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바깥 행보가 부쩍 잦아졌다. 외부 행사 초청을 마다하지 않는가 하면 당내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그간 정치현안과 대외 행보를 자제해왔던 모습과는 판이하다.
박 전 대표는 지난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대통령 박정희와 리더십’(MSD미디어) 출판기념회에 참석했고, 지난 10일에는 대구지역 당정회의에, 15일에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 시행령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 각각 참석했다.
최근에는 친이계 핵심 의원들과 오찬을 갖는가 하면 당내 여성 의원들과도 만남을 가지는 등 계파를 뛰어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된 모습은 지난달 21일 이명박 대통령과 회동이 전환점이 된 듯하다. 이 대통령과의 회동은 지난해 9월 이후 1년만의 일로, 회동 결과에 대해 서로 만족감을 표시해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사실 그 동안 두 사람은 몇번 만났지만 항상 뒤끝이 좋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번 만남의 경우는 이와 크게 달라 뭔가가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가운데 도덕성 문제로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자진사퇴 하면서 청와대가 후임 총리인선 작업에 들어간 상황. 이런 흐름에 맞춰 당내에선 ‘박근혜 총리설’이 고개를 들고 시작했다. 더 나아가 ‘박근혜 중국특사설’ 등 ‘이명박-박근혜 빅딜설’까지 갖가지 설들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유야 어찌됐건 양측간 화해모드는 완연해 보인다.
◆이명박-박근혜, 무엇을 주고 받았나?
지난 대선 경선 이후 공천 파동을 비롯해 지난해까지는 분당사태로 내몰렸던 세종시 문제 등 각종 현안마다 ‘이명박-박근혜’ 양측간 대립은 일촉즉발 상황이었다. 이로인해 차기 대선도 ‘이명박-박근혜’ 대결 양상으로 굳혀지는 듯 했고, 결국 분당은 불가피해 보였던 게 사실이다.
양측간 앙금이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 속에서 친박계 의원들의 이탈로 친박계 세력은 위축됐고, 조직력이 좌우하는 경선을 통과할 수 있을지에서도 의문 부호가 따라다녔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표는 차기 대선을 앞두고 독자행보를 택할 수밖에 없는 정치상황에 놓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이는 대권주자로서 독보적인 지지율이 이를 예측하게 한다.
분당불가피론이 아직도 존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양측 분위기는 달라졌다. 지난달 21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회동후 양측 모두 만족감을 나타낸데 기인한다. 먼저 정진석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은 “두 사람의 표정이 매우 밝았다”고 했고,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도 화합하듯 “박 전 대표가 회동 분위기가 좋았다고 했다”고 전하기까지 했다. 친이계 공격수를 자청했던 이 의원의 이러한 발언은 당시 기자들도 당황케했다.
여권 안팎에선 역대 어느 회동 때보다 성공적 회담이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은 “사실 두 사람 모두 정치적으로 상호보완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친이, 친박계 나뉘어 격론을 벌였지만 이미 지난 일이고 차기정권 재창출에 힘을 합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두 사람 모두 정치적 이해관계가 꽤 맞물려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권에선 이명박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 협력방안, 개헌문제, 4대강 정비사업과 행정중심복합도시 문제, 한나라당 당내 화합 등 두 사람이 폭넓은 주제를 두고 의견을 교환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후반기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당내에서 일정한 지분을 갖고 있는 박 전 대표의 도움이 필수적이고, 차기 대권을 꿈꾸는 박 전 대표 역시 이 대통령과의 원만한 관계유지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여권 안팎에서는 차기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총리후보로 발탁된 뒤 두 사람의 회동 무용론까지 제기될 정도로 최근 친이와 친박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지만 이번 회동으로 말미암아 양측에 생긴 감정의 앙금이 어느 정도 풀리는 전환됨이 마련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MB 만난 후 얼굴 핀 박근혜
지난달 21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 이후 박 전 대표 행보는 분명 달라졌다. 지난달 23일에는 이 대통령의 직계로 불리는 조해진 김영우 의원 등과 오찬을 함께 했고, 친이계 여성 의원들과 자리를 함께 하는 등 계파를 넘나들고 있다. 지난 친이-친박간 첨예한 대립했던 당시 상황을 비춰보면 파격적인 모습이다.
