김 위원장은 박 대리 사건에 대해 “삼성의 무노조 경영 사수를 위한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본질적인 문제는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회사 운영방침으로 하고 있다는 것에서 발단이 됐다”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삼성 측은 ‘박 대리가 한가족협의회 위원 당시 현장 노동자를 위해 활동한 모습을 토대로 그가 앞으로 노조설립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했을 것”이라며 “특히 내년에 시행될 복수노조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이를 사전에 차단키 위해 박 대리를 문제 사원으로 규정하고 해외 출장 등을 빙자해서 탄압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이렇게 삼성 내에서 낙인찍히는 인물을 ‘MJ 사원’이라 부른다고. ‘문제’라는 단어의 앞 글자만 따와 속어로 일컫는다는 것이다. 그는 “‘MJ사원’으로 낙인찍힌 일부 노동자들은 급작스럽게 해외로 강제 출장 보내지고, 휴대폰을 불법 복제해 추적당하는 등 무노조 경영 원칙을 위해 개별적으로 문제 사원을 관리 통제하는 행위”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그는 “현재 삼성전자 내에서는 박 대리를 잠재적인 MJ 사원으로 본 것”이라고 전제하고 “사내메일은 단순 업무용이 아닌 사원 간의 문제나 정보를 나누는 통로다. 그것을 차단했다는 것 자체가 조직에서 소외시킨 것이다. 나아가 차단 이유에 대해 회사에서도 정확히 제시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이는 삼성전자라는 우월한 위치에서 조직적으로 힘없는 개인을 인권적으로 폭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 무노조 경영 사수 위해 관리 통제
김 위원장은 삼성의 ‘무노조 경영’ 시스템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삼성은 ‘무노조경영’이라는 방침 아래 움직인다”면서 “삼성 재벌의 무노조 경영을 유지하기 위해 전반적으로 ‘무노조 경영’ 시스템을 주입시키고 그 가운데 생길 수 있는 MJ 사원들은 박 대리처럼 개별적으로 집중 관리 통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그는 지난해 11월 실시한 ‘임원간부와 대리사원’ 전 사원 특별교육을 근거로서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특별교육은 1박 2일 동안 펜션을 예약해 삼성 측 임원 등 6만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주요 내용은 복수노조에 대비해 무노조에 대한 신념을 확실히 하라는 것이었다”고 논했다.
실제로 그가 건네준 11월 특별교육 일정표에는 ‘복수노조 시행과 기업의 영향’, ‘노조활동의 병폐’, ‘복수노조와 기업경영의 변화’ 등을 주제로 한 세션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또 “이러한 교육 등은 삼성전자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각 계열사에서 이미 진행했거나 진행되고 있다”면서 “복수노조에 대비해 전사적 차원으로 교육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삼성재벌의 무노조 경영 유지를 위한 교육과 탄압 등의 행위는 일종의 사회적 범죄행위”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삼성일반노조 “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결사 자유 탄압 말아”김성환 위원장은 향후 대책에 대해 “조직 건설이 완수되는 날까지 지속적인 투쟁 뿐”이라며 “당하면 대응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원칙으로 노조를 인정 안하는 것은 상관없다”며 “단 법으로 보장한 노동자들 결사의 자유는 탄압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그는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노동자 결사의 자유를 물리적으로 탄압하고, 공권력과 결탁에 인위적으로 막지 말라는 것”이라면서 “치사하고 폭력적으로 막으려고만 하는 자세는 옳지 않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그는 “최첨단 시대라 일컫는 현 시대에 무엇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시대 아니냐”고 반문하고 “이번 박 대리에 대한 삼성 측의 행위는 이에 반하는 행위다”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삼성 측은 무노조 경영, 족벌세습경영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많은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삼성 일가의 권력과 영화를 위해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을 고집하고 있다”고 논했다. 그는 또 “‘삼성에는 노조가 없다’는 명제보다는 ‘현장 노동자들이 노조 자체를 원하지 않고, 노사위원회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삼성에는 노조가 없다’라는 명제가 옳은 것”이라고 설명하고 “이러한 주장을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사측의 자세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  삼성전자 "박 대리 건과 무노조 경영 연관 없어"  ◈

삼성전자 관계자는 16일 본지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박 대리 건'과 '무노조 경영' 간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그는 “삼성전자 측에서는 두 건 사이에 그 어떤 관계도 없다"면서 '무노조 경영'과 관련된 질의는 일체 답변을 거부했다.

그는 또“박 대리는 해외 생산법인 제조기술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출장이 잦은 상황”이라며 "박 대리는 러시아 출장 건에 대해 징계 받은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박 대리가 건강상의 이유를 대며 러시아 출장은 가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진단서를 제출했지만 회사나 상사 입장에서는 충분치 않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에 삼성전자 측은 조금 더 종합적인 진단 내용, 구체적인 것이 명기된 것(진단서 등)을 요청했던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러던 중 박 대리가 병가를 내고 입원을 한 것일 뿐, 러시아 출장 불이행으로 징계를 내리진 않았다"고 언급했다.

관계자는 또한 "다만 박 대리는 엄부상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고 평가될 때 업무 조정 혹은 다른 부서로의 이동 등을 명할 수 있는 '직무 대기 상태'"라고 덧붙였다.

본지기자가 사내메일차단의 이유에 대해 묻자 “직무 대기 중 사내 메일은 당연히 사용 중지된다. 이는 소위 ‘왕따 근무’로 언급되는 것 때문이 아니라 ‘사내 규정’에 의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왕따 근무’ ‘왕따 업무’등의 말이 간접 표현으로 쓰이고 있는데 절대 사실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난 13일부터 다시 출근한 박 대리에 대한 대우를 묻자 “박 대리가 현재 업무 조정을 요청하고 있어 인사과 측에서 그것을 검토 하고 있는 중”이라며 “현재 박 대리는 회사에 복귀했고 징계 받은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업무를 준 것이다”고 답했다.

한편 지난해 11월에 진행된 특별교육에 대한 질의에는 “박 대리 건과 상관없는 내용이기 때문에 답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삼성일반노조 측이 주장한 것과 같은) 그런 내용은 아니다. 정기적으로 전 직원 사원 등을 교육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정기적 교육 프로그램의 연장선상에 있었던 교육이었을 뿐 ‘노조’관련 내용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혹여나 말하는 도중 나올 수는 있지만 노조 내용이 중점은 아니었다”면서 “일반적인 사원 교육에서 이뤄질 수 있는 세션이며 굉장히 다양한 내용들이 있었는데 ‘비노조 경영’을 위한 교육이라고 할 수 있나”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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