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문도서 전문출판사인 서울셀렉션은 ‘Once Around the Sun(태양의 주위를 한바퀴 돌아서)’이란 제목의 영문 중편소설을 지난 9월말 출간했다.
전남의 한 바닷가 마을을 무대로, 한 평범한 한국인 가족이 사계절 동안 겪는 일을 통해 다섯 명의 식구가 각각 성장의 아픔을 거치며 가족 간의 이해와 사랑이 더욱 단단해지는 과정을 명랑한 필치로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한국인과 한국 문화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작가인 멜라니 수잔 스테인 (Melanie Susan Steyn)이 영어 강사로 8년을 재직해 온 순천대학교 근처 작은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한 이 중편소설은 한국의 마을 문화와 인간관계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절에, 직접 만든 음식을 차에 싣고 가며 즐겁게 수다를 떠는 주부들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며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영철스님과 나누는 대화, 절의 사천왕상과 처마의 아름다운 곡선에 대한 묘사에는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여성 작가의 섬세한 시선이 담겨있다.
한국전쟁이라는 현대사의 비극을 지닌 인물 규아를 등장시킨 것도 한국인의 의식 내면에 새겨진 전쟁의 상처를 작품에 담으려는 작가의 기획의도이다.
고3 여학생 지영의 숨가쁜 하루 일과 중 영어 학원 수업 장면은 한국의 과외학습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며, 엄마인 윤화로 하여금 결혼과 동시에 대학시절 미술학도로서의 꿈을 접게 한 가부장적 사회질서도 한국여성의 결혼 생활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한편 등장인물들이 제각각 괴로움을 겪은 후, 다시 가족으로서의 연대를 회복하는 결말은 명랑하고 유쾌하다. 서울이나 대도시가 아닌 작은 어촌이 배경이지만 결국 소설은 한국의 결혼생활, 가족 간 인간관계, 음식, 여행 뿐 아니라 불교, 역사 등을 무리 없이 버무려 내고 있다.
이 소설에 대해 매릴린 로버츠 제천 세명대 영어강사는 “등장인물들이 제각각 성장통을 치르는 여정에서 얻은 지혜와 통찰로 ‘진정한 자아’를 발견해 가는 모습을 다룬 이 소설은 독자에게 곰곰 생각해 볼 그 무엇을 남긴다”면서 ”탄탄한 구성을 자랑하는 이 작품이 한국 내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에 있는 대학들의 교과과정에 교재로서 채택되기를 내심 기대해본다”고 밝혔다.
<작가 소개>
멜라니 수잔 스테인 (Melanie Susan Steyn)은 1945년 생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수도 요하네스버그 출신. 남아프리카공화국 내 인종차별의 현실을 지켜보며 성장했으며 그 후 백인들만의 세계에 평온하게 머무는 대신 유색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직업을 택했고 지역 극장에 상연된 연극대본을 창작하기도 했다. 청소년 소설인 테오와 비릭스코텔 (Theo and Blikskottel)도 발표했다. 2002년부터 순천에 있는 국립 순천대학교 영어교육과 강사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