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마약 하니? 난 다운로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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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도저’ 온라인 마약 vs 인터넷 상술

[시사포커스=양민제 기자] 지난해 3월, ‘사이버마약’으로 일컬었던 美 아이도저(I-doser)가 최근 개인 블로그나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다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아이도저는 다양한 주파수를 음역별로 나누어 용도에 맞게끔 들려줌으로써 인위적으로 뇌파를 조절하는 MP3 파일이다. 특히 이 파일을 듣고 뇌파가 조절되면 환각 등을 일으킬 수 있다하여 ‘마약’에 비유되곤 한다.

국내에서는 아이도저가 이미 지난해 청소년을 중심으로 유포되면서 그 윤곽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파급력에 반해 아이도저의 유해성에 대한 임상 시험이 전무하여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보건복지부 등 정부차원에서 아이도저의 유해성에 대한 연구를 촉구하고, 국내유입차단 등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이로 인해 잠잠했던 아이도저 논란이 최근, 개인 블로그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유포되면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 포털 사이트에는 아이도저 체험 후기 게시판까지 개설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지는 재조명되고 있는 ‘아이도저’의 문제점과 실태를 추적해 봤다.

 

현재까지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아이도저를 경험했다. 특히 지난해 아이도저를 체험하기 위해서는 美 아이도저 공식 사이트에 직접 들어가 원하는 소리 파일을 유료로 다운받아야만 했던 것에 반해, 현재는 국내 일반 블로그 등에서 아이도저 파일을 무료로 공유하고 있어 파급력이 더욱 높아진 셈이다.

▲ '아이도저'의 공식 홈페이지

아이도저, ‘마리화나를 귀로 듣는 꼴’

지난해 복지부 아동청소년보호과가 발행한 아이도저 사용실태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1천6백10명의 학생 중 2.2%가, 1천24명의 일반인 중 0.5%가 아이도저를 경험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 대부분은 아이도저 홈페이지에 접속해 유로로 음원 파일을 다운받으면서 아이도저를 체험했다.

아이도저는 MP3형태의 소리 파일이다. 이는 특정 주파수를 반복적으로 들려줌으로써 뇌파를 조절해 환각 상태에 빠지게 만든다. 특히 아이도저가 취급하는 주파수는 깊은 수면 상태에서 발생되는 델타파(1~4Hz), 지각과 꿈의 경계에서 발생되는 세타파(4~8Hz), 몸의 이완이나 마음을 평온하게 만드는 알파파(8~12Hz), 긴장이나 흥분 등의 효과를 내는 베타파(13~30Hz) 등 4개로 분류된다. 즉 아이도저는 각 주파수를 통해 인위적으로 뇌파를 자극하여 궁극적으로 인간의 심리상태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로 아이도저 사이트에는 각각의 효과에 따라 항불안성(Antianxiety), 항우울성(Antidepresent), 처방성(Prescription), 정화(Pure), 마약성(Recreational), 진정제(Sedative), 성적 흥분(Sexual), 수면(Sleep), 각성제(Stimulant), 스테로이드(Steroid) 등 10개의 항목으로 나뉜 총 73개의 소리 파일을 만들어, 파일 하나당 1~5달러를 지불해 다운받을 수 있게끔 만들어 놨다.

예를 들어 수면(Sleep) 항목에는 ‘Sleeping engel(낮잠용)’, ‘Astral projection(유체이탈)’, ‘Lucid Dream(자기 마음대로 조절하면서 꾸는 꿈)’ 등의 다양한 효과를 가진 소리 파일이 게시돼있고 원하는 파일을 지불하여 다운받아 듣는 식이다.

