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사이에 휴대폰 결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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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초에 2,990원’ 결제 사기 ‘심각’…‘눈 뜨고 코 베가는 꼴’

[시사포커스=양민제 기자] ‘멀티함에 미확인 멀티메시지 (1)건이 있습니다. 연결하시겠습니까?’ 라는 내용의 문자가 도착했다. 이 상황에서 휴대폰 사용자 열에 아홉은 ‘연결’을 누른다. 그러나 그들은 기대했던 지인의 문자 메시지가 아닌, 이름 모를 여성 화보가 나오자 곧장 ‘종료’ 버튼을 누른다. 이렇게 이상한 멀티 메시지를 보고 다시 꺼버리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5초. 그러나 이 5초 때문에 사용자의 휴대폰으로 소액결제금 2,990원이 자동 결제 돼 버린다. 이처럼 전송된 메시지를 확인했을 뿐인데 소액결제가 되버리는 ‘소액결제 사기’가 몇 달 째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통신사나 결제 업체 등이 적극적인 책임을 갖지 않고 철저한 대응책이 마련되고 있지 않아 피해 사례는 사그라질 줄 모르고 있다.


지난 8월 18일, 방송통신위원회는 ‘2010년 상반기 방송통신민원 동향’에 대해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통신 분야 민원이 작년 동기 대비 26.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방통위 측은 “다른 시기보다 스팸문자 메시지로 인한 소액결제 피해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통신 분야의 요금불만 민원 6,129건 중 소액결제에 대한 민원이 2천9백건을 차지해 그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10초 안에 손쉽게 결제…‘눈 뜨고 코 베가는 꼴’

방통위 발표내용과 같이 현재 수많은 사람들이 ‘문자 메시지로 인한 소액결제 사기’를 당하고 있다. 이와 관련, 본지 기자는 유명 포털 사이트 ○○에서 ‘소액결제 피해자 모임’이라는 카페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기자가 직접 가입해 이곳을 둘러보자 이미 5만여 건의 피해사례가 게시돼 있었다. 기자는 그 가운데 일부 피해자들을 만나 실제 피해 사례를 들어보았다.

▲ 실제로 피해자가 받은 휴대폰결제사기 문자메시지
대전에 거주하는 K(38, 여)씨는 SKT 고객이다. 지난 8월, ‘확인하지 않은 컬러 메일이 2통이 있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에 확인 버튼을 누른 K씨. 그는 “여느 컬러 메일처럼 ‘확인’ 버튼을 눌렀다. 이내 컬러메일 확인 화면으로 연결됐지만 15초가량이 흐를 때까지 화면이 멈춘 상태에서 그 어떤 메일이나 사진 등이 뜨지 않기에 곧 종료버튼을 눌렀다”고 전했다. 결국 K씨가 아무 정보도 얻지 못하고 ‘종료’버튼을 누르자마자 그에게 또다시 새로운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그 안에는 ‘2,990원(부가세별도)이 익월 SKT 요금에 합산 청구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 K씨는 아무런 내용조차 없었던 문자를 확인했을 뿐이지만 15초 만에 약 3천원 가량의 돈을 결제 당했다. K씨는 “순식간에 약 3천원이라는 돈이 어이없이 지출됐다”며 “이는 명백히 사기를 당한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러한 피해는 비단 K씨뿐만이 아니다. 목포에 거주하고 있는 SKT 사용자 N(27, 남)씨도 비슷한 내용의 문자 메시지로 피해를 당했다. 지난 6월 자신의 어머니 휴대폰을 확인하던 중 ‘미확인 멀티메시지가 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본 N씨. 그는 “‘확인’버튼을 눌렀더니 아가씨 화보가 수십장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스팸 문자라고 생각하고 곧장 ‘종료’버튼을 눌렀지만 몇 분 후 N씨는 갑작스레 결제 통보를 받았다. 그는 “‘고객님의 휴대폰으로 2950원이 결제됐다’는 내용의 문자가 무려 15통이나 한꺼번에 왔다. 확인해보니 총 4만4250원이 결제돼있었다”고 토로했다.

한편 소액결제 피해는 문자메시지 수법을 넘어서 온라인 사이트에서도 성행하고 있었다. 강릉에 거주하는 KTF 사용자 L(34, 남)씨는 올 초 음악 파일 공유사이트인 A사이트에 가입했다. 그는 우선 가입만 해놓은 상태에서 ‘나중에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으로 A사이트를 더 방문하지 않았다. 얼마 뒤 L씨는 ‘프리미엄40 정기권이 결제됐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확인 결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A사이트에서 음악을 다운받기 위한 특정 정기권이 결제됐고 익월 휴대폰 요금에 1만 4,300원을 고스란히 합산 결제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순식간에 소액결제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은 피해액을 돌려받을 때까지 오랜 시간동안 힘들게 노력해야한다는 점에서 2차 피해까지 받고 있다. 실제로 L씨의 경우, A사이트를 탈퇴하는 방법이 너무 복잡해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K씨 또한 온라인에서 피해사례 구제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자문을 구하러 스스로 발품을 팔았다고 전했다.

3천원 이하 결제’ 본인 확인 절차 없어…‘소액결제 사기’ 뿌리 못 뽑는 대응 ‘논란’

이처럼 논란이 되고 있는 소액결제 사기는 결제당하기 전, 피해자가 결제 가능성에 대한 인지 조차 할 시간과 여유가 없다는 특징을 지닌다. 문자 메시지 내용 중 돈을 요구하는 문구나 과정이 없으며 단순히 ‘확인’ 버튼만으로 금액 결제가 가능하여 수신자가 미리 대응할 수 없다.

문제가 이처럼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피해 사례가 생기는 것에 대해 ‘피해자의 부주의’가 꼽히고 있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2,990원’이라는 적은 액수의 피해금 때문에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 앞서 본지와 인터뷰 했던 K씨도 “처음에는 2,990원이라는 액수 때문에 어디에 신고를 할 생각조차 못했다. 신고를 하기에는 너무 적은 액수였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피해자의 부주의로 신고가 잘되지 않고, 알려지지 않다는 사실을 간파해 사기 집단이 지속적으로 양상 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원인은 ‘결제관련 현행법’에 있었다. 현행법상 3천원을 초과하지 않는 금액은 결제자의 주민등록번호 확인 등의 특별한 인증 절차 없이도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

이에 대해 피해자 일각에서는 “소액결제 사기가 지능화되고 있는 것에 반해 관련당국이 제대로 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아 피해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관련 기관인 통신사나 결제 업체 등도 적극적인 책임을 지지 않고, 당국의 단속도 치밀하지 못해 이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와 같은 사기 수법은 주로 모바일 콘텐츠 이용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노인, 주부, 어린이 등)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수사에 더욱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그는 “여기저기서 생겨나는 콘텐츠 업체들을 모두 아우르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앞으로 새로운 메시지 스팸 필터링 서비스가 계속 요구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는 방통위와 공정위, 문광부 등에 이와 관련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사기 행각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뚜렷한 대책이 마련되고 있지 않아 소비자들의 피해사례만 아직까지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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