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조은위 기자]성폭행 사건, 단발성 사회적 이슈로 그쳐...지속적인 관심과 대응책 필요
성 윤리의식 부재 속에 증가하는 아동 성범죄, 가정 내 올바른 성교육 이뤄져야
최근의 성폭력 증가는 사회불안 요인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요즈음은 TV를 틀어도, 신문을 보아도 성폭행 사건은 빠지지 않는다.
작년 이맘때쯤 8살 여자아이의 성폭행 사건으로 전국이 들썩였었다. 이른바 ‘나영이 사건’이라고 불리는 이 성폭행 사건은 8살 나영이가 등굣길에 나타난 피의자 조두순(57·남)에게 납치 된 후 인근 상가 화장실에서 끔찍한 성폭행을 당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범인 조두순은 주먹으로 나영이의 얼굴을 수차례 때리고 변기에 밀쳐 넣은 뒤 목을 졸라 실신시켰고, 이후 성폭행을 저질렀다. 이 성폭행으로 나영이는 탈장 증세와 장기훼손 등의 상처를 입고 7~8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은 후에야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의료진으로부터 항문과 대장, 생식기의 80%가 영구적으로 훼손됐다는 판정을 받아 평생 불구자의 신세가 됐다.
사건의 가해자였던 조두순은 재범임에도 불구하고 1심에서 당시 만취상태라는 점을 감안해 ‘심신미약’의 이유로 12년 형을 선고했고, 이에 조두순이 형량이 많다며 항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죄질이 극악무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검찰이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 대법원은 12년 확정 판결한 바 있다.
나영이 사건 이후 지금 우리사회는 약속이라도 한 듯 성폭행 사건으로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나영이 사건’이 워낙 큰 충격이었을까. 그 이후 사건사고에 오르내리는 성폭행 사건은 시민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느낌이다. 마치 성폭행 사건을 단순 사고와 같이 인식해 금방 잊어버리는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나영이 사건’이후 국회는 법 개정을 위해 부산하게 움직였고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 어른들 모두 학부모의 마음으로 성폭력 방지와 예방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렇게 한동안 우리사회는 성폭력을 근절하자는 구호로 들끓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 성폭행 범죄는 더 잔인하고 끔찍한 살인으로 이어지는 행태를 보였다.
올해 2월 부산에서 김길태라는 흉악범이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또 한 번 우리사회에 성폭행 사건이 화두가 됐다. 이어 최근 서울에서도 한 흉악범이 초등학교에 들어가 2학년 어린이를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의 범인 김수철은 술에 취한 채 문구용 칼로 여덟 살짜리 초등학생을 위협하며 수차례 유린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는 성범죄 세계 3위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성범죄 건수가 2002년 9435건에서 2008년에는 1만5094건으로 6년 사이 60% 넘게 급증했다. 피해 여성의 신고 비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할 때 엄청난 숫자의 성범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통계가 보여 주듯이 한국사회는 지금 성범죄의 온상이 되어가고 있다.
아동성범죄, 지속적인 관심과 정부대책, 올바른 성교육 3박자 필요
우리사회 성 윤리의식은 어디로 간 것일까? 조두순 사건에 이어 부산 여중생살인 사건 등 연이은 성폭력사건으로 인해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과 사회적 논란이 거세지고 있지만 그에 대한 마땅한 대비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최근 조카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정모(31)씨가 검거됐다.
광주지법 제2형사부(조의연 부장판사)는 5일 조카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으로 기소된 정모(31.무직)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의 부착, 10년간 신상정보 공개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정씨가 나이 어린 조카를 상대로 장기간에 걸쳐 수차례 강간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고 피해자에게 성폭력 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어 이같이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정씨는 지난해 1월 자신의 누나 집에서 잠을 자고 있던 조카 A(당시 10세)양을 강간하는 등 2년에 걸쳐 집과 모텔 등에서 4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원지역 아동복지시설과 가정집에 잇따라 들어가 성폭행을 일삼고 병원치료 중 도주했던 수원판 ‘발발이’가 붙잡혔다. 이 사건의 피의자 김덕진(48)씨에 대해 법원은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특히 김덕진 피의자 같은 경우 특수강도죄로 5년을 복역하고 출소한지 20일 후부터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범죄자에 대한 사후관리의 중요성을 제기할 수 있다.
이밖에도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지난 3일 이웃에 사는 지적장애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심신미약자간음)로 경북 구미에 사는 김 모(63.무직), 이 모(47.무직)씨 등 같은 마을 주민 2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평소 잘 아는 이웃 주민 박 모(60.여)씨가 새벽에 일을 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박 씨가 집을 비운 사이 박 씨의 딸(35.지적장애 2급)을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가해자인 김 씨와 이 씨는 각각 성폭력, 성매매 등 전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련의 터진 사건들은 주위의 관심과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있었다면 막을 수도 있었던 사건들이어서 더 안타깝다.
특히 아동·청소년 성폭력은 약자인 아이를 상대로 하는데다 아이의 마음과 미래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된다.
따라서 성폭력 범죄에 대한 좀 더 강력하고 근원적인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부터 아동·청소년 성범죄자의 사진과 신상정보가 인터넷에 공개된다.
보건복지부는 올 7월부터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사이트 ‘성범죄자 알림이(www.sexoffender.go.kr)’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7월 12일 아동성폭력 분야 전문의 단체인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성폭력으로부터 5가지 권고안을 담은 ‘일련의 소아 성폭력 사건에 대한 소아정신과 의사들의 입장’을 발표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수록 가정 내 성교육에 좀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성폭력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아이들이 성적인 문제에 파편적으로 노출될 수 있고 그러한 불충분한 노출이 오도된 인식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성(性)은 인간 존엄성과 가치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특히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은 이런 점에서 마땅히 보호받을 권리가 있으며 국가와 사회는 이들의 성을 보호해줘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이러한 인식이 사회적으로 분명해져야 아동 성폭력을 줄일 수 있다.
더 이상 제2, 제3의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성폭력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발 빠른 정부대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