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길 열겠다”던 孫, 새 길 텄다!
“새로운 길 열겠다”던 孫, 새 길 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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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에 안착한 손학규, 대권터전 마련했지만...과제 산적

민주당 신임 당 대표에 통합민주당 초대 대표를 지낸 손학규(63) 후보가 선출됐다. 손 대표는 지난 3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정동영, 정세균 후보를 힘겹게 따돌리며 대표 최고위원으로 뽑혔다. 손 대표는 당초 조직표의 열세가 점쳐졌으나 당 대표로 선출된 것은 대중 지지도인 민심에서 앞선 인물을 당의 간판으로 내세워 차기 집권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야권의 바람을 안고서다. 2012년 대선에서 정권 탈환을 기대하는 민주당 당원들은 대중성과 경쟁력이 있는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로 지지도가 가장 높은 손학규 후보가 당의 지역 기반인 호남에서의 지지를 끌어냈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의 색채가 다르고 권력 분점이 이뤄지는 순수 집단지도체제하에서 손학규판 개혁이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손 대표는 지난 3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1만1천904표(득표율 21.37%)를 얻어 2위 정동영(19.35%), 3위 정세균(18.41%) 후보를 제치고 새 대표에 뽑혔다. 손 대표는 당초 조직표의 열세가 점쳐졌으나 대의원 투표와 당원 여론조사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손학규, 태생적 한계 뛰어 넘은 승리

지난 2년여간 춘천에서의 칩거를 끝내고 여의도 복귀를 선언한 지 불과 한 달 반만에 당권을 거머쥐는 저력을 보인 손 신임대표. 이것은 조직의 현저한 열세를 극복하고,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태생적’ 한계도 뛰어넘은 승리였다.
사실 2년간의 춘천생활은 그에게 있어선 두 가지 멍에를 벗기 위한 자숙의 시간이었다. 우선 지난 2007년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기며 대선 후보에 도전했지만 결국 정동영 후보에게 밀려 수모를 겪어야 했던 아픔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보따리 장수’라는 오명을 들을 정도로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점이 항상 그에겐 꼬리표처럼 붙어다녔다.
다음으로 2년3개월 전 당 대표로서 이끈 18대 총선에서도 패배의 쓴맛을 봐야 했다는 점이다. 당시 새롭게 선출된 정세균 대표에게 당권의 바통을 넘겨주며 쓸쓸한 자성의 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또한 2007년 대선 정국에서 한나라당을 탈당, 스스로 ‘시베리아’로 일컫는 민주당에 입당했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다른 전대 후보들로부터 탈당 전력을 공격받으면서 정통성 시비에 휩싸였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민주 당원들은 그를 새 대표로 선택했다. 손 대표는 대의원투표(70%)와 당원여론조사(30%)에서 당당히 모두 1위를 기록하며 경쟁후보인 정동영ㆍ정세균 후보를 제쳤다.
라이벌인 정동영 최고위원과 지난 2년간 차별화된 행보를 보였다는 점도 당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요인이었다. 정 최고위원이 탈당 후 재ㆍ보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무리수를 두었던 것과 달리 손 대표는 몇 차례의 재ㆍ보선과 지방선거에서 당을 전폭 지원했다. 그런 모습이 당원들에겐 한나라당 전력을 탈색하는 과정으로 다가왔다는 평가다.
손 대표는 대표선출 직후 “지금 이 순간 우리 민주당은 승리의 의지를 전 국민에게 선언했다”며 “이 순간부터 온 몸을 바쳐 민주진보 세력의 승리의 역사를 써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힘은 국민에게 있다고 믿고 폭풍처럼 밀고 나가겠다 동과 서 진보와 개혁, 노동과 기업, 수도권과 지방, 세대와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민주당을 만들겠다”면서 “이 순간 승리를 위한 대장정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정치 경력외에 입법.행정 능력 높이 평가