아이도저가 주파수를 이용해 뇌파를 자극한다는 것은 학습용 보조기구 ‘엠씨스퀘어’와 비슷하다. 그러나 뇌파 동조이론의 연구결과를 근거로 하고 있는 ‘엠씨스퀘어’와는 달리 아이도저는 인체에 대한 유해성 여부의 임상시험 과정이 전무하다. 일부 해외사이트에서는 아이도저를 들은 뒤 발작 등 부작용이 일어났다는 후기가 올라오면서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특히 아이도저의 10개 항목 중 ‘마약성’에 포함된 파일들은 ‘opium(아편)’, ‘Heroin(헤로인)’, ‘Marijunana(마리화나)’ 등 모두 28가지의 마약을 느낄 수 있는 파일이 제공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아이도저가 ‘사이버 마약’, ‘귀로 듣는 마약’으로 불리는 이유였다.

블로그, 카페 등 무분별한 무료 다운로드…
일부 체험자, ‘중독, 환각 등 부작용 심각해’

한편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도저에 대한 접근이 더욱 손쉬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아이도저 파일을 다운받고 싶을 경우 공식 사이트로 접속해 결제 후 다운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6일(수) 실제로 기자가 유명 포털 사이트 A사, B사 등에서 ‘아이도저’를 검색하자 개인 블로그 등에 아이도저 파일들이 무료로 공유되고 있었다.

본지 기자가 접속한 블로그에는 73개의 아이도저 소리파일이 압축된 파일로 게시돼있었다. 73개의 파일들은 각각 4분~45분까지의 재생시간을 다양하게 갖고 있었고 각각의 효과와 특성에 맞게끔 이름이 명시돼있었다. ‘Sleep’이라는 항목에 있는 파일을 들어보자 ‘웅웅’거리는 소리만 지속됐다.

한편 한 포털 사이트에는 ‘아이도저 뇌파이용 체험 카페’가 존재해 기자와 같이 아이도저 소리파일을 들어본 사람들이 제각각 후기를 써놓고 있었다. 직접 가입해 이 카페를 둘러보자 아이도저 체험자들은 항불안성 효과의 ‘reset’ 파일, 항우울성 효과의 ‘quick happy’ 파일, 오락성 효과의 ‘LSD’파일 등을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카페의 일부 경험자들은 게시글을 통해 아이도저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함부로 아이도저를 경험하지 말라’는 경고도 하고 있었다. 한 네티즌은 “성적 흥분을 느끼기 위해 ‘first love’라는 제목의 파일을 들었다. 듣고 5분 후에 바로 반응이 왔다”라고 후기를 밝히다가도 “문제는 여기에 계속 중독된 것 같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 파일을 듣고 성적 흥분을 느끼고 싶은 충동을 갖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더욱 심각한 상황을 겪었던 경험자도 있었다. qw○○○○이라는 ID를 사용하는 한 네티즌은 “‘게오하’라는 소리 파일을 들었다. 얼마 되지 않아 온몸이 가렵더니 이내 상반신에 마비가 오는 느낌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게 느껴지고 심장이 미치도록 뛰었다. 다만 (다른 이용자들은 ‘시체’가 보인다고 하던데) 나는 환각 증상은 보이지 않았다”면서 “손가락을 움직이거나 한걸음만 발을 떼도 소름이 끼치고 알코올중독자가 된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체험 후기를 털어놨다.

한편 타○이라는 ID의 네티즌은 “호기심에 ‘out of body’를 들었는데 갑자기 ‘붕’ 뜨는 느낌이 왔다. 그리곤 유체이탈 된 것처럼 영혼이 내 몸을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면서 아이도저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또한 그는 “(나는) 빠져나간 영혼으로서 천장에 붙은 상태로 죽어있는 듯한 내 몸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기를 몇 분. 가족 모두가 날 깨우려고 노력했지만 내 영혼은 몸에 돌아가지 못해 결국 응급실까지 실려 갔다. 그러다 갑자기 끌려들어가는 느낌으로 영혼이 몸에 들어가 겨우 몸을 추스르고 집에 돌아왔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이 게시물에는 같은 제목의 파일을 듣고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사람이 댓글을 달면서 부작용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기도 했다.