게다가 박 전 대표는 바깥 행보도 부쩍 잦아졌다. 지난 10일에는 당정 간담회 참석차 고향 대구를 찾고, 15일에는 본인이 발의한 '제대혈 관리 및 연구법' 공청회에 참석한다. 지금까지 잠행 모드였다면 이제부터 외부 공개 활동 쪽으로 모드전환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공개 활동 재개는 곧 2012년 대권 행보 시동을 의미한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표가 차기 대선을 2년 가량 앞둔 시점에서 대권행보의 기지개를 켰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세종시 문제가 박 전 대표의 승리로 귀결됐지만 세종시 논란에 이어 지방선거 과정을 거치며 박 전 대표는 친이로부터 고립됐다.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 박 전 대표는 충청권에 갇혀버렸고, 이마저도 세종시의 직접적인 수혜지역인 충남으로 한정됐다. 자신의 정치적 지지기반인 영남일부와 함께 충남에 고립된 형국이었다.
게다가 지방선거에서 친박계 후보자는 경선에서 대거 탈락하면서 박 전 대표의 입지는 더더욱 줄어들었다. 수도권과 영남에서 세확보에 나섰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친박계의 이탈 조짐을 보이는 등 당내세는 점차 위축됐다. 이러한 정치상황속에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간 전격적인 비공개 회동, 또 서로 만족스런 결과를 얻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것.
그간 위기상황마다 ‘이명박-박근혜’ 양측간 몇차례 회동이 이뤄졌지만 그 결과는 번번이 실패로 귀결됐다. 더욱이 감정까지 상하는 처지에 놓이면서 양측의 갈등의 골은 한층 깊어졌었다.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차기 대권주자로의 인정을 하지 않기 때문 아니야는 게 일반적인 추측이었다. 때문에 이렇게 급격한 화해모드 배경으로 빅딜설이 끝임없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다시 ‘박근혜 총리설’ 등...가능성은 여전
이러한 와중에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면서 박 전 대표의 거취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근혜 총리설이 재차 고개를 들고있기 때문이다. 친박측에서는 또다시 불거진 ‘박근혜 총리설’에 대해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박근혜 총리설’은 지난 2008년부터 여의도에서 수차례 나왔지만 그간 이 대통령과의 불화로 실현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단독회동으로 둘 사이에 온기류가 형성되자 ‘박근혜 총리설’이 다시 힘을 받는 분위기다.
지난달 비공개로 이뤄진 단독회동에서 박 전 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재창출을 위한 국정동반자가 될 것을 약속했다는 얘기가 봇물을 이뤘다. 더 나아가 ‘이명박-박근혜 빅딜설’까지 실체를 알 수 없는 갖가지 소문들이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친박계 한 의원은“이명박 대통령이 먼저 박근혜 전 대표에게 손을 내민다면 박 전 대표가 손을 안 잡을 이유가 없다”라며 “국민들도 박 전 대표가 총리가 되는 것이 좋겠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서 최고위원의 말처럼 어느 정도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에 ‘박근혜 총리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실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게 친박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권에서 박 전 대표의 '총리설'이 불거지는 이유는 두 가지다.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도덕성 문제가 논란이 됐고, 이를 극복하고 대중적인 인지도를 고려했을 때 박 전 대표만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친박계 관계자들은 “지난 대선후보 당시 이미 한 차례 검증을 받은 바 있기 때문”이라며 “대중적 인지도 면 등을 따져봤을 때 박 전 대표만한 카드가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냐겠느냐”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유는 당내 계파갈등 해소다. 지난달 이뤄졌던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도 친이와 친박을 가르지 않고 "박 전 대표가 총리를 맡아 달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박 전 대표가 당내 계파갈등 해결을 위한 최선의 카드라는 점에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힘받은 박근혜...대권행보 ‘가속화’?

이러한 가운데 박 전 대표는 대선주자로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21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을 통해 현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합의한데 이어 23일 친이(이명박)계 의원 3명과 오찬을 함께 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친이 직계 초선인 조해진·김영우·강승규 의원과 오찬을 함께 한 것은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간 친이직계에선 박 전 대표와 이 대통령간 화합분위기를 조성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박 전 대표의 마음이 동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번 오찬은 무려 1시간 40분 정도에 걸쳐 진행됐으며, 이 자리에는 친박(박근혜)계인 김선동·현기환 의원까지도 배석했다.
박 전 대표가 친이계 의원들과 자리를 함께 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오찬을 함께 한 3명의 의원은 이 대통령의 대선 경선 캠프인 ‘안국포럼’ 때부터 수년간 이 대통령을 보필했던 인물들이어서 더욱 관심이 모아졌다.