손 대표는 경기 시흥시 출신으로, 경기중·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정치학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이후 인하대와 서강대에서 정치외교학 교수를 지냈다
대학 시절 한일협정 반대운동 등 학생운동에 참여했으며, 졸업 후에는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2년여 동안 수배생활을 하기도 했다.
문민정부 2년째였던 93년 당시 민자당 총재였던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 영입됐고, 당 대변인을 지냈다. 그는 YS정권에서 보건복지부 장관도 역임한 바 있다.
정치인으로서의 경력 외에도 김영삼 정부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을,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경기도지사를 지내면서 입법·행정부를 두루 거친 인물로 거론됐다. 경기도지사 시절 외자유치와 일자리 만들기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등 무난한 도정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무현 정권 당시 손 대표는 야당 소속 도지사로서 집권세력과 대립각을 세우며 종종 주목을 받았다. 그는 노 대통령을 ‘경포대’(경제는 포기한 대통령)라고 지칭함으로서 친노세력의 반발을 샀다. 또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와는 수도권 규제 문제를 놓고 격렬히 대립하기도 했다.
2006년 6월 경기도지사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100여일간 전국을 돌며 ‘민심대장정’에 나서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잠룡’ 가운데 하나로 꼽히던 손 후보는 대선후보 경선을 5개월가량 앞둔 2007년 3월 “새로운 길을 열겠다”며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에게 밀려 도저히 승산이 없다는 것이 주요 이유로 거론됐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했고,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지만 2007년 9월 정동영 후보에 패하면서 대선 출마의 꿈을 접어야 했다. 이후 대통합민주신당을 거쳐 통합민주당을 이끌었으나 2008년 18대 총선 패배 이후 민주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후에는 춘천에서 2년여간 칩거하다 최근 정치에 복귀했다.
승리의 기쁨을 누리는 것도 잠시 손 대표의 행보가 바빠지고 있다. 취임 이후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나 자신부터 기득권을 버리고 국민 속으로 함께 들어가겠다”며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국민의 눈으로 보고 국민의 힘으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득권에 안주하지 말고 우리 자신을 혁신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며 “박지원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국회의원들이 서민생활을 향상하고 4대강예산처럼 우리나라를 파괴하고 경제 흐름을 왜곡하는 정책, 남북관계를 단절하는 반평화정책을 적극 저지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어제 전당대회에서 당원과 국민은 민주당에 변화를 요구했다”며 “이는 2012년 정권을 교체하라는 지엄한 명령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번 전대에서 ‘민주진보세력’ 대통합을 통한 2012년 정권교체 실현을 공약으로 내걸고 “잃어버린 600만 표를 되찾아 오겠다”고 역설해왔다.
이뿐 아니라 그는 다음날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고랭지 채소 재배 마을을 찾았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 ‘실천적 진보’를 몸으로 보여주겠다는 공약대로 취임 후 첫 탐방 일정을 ‘채소값 파동’의 현장으로 잡은 것이다.
폭우로 쓸려나간 무 밭에선 “농사 망친 사람들은 하소연할 데도 없고 뭘 먹고 사느냐”며 농민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정부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이 서민생활에 관심을 보이면 장관과 국장 등 실무자들이 미리미리 대책을 세우게 돼 있다”며 “그런데 이 정부는 도시지역 소비자 물가만 생각했지 채소값 급등의 원인이 된 농사를 망친 사람들에 대한 대책은 없다. 친서민이라고 하지만 친서민이 아닌 게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 대표는 다음 방문지인 경기도 여주 이포대교 4대강 공사 현장에서도 “정부는 4대강 사업 하천부지의 밭 농지가 1.4%밖에 안돼 채소값 급등과 상관이 없다고 하지만 거기서 나오는 작물의 상당수가 일상생활에서 많이 먹는 것들”이라며 “농산물은 생산량 10% 차이로 가격이 50∼60%씩 변화한다는 것을 간과한 의미 없는 강변”이라고 비판했다. 대권을 향한 광폭행보가 시작된 것이다.

손학규 과제..3대 암초 넘어야

하지만 대권을 향한 항로가 순탄하지 만은 않을 전망이다. 그 앞에 놓여 있는 과제가 그리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지도부를 형성할 최고위원들의 면면을 볼 때 당 노선을 놓고 삐걱거리는 모습을 연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손 대표가 ‘중도’를 중시하는 ‘실천적 진보’를 강조하고 있다면, 다른 최고위원들은 ‘진보 강화’를 주문할 태세다. 민주당의 해묵은 갈등 소재였던 ‘노선투쟁’이 지도부내에서 점화될 경우 차기 총선과 대선을 대비한 당의 전열정비는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당장 정동영 최고위원 등 비주류 그룹이 부유세 신설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요구 등을 들고 나오며 진보적 색채 강화를 압박할 가능성이 커 노선 투쟁도 격화될 조짐이보이면서 손 대표의 당 장악력이 시험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또한 당내 경쟁관계에 있는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이 당권뿐만 아니라 잠재적 대권 경쟁자로서 사사건건 ‘지분’을 요구할 경우 일사불란하게 당을 운영할 수 있는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
손 대표가 당내 계파 갈등의 후유증을 극복, 화합을 꾀하면서 당 운영의 주도권을 어떻게 확보하느냐. 여권과의 경쟁에서 박지원 원내대표와 어떠한 협력관계를 형성하느냐가 그가 풀어야 할 숙제다.
또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인영 후보를 지도부에 입성시키면서 확인된 세대교체의 바람도 흡수해야 한다. 486 세력은 전당대회 초반 이인영 후보를 486 단일 후보로 결정하고, 우상호, 임종석 전 의원을 중심으로 전국을 누비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냈다.
당내에선 벌써부터 손 대표의 잠재적 경쟁자는 이인영 최고위원이라는 섣부른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손 대표가 서로 다른 색채의 지도부를 이끌며 민주당을 어떤 모습으로 이끌어나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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