아이도저, ‘플라시보 효과’ 이용한 인터넷 상술?

이와 같은 아이도저 논란이 사그라질 줄 모르자 지난해 복지부 등에서는 아이도저의 유해성 여부에 대한 연구 추진을 촉구한 바 있다. 또한 유해성이 검증될 때까지 판매 사이트의 국내접속 및 파일의 유통 차단을 검토하는 등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복지부 주관으로 아이도저 사용 실태 및 유해성 여부에 대한 연구 결과가 도출됐다.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이었던 (아이도저 체험) 청소년 중 16%에서 금단 또는 내성과 같은 의존성의 경향을 보였던 것. 또한 일부 경험자에서 우울증, ADHD, 충동조절장애의 동반이 보고됐다. 이에 대해 조사팀은 “심각성 및 유해성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도저가 무분별하게 유통 및 보급되는 것은 다소 위험성이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면서도 “Binaural beat(실제 자극과는 무관하게 뇌에서 감지되는 소리)의 긍정적인 측면에 대한 외국 보고도 있으므로 향후 후속 연구 또는 사업이 필요하겠다”는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한편 아이도저에 대한 또 다른 의견이 제시되면서 ‘사이버마약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아이도저가 마약이라기 보단 전자파 소음일 뿐, ‘플라시보(가짜 약) 효과’를 노린 인터넷 상술에 불과하다는 주장이었다. 즉 중독성과 유해성을 특징으로 하는 마약과는 달리 아이도저는 유해성 여부를 명확히 가늠할 수 없어 마약으로 볼 수 없다는 것.

지난해 연구보고서를 주관한 관계자도 같은 입장을 내비췄다. 그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보고서에서 물론 의존성이나 우울증 등 부작용을 보였던 사람들이 도출되긴 했으나 지극히 소수였다”면서 “조사 대상 표본 수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조사 결과 나온 부작용은 유의미하다고 볼 수 없다”고 단언했다.

또한 그는 “당시 두통 등 부작용을 호소했던 경험자들은 애당초 몸이 약하다거나 기존에 병 질환을 가지고 있는 이도 있었다. 정상적인 사람이 정상적으로 아이도저를 사용했는데 부작용이 생겼다면 문제가 되지만, 극소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원래 몸이 약한 사람이 3~4시간씩 비정상적으로 아이도저를 체험해 부작용이 도출됐다면 문제로 볼 수 없지 않겠냐”며 반문했다. 또한 그는 “맨 처음 아이도저가 ‘사이버 마약’으로 취급된 곳은 이탈리아였고, 아이도저의 공식 사이트는 미국에 근거하고 있다. 이 두 나라에서도 아이도저의 유해성에 대해 철저히 조사했지만 마약류로 불릴만한 유해성은 발견하지 못했다”며 사이버마약 논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관계자는 또 “만약 식약청 마약류관리과나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등에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부작용 등을 또렷이 밝혀낸다면 신속히 유해성 음원으로 지정하고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다만 현재까지 그렇다할 유해성이 검증된 바가 없기 때문에 법적 조치 등의 대안책은 마련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그는 “아이도저가 절대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유의미한 유해성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까지도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아이도저가 지속적으로 유포되고 있는 만큼 청소년들에 대한 노출 방지는 최소화해야 할 필요성은 느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관계자는 “결국 아이도저 사태는 플라시보(가짜 약) 효과를 노린 인터넷 상술과 같다”고 전제하고 “마약과 같은 효과를 낸다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유발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돈을 내고 다운 받기를 유도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까지 아이도저의 유해성이 우려된 실례가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유의미한 유해성이 검증된 연구도 없다”면서 “경찰, 식약청, 복지부 등에서도 조사를 했음에도 이렇다 할 문제가 파악되지 않았기에 아이도저를 마약류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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