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금세탁규모 100조원대
국내 자금세탁규모 100조원대
  • 송현섭
  • 승인 2005.04.0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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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부패·범죄사슬에 얽혀져
“친밀한 고객관계와 수익에 집착한 일부 금융기관이 자금세탁을 묵인하고 있지만 한번 자금세탁기관으로 낙인찍히면 회사는 물론 국가이미지까지 타격을 입는다” “자금세탁사건 적발규모는 전년대비 25배나 급증할 정도로 불어나는 가운데 지난해 총 106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각종 부정·부패와 범죄사슬에 연루된 국내 자금세탁규모가 100조원대에 이르고 있어 선진경제시스템 구축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세계 10위권 경제력과 어울리지 않게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투명성이 낙후됐다는 국제금융계의 따가운 비판까지 받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서 마약·범죄자금의 펀드편입을 강력 단속, 자금세탁이 어렵게되자 검은 돈의 주인들이 우리나라를 자금세탁의 적지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국제범죄자금의 국내유입을 차단키 위해 FATF(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가입이 필수적인데 취약한 자금세탁방지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전략을 위해서라도 자금세탁 방지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시급한 상황을 맞고 있다. 한편 정부는 우선 금융기관을 이용한 외화의 불법유출과 범죄자금의 자금세탁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관계기관과 협의를 통해 오는 7월부터 금융기관이 보고하는 불법자금·자금세탁 혐의거래를 권역별로 세분화하기로 하는 등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불법적인 외화유출·입과 자금세탁방지제도가 미흡해 은밀하고 신속한 국제범죄자금의 유·출입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며 전면적인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 부정·부패의 고리 전문가들은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세탁은 무엇보다 뇌물을 비롯한 부정·부패사건과 조직적인 범죄들과 직결된 만큼 부패방지차원에서라도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정보분석원 장일석 기획행정실장은 “외국에서의 자금세탁이 마약이나 조직범죄, 테러 등 국제범죄와 밀접한 반면 국내에서는 공직자 부패와 연결돼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친밀한 고객관계와 수익에 집착한 일부 금융기관이 자금세탁을 묵인하고 있지만 한번 자금세탁기관으로 낙인찍히면 회사는 물론 국가이미지까지 타격을 입는다”고 강조했다. 이를 반증하듯 지난 1월 관세청이 발표한 외환사범 단속실적에 따르면 국내 자금세탁규모는 지난 2003년 적발실적보다 25배나 급증, 총 106억원으로 집계되고 있어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작년 외환관련 범죄는 1943건에 총 3조6917억원으로 금액은 55%, 건수는 48%나 급증했고 환치기는 전년대비 5.3배가 늘어난 1조7727억원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더욱이 “자금세탁사건 적발규모는 전년대비 25배나 급증할 정도로 불어나는 가운데 지난해 총 106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향후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금융권 일각에서는 국내 자금세탁방지제도의 취약성 때문에 일부 내·외국계 투자펀드에 국제범죄와 비리 등에 연루된 검은 돈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역시 심각성을 인식하고 각종 제도정비를 서두르고 있지만 지금까지 금융관행으로 굳어진 만큼 실제 거래실태 개선에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만약 국제범죄에 연루된 검은 돈이 각종 투자펀드로 유입돼 자금세탁국가가 되면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계획이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 분할·분산예치 일반화 자금세탁(money laundering)은 불법 무기판매·밀수·조직범죄, 횡령·내부거래, 뇌물수수·컴퓨터 사기 등 범죄에서 얻은 수입에 대해 자금원천을 은폐토록 조작하는 행위를 말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기업들이 비자금이나 탈세를 통해 조성한 자금을 금융기관의 가·차명계좌를 이용, 입·출금하는 과정을 통해 감독·수사당국의 자금추적을 따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자금세탁방식에는 은행에 10억원을 인출하면서 1억원짜리 10장으로 나눠 인출하고 다시 여러 은행에 소액으로 분할해 분산예치과정을 반복한 다음 현금으로 인출하는 것 대표적이다. 또한 현행 금융실명제에도 불구, 은행계좌는 거의 가명으로 개설되고 있으며 소액분할을 거쳐 분산예치를 반복하는데 이용하는 계좌도 가명이므로 인출 후 당국의 계좌추적이 어렵다. 또 단자·투신사가 수표를 모아뒀다가 인출요구시 장부기록 없이 지급하는 관행을 이용해 무기명CD(양도성예금증서) 매입이나 가명계좌에 수표로 입금한 다음 다른 수표로 인출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 같은 자금세탁은 국제적으로 상당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데 고객비밀을 중시하는 스위스 은행들의 경우 국제범죄자금이 몰려 그간 OECD에서 압력을 받아왔다. 