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전대 ‘대권 경쟁 미리보기’
민주 전대 ‘대권 경쟁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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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정동영-정세균' 3파전

10·3 민주당 전당대회. 새로운 당대표 자리를 두고 당권주자들의 경쟁이 치열했지만 결국 ‘빅3’중 한명이 승리한다는 공식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486 단일화시도와 후보 연대가 변수로 떠올랐었지만 별다른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해 전대 흥행에도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당권주자 토론회를 통한 홍보와 당 내 계파간 갈등을 고조시키며 정치권의 이목을 끌고 있다. 거기에다가 유력한 당권주자인 정세균, 정동영, 손학규 후보 이른바 3인방의 접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상황이라 정치권은 당대표 선출을 통한 민주당의 정치노선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10·3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3인방이 생각하고 있는 집권전략은 모두 다르다. 이처럼 각자 다른 구상을 갖고 선거에 임하는 만큼 누가 당대표가 되느냐에 따라서 당의 정치적 노선도 변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판 키워 승리할 수 있는 대권 후보 만들겠다”

민주당 대표 연임 도전에 나선 정세균 후보의 슬로건은 ‘큰 변화(Big Change)론’이다. 당초 정 후보는 출마를 선언하며 3단계를 통한 대선 승리론을 펼친 적이 있다. 6.2 지방선거가 승리의 1단계이고 2012년 총선이 2단계, 대선이 3단계인 것이다.
지방선거의 승리를 바탕으로 총선에 승리할 수 있다면 몇 달 뒤에 있는 대선까지 기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선거 승리의 핵심적 요소였던 야권단일화와 전국정당화가 총선 때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정 후보가 당 대표 연임에 성공할 경우 기존에 그렸던 큰 그림의 2단계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 후보도 언론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세균 2기 큰 변화’론을 설파하고 있다.
정 후보는 “지난 2년 동안 당 대표를 지내면서 환자였던 민주당의 내실을 다져놓았던 기간이 ‘정세균 1기’였다면 앞으로의 ‘정세균 2기’는 본격적인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의 발언은 당이 큰 변화를 감당해내고 실행할 수 있을만한 때가 온 만큼 ‘정세균 2기’에서는 본격적으로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한, 다른 후보들이 ‘정세균 2년의 민주당’을 ‘최약체 야당’으로 평가하는 데 대한 강한 반론으로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같은 발언 뒤에는 정 후보가 주장하는 민주당의 큰 변화론이 버티고 있다. 정 후보는 큰 변화론에 대해 “판을 키워 승리할 수 있는 대권 후보를 만들고,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것”으로 정의했다.
대권 후보를 만들고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것은 관리형 대표를 자임하여 민주당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 후보는 “지금 있는 몇 사람만으로는 전망이 안 보인다”며 “당 밖에 있는 사람까지 포함한 민주개혁 진영의 큰 판을 만들어 대표선수를 뽑아 내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고질적 약점인 인재 부족과 분산된 야권을 염두에 둔 말이다. 정 후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젊은 인재 양성과 외부 인사 영입, 그리고 야권연대를 통한 체질개선에 나서겠다고 언급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되는 관리형 대표체제의 부정적 견해에 대해서는 “대선에 나가는 사람들이 당권을 잡으면 2012년에 큰 판을 못 만든다”고 말하며 큰 변화론의 타당성을 뒷받침했다.
큰 변화론을 바탕으로 제2단계의 그림을 구상하고 있는 정 후보의 당대표 선출 여부는 손학규 후보가 당 대표에 출마하면서 불투명해진 상태다. 지지기반이 겹치는 손 후보의 출마로 세력이 양분화 됐기 때문이다. 486세력도 단일화를 주장하며 나섰고 지지기반인 친노세력 역시 분열양상을 보이고 있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손학규 “당 대표 얼굴론으로 대권 가시화”