현기환 의원이 주선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이날 오찬에서 박 전 대표는 친이계 의원들에게 "국회의원이 된 지 2년이 지났는데 어떻게 지냈느냐"며 관심을 표명하고, 외교와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선진국은 전반적으로 모든 분야의 수준이 높아야 한다"는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 아니라 박 전 대표는 미니 홈피와 트위터 등을 통해 정치적 발언을 하는 등 가속도를 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8일에는 역삼동에서 열리는 ‘과학 대통령 박정희와 리더십’ 출판기념회에, 또 15일엔 국회에서 열리는 ‘제대혈 관리 및 연구법’ 공청회에 참석하는 등 외부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 5일 자신의 미니홈피 대문 글을 '‘올바름을 잃음은 집착의 시작이며, 그것은 바로 고통의 시작이다’로 바꿨다. 세종시 수정안 파동 이후 정치적 언급을 자제해온 박 전 대표의 이 글은 ‘딸 특채 논란'’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유명환 장관에 대한 입장을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4일에는 미니홈피 일기장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중 찍힌 자신의 사진과 함께 “상임위 활동을 통해 국가 재정 운용과 관리 등을 잘 살펴서 나라의 재정이 더욱 투명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하면서…”라는 글을 올리는 등 대권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같은 날 미니홈피 게시판엔 “그 동안의 긴 무더위도 가을의 문턱인 9월이 되면서 조금씩 누그러지는 것 같다”는 글을, 트위터에 “어제는 예상 못한 강풍으로 피해가 많았지만, 빨리 지나가서 다행”이라는 글을 각각 올렸다.
2일에는 기재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국가부채와 같은 명시적 재정부담과 공기업부채와 같은 암묵적 재정부담이 급증하고 있다”며 국가재정 운용 투명성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촉구했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외부 전문가들과 공부해온 결과도 조금씩 선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지난 2일 국회 기획재정위 회의에서 ‘중기재정운용계획’과 관련, 국가재정 운용의 투명성 문제를 거론했다.
구체적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기업 모두 국제기준에 따른 재무제표, 미래 재정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지난 6월21일 재정위 첫 회의에서 복지와 국민화합을 중심에 둔 성장을 강조한 데 이어 ‘박근혜표 경제’의 화두를 추가한 것이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최근 국가재정과 경제 등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며 “지난 대선 경선 당시부터 있던 자문단의 규모가 많이 줄어들었는데 이제 다시 구성해야 한다”고 말해, 대권 행보에 앞선 준비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것임을 시사했다.
다른 한 의원은 “박 전 대표가 과거와는 달리 좀 더 적극적으로 외연을 넓히려는 것으로 안다”며 “특강 등을 통해 미래 지도자로서의 외부 활동을 시작하게 될 것이며 시기는 내년 초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또다른 친박계는 대권 시동 관측에 손사래를 친다. 친박계 한 의원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세종시 정국에서 이런저런 (만남) 요청이 있었지만 서로 불편한 부분이 있어서 미뤘던 것을 하는 것”이라며 “소통하는 정도의 의미이지 대권 행보 그런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지율 1위 박근혜,,,손해볼 것 없다
차기 대선을 2년가량을 앞둔 시점에서 박 전 대표의 광폭행보가 대권행보라는 해석은 무리는 아니다.
현재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여론조사 기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일과 3일 양일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장 적당한 차기 대통령감을 묻는 질문에 박근혜 전 대표를 꼽은 응답자가 큰 폭으로 늘었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조사 때 26.8%에서 이달 32%로 5.2%p 상승한 1위였다.
2위는 오세훈 서울시장(8.1%), 3위는 김문수 경기도지사(7%) 등 한나라당 소속 인사들이 뒤를 이었고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5.5%),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5.4%), 한명숙 전 국무총리(4.9%),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4%) 순이었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도 상승세는 주춤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일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5.1%로 지난달 조사에 비해 3%p 하락했다. ‘대통령으로서 일을 잘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44.5%였다.
박 전 대표가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여권내의 잠재후보군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안심할 수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박 전 대표의 당세력이 위축된 상황에서 차기 대선 경선 국면에서 또다시 고전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박 전 대표가 화홥분위기 조성을 위해 최근 친이계 의원들과 접촉을 늘리는 것은 차기 대권레이스를 향한 물밑 행보라는 것은 이견이 없다.
더욱이 이러한 접촉은 당내 화두인 ‘화합’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어서 박 전 대표로서도 굳이 더 이상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다.
뿐만 아니라 과거 ‘이명박-박근혜’ 양자 회동이 그 어느때보다도 날카로웠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회동에서 양측간 서로 원하는 것을 주고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