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포커스=정연우 기자] 신한은행(행장 이백순)이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촉발된 신한사태가 10월 2일로 한 달을 맞았다. 지난 9월 14일 신상훈 사장의 직무정지를 결정하는 이사회 이후 일단락되는 줄 알았지만 아직까지 불씨는 살아 있는 상태. 왜냐하면 검찰과 금융감독원의 조사결과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내외에서는 수뇌부 3명의 동반 사퇴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신한은행 노조 또한 사태가 수습되면 어떻게든 책임은 져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이중희 부장검사)는 대출에 관여한 은행 실무자 등을 불러 조사를 진행 중이다. 횡령 의혹과 관련해 신 사장의 계좌도 추적 중이다. 라응찬 회장의 ‘차명계좌 의혹’과 관련해서도 30일 라 회장을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5개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이런 가운데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지난해 취임한지 한달후인 4월 재일교포 주주로부터 5억원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을 빚고 있다.
본지는 신한사태 한달을 맞아 현재 남아 있는 논란과 그 이후 새롭게 의혹이 되고 있는 논란은 무엇인지 추적해 봤다.
검찰과 금융감독원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신한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기도 전에 이백순 신한은행장의 5억원 수수가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5억원 수수의 발단은 신한은행 노조가 제보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입수하고 이를 이사회에 통보하면서 불거졌다. 신한은행 노조는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재일교포 주주로부터 5억원을 받아 보관 중이란 사실을 폭로했다. 10월 4일 신한지주 등에 따르면, 이 행장은 신임 은행장으로 취임한 직후인 지난해 4월 재일교포 주주 A 씨로부터 자신의 이름으로 된 통장에 든 5억원과 도장, 비밀번호 등을 건네받았다. 신한은행을 위해 써달라는 명목이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것은 신한은행 노조다. 노조 관계자는 “계좌에서 돈이 입출금된 기록이 있다”며 회사 측에 해명을 요구했다.
또한 이 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나왔다. 지난 10월 5일 민주당 조영택 의원은 민주당 신한은행 노조가 제기한 이 행장의 5억원 수수 의혹에 대해서 “이 자금이 '기탁금'이 아닌 실권주 배정에 따른 대가라고 주장했다. 당시 유상증자 과정을 총괄하던 이 행장이 A씨에게 실권주 배정을 밀어줬고 A씨가 나중에 이에 대한 대가로 이 행장에게 5억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신한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A씨는 재일동포 2세로 신한지주 주식 100만주 이상을 보유한 ‘밀리언클럽’ 회원이며 600억원대 자산가로 알려졌다. 밀리언클럽 회원 일부는 지난달 법원에 이 행장에 대해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었다.
신한은행 “재일교포 자신명의 5억원 통장 좋은 일 써달라고 맡겨”
이에대해 신한은행측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신한금융의 위해 좋은데 써달라며 받은 것이며 비서실장이 관리해왔다"고 해명했다. 즉 전임 비서실장이 통장으로 받았고 이 행장은 통장 수수 사실을 보고만 받았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재일교포 대주주가 자신 명의의 5억원이 든 통장을 맡겼다”며 “통장은 비서실에서 갖고 있었고 행장에는 보고만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주주는 통장을 맡기면서 도장과 비밀번호를 맡겼다”며 “이백순 은행장이 유용한 곳에 쓰자고 했지만 전임 비서실장이 일이 많다보니 이를 잊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1년 반 동안 공식 회계처리를 하지 않고 두고 있었던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실권주 배정을 밀어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이백순 은행장은 당시 은행장을 취임하는 시기였고 업무 인수인계를 하는 단계였기 때문에 실권주를 담당하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한 일부 인출돼 비자금으로 쓰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그 돈은 받아놓은 상태로 그대로 보관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신한은행 재일교포 주주들은 설립할 때부터 자신들의 은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렇게 돈을 기부하기도 한다”며 “그렇게 때문에 좋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사례금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5억원을 기탁한 분이 보유한 신한은행 주식도 많은 밀리언클럽에 속한 분인데 사례금을 줄 필요가 없는 분”며 “이 돈은 앞으로 은행측이 사용처를 정해 좋은 일에 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권 “공식절차 안거친 돈 행장에 전달된 것 문제 있어”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돈을 전달한지 1년이 지난 다음에 이 돈이 불거진 것에 대해 “잊고 있었다”라고 해명하는 것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주가 5억원이라는 돈을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은행장에게 단독으로 전달하고 그것을 1년 가까이 잊고 있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문제의 돈이 용도에 따라 증여세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신한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의 이희건 명예회장 고문료 15억원 횡령의혹과 함께 이번 재일교포 주주가 연관된 은행 내부 불투명한 자금흐름이 신한사태의 또다른 불씨가 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신한은행은 ‘5억원 수수’에 대한 내부감사를 빠른 시일내에 실시하고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은행 관계자는 “이사들이 이번 일에 대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확인을 원해 이를 확인할 예정”이라며 “5억원이 아직도 그대로 있는지 등도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이중희 부장검사)는 횡령 의혹과 관련해 신상훈 사장의 계좌도 추적 중이다. 라응찬 회장의 ‘차명계좌 의혹’과 관련해서도 30일 라 회장을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5개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금융감독원도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의혹과 관련, 신한은행에 대한 현장조사를 끝내고 최종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사내외에선 수뇌부 3명의 동반 퇴진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상황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권력투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면서 “시차는 있을지 몰라도 3명 모두 물러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신한은행 노조도 “사태가 수습되면 어떻게든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