손학규 후보가 전당대회에 출마한 뒤 그의 정체성을 두고 다른 후보들의 공격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탈당하고 민주당에 온 그의 과거를 두고 정통성에 어긋난다며 비난하는 것이다.
이 같은 정체성 비판에 대해 손 후보는 “한심한 소리라고 생각한다. 한나라당 경기도지사를 하던 시절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공개 지지했다. 그로 인해 당내에서 많은 비난을 받았을 만큼 정치 노선에 대해서는 분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손학규의 정체성이 문제였다면 2년 전 대선 참패 이후 당 대표를 하지 말라고 하지 왜 지금 와서 거론하는가”라고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손 후보가 다른 후보에 비해 정체성에 대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한 본격적인 대권행보 가시화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큰 그림을 그려 대선후보를 만들겠다는 정세균 후보와 달리 직접 당의 얼굴이 되어 대권까지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힌 점이 다른 후보들과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춘천에서 오랜 기간 칩거하면서 때를 노려온 손 후보가 단지 당 대표 자리에 머물지 않을 것이란 것을 많은 사람들이 예측했었다. 그런 그가 전당대회를 통해 본격적 대권행보에 들어간 이상 대권을 노리고 있는 잠룡들의 집중 견제를 받을 것은 분명한 일이다.
그러나 손 후보가 이러한 견제를 이겨내고 당대표에 선출된다면 대권을 전면에 앞세우고 나선만큼 그에 대한 보상은 확실할 것으로 보인다.
손 후보는 전당대회에서 화두가 된 진보에 대해 “진보는 실천이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게 진보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게 진보다”고 말했다. 손 후보는 천정배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정의로운 복지국가는 내 정치노선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해 진보의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손 후보가 주장하는 전당대회의 키워드는 ‘당 대표 얼굴론’이다. 손 후보는 총선 때 다수당을 차지한 당수가 총리가 되는 영국의 예를 들며 대통령이 될 사람이 당의 얼굴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는 이번 전당대회를 미리 보는 대선 경선전으로 규정했다. 실제로 손 후보가 대권을 부상시키며 집권을 강조하고 있어 다른 후보들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집권을 한다는 방법론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먼저 대권을 가시화했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제시할 수 있는 확실한 정치적 전략이 부족한 것이다. 게다가 그의 지지율이 정세균 후보나 정동영 후보를 월등히 앞서나가지도 못하고 있어 ‘당 대표 얼굴론’을 부각시키기가 힘든 상황이다.
또 높은 대중적 인기와 달리 당 내 조직기반이 약해 독자적으로 큰 힘을 내기가 어려운 것도 고쳐 나가야 할 점이다.

정동영 “정통 민주당으로 정권 되찾아 오겠다”

정동영 후보는 ‘담대한 진보’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3인방 중 가장 많이 집권 전략과 진보노선에 대해 신경 쓰고 있다.
높은 대중적 인지도와 비주류 쇄신연대라는 지지기반 거기에다 젊은 층을 아우르기 위한 트위터 정치의 시작은 정 후보가 많은 준비를 했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정 후보 스스로도 “처음에 시작할 때는 3등이었는데 중간에 2등, 요새 여론조사에서는 내가 선두를 맡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중요하고 특히 대의원과 당원은 조직으로만 움직이지 않는 만큼 나에게 당을 맡겼을 때 연상되는 당의 모습이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될 것이다”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당 대표가 되면 당원의 힘을 응축하기 위해 전당원투표제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집단지도체제 도입도 정 후보의 강력한 요청으로 이루어진 바 있다. 새로운 변화를 통해 당심을 손에 넣겠다는 것이다.
정 후보는 또 “담대한 진보를 통해 무상급식, 무상보육, 노후연금, 아동수당 등을 실현할 수 있는 역동적 복지국가를 건설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집권전략으로는 사회복지부유세 신설을 제안하면서 “역동적 복지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선 재원이 필요하므로 상위 0.1%에게서 부유세를 걷어 10조 원가량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의 사회복지부유세를 두고 당 안팎에선 실현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지만 정 후보는 “유럽은 물론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우루과이도 부유세를 시행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 후보가 집권전략과 정치적 노선을 확고하게 잡았지만 3년 전 대선패배가 뼈아픈 약점이다. 다른 후보들도 이점을 많이 언급하며 공격하고 있다. 이에 대처하는 정 후보의 자세는 정면 돌파이다. 잘못한 것은 확실히 사죄하고 자기 반성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그는 “대선 이후 3년간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이었다”며 “대선에 실패했지만 실패도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패배의 빚을 갚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강력한 정통 민주당을 만들어서 정권을 되찾아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대권도전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정치인에게는 말의 때가 중요하다”며 “지금은 대선이 아니라 강력한 당을 만들어 민심이 ‘민주당에 대안이 있지’라고 하는 것을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정동영 후보의 뒷심에 무게를 두고 있어 당 대표를 두고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3인방의 후보캠프역시 서로 여론조사 결과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나왔다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고 실제로도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서로 간 표차가 오차범위 수준이라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것이 대세이다.
3인방 중 어느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현재의 노선에서 변화를 겪을 것은 분명한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정치노선을 결정짓는 것은 10·3 전당대회가 끝난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유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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