특히 테러자금은 물론 불법적인 무기·마약거래에서 국제범죄집단이 자금세탁을 통해 합법자금으로 위장, 각종 범죄행위를 저질러 선진국들간에는 자금세탁 방지협정이 일반화돼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1년 9월 각종 부정·비리와 연루된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특정금융거래정보의보고및이용에관한법률을 제정, 재경부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을 설치·운영중이다. ■ 세계를 떠도는 검은 돈 한편 각종 불법적인 무기·마약거래와 테러 등과 연루된 검은 돈은 전세계의 금융네트워크를 이용해 자금세탁이 자행되고 있어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국제 협력관계가 강화되고 있다. 최근 IMF(국제통화기금) 추산에 따르면 전세계 자금세탁규모는 최소 5900억달러에서 최대 1조5000억달러에 달하며 국내규모는 적어도 100조원수준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문 연구기관이 부재한 국내실정에서는 연구자마다 차이가 많아 최소 23조원부터 151조원에 이르는 등 다양한 통계가 있지만 우리정부의 1년예산에 맞먹는 100조원대가 다수설이다. 그러나 은밀하게 벌어지는 자금세탁 규모를 정확히 집계하려는 시도자체가 무리이며 해당 금융거래자체가 범죄로 연결되는 만큼 적발건수 또는 추산금액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실정이다. 더욱이 최근 금융권의 새로운 트렌드인 PB(프라이빗뱅킹)과 인터넷뱅킹을 이용한 자금세탁까지 급증세를 보여 금융기관들과 감독당국의 근절노력이 병행돼야 하는 시점을 맞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정보분석원 관계자는 “국내외 자금세탁방지제도가 갈수록 강화되는 가운데 프라이빗뱅킹과 인터넷뱅킹 등 전자금융기법에 따른 자금세탁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금융트렌드에 맞춰 유령회사를 이용하거나 투신사 및 파생금융거래 등을 통한 신종기법에 대한 자금세탁 방지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 FATF미가입…불이익 한편 금융권에서는 현행 자금세탁제도 미비와 실태 등을 문제삼아 해외 투자유치가 무산되는 경우나 FATF가입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한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국내 투신운용회사 자산운용팀장은 해외투자를 위한 펀드조성과 자산운용을 위해 외국 자산운용사 담당자와 접촉, 자금운용관련 논의진행과정에서 새삼 놀라운 경험을 했다. 외국 자산운용사 법규담당 직원은 한국은 FATF가입국이 아니라 내부규정에 따라 투자자명단 제출을 요구해왔고 국내 금융실명법상 고객명단 유출이 어려워 결국 투자가 무산됐었다. 더욱이 투자결정이 용케 이뤄지더라도 국내 자금세탁방지제도상 취약점들을 빌미 삼아 외국계 금융기관이 고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실태라고 금융 관계자들은 강조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특히 금감원의 심사통과 여부는 물론 자금출처와 고객별 거래형태까지 파악했는지 조사, 심지어 국내 금융기관에 대해 확약서를 요구해오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한편 FATF(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는 지난 89년 G7(선진7개국) 주도로 설립, 프랑스 파리의 OECD빌딩에 본부가 있고 31개국이 가입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가입을 거부당한 바 있다. 특히 지난 90년부터 국제 자금세탁 방지차원의 국제기준을 설정해 9.11테러이후 규제수위를 높여 40개 기준, 테러자금 국제이동방지관련 9개 기준에 의거해 자금세탁을 규제하고 있다. 아시아국가로는 현재 일본·홍콩·싱가포르 등 3개국이 가입하고 있으며 우리정부도 지난 2001년 금융정보분석원 출범이래 3차에 걸쳐 가입을 추진했지만 관계요건 미달로 실패했다. ■ 정부, 로드맵추진 박차 이와 관련 금융정보분석원 황건일 기획협력팀장은 “우리나라는 FATF 미가입국으로 현재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이동측면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따라서 정부는 상반기내 자금세탁 방지수준 제고차원에서 로드맵을 작성하기 위해 4월중으로 검찰청과 금감원, 국세청, 관세청 등 18개 부처가 참여하는 실무회의를 개최할 방침이다. 또한 지난 1월17일 공포된 개정 특정금융거래보고법 확대시행을 위한 세부대책을 마련키로했으며 금융기관 신규계좌 개설시 확인의무를 강화, 금융전산망까지 다시 구축할 계획이다. 따라서 내년부터 금융기관들은 5000만원이상 고액현금 거래시 금융정보분석원 등 관계부처에 보고토록 의무화되며 카지노를 통한 자금세탁 방지대책 등의 방안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향후 중장기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금융기관을 이용한 외화의 불법유출이나 국제범죄자금의 자금세탁에 대한 감시를 한층 강화해나간다는 방침을 명확히 하고 있다. 특히 재경부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최근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권역별로 혐의거래·정보에 대한 금융기관의 보고의무를 세분화해 불법금융거래를 차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금융정보분석원 관계자는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오는 7월부터 금융기관의 불법자금이나 자금세탁 등 혐의거래 보고의무를 권역별로 세분화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조치로 혐의유형에 따른 판단·보고의무가 명확해져 앞으로 외화유출과 자금세탁을 비롯한 불법적인 금융거래 대부분이 노출·규제가 강화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정보분석원은 혐의거래 참고유형 개정을 위해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9개 검사·감독기관과 관련협회 실무자들로 작업반을 구성, 1차 회의를 개최했다. 따라서 작업반은 오는 5월까지 금융기관 실무차원의 사례나 FIU분석 및 전자금융 등 새 금융기법이나 해외사례를 발굴, 6월에 초안을 마련하고 오는 7월까지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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