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포커스=정연우 기자] 방만한 경영으로 질타를 받아온 농협이 신용과 경제부분에서 잇따른 내부직원의 비리가 터져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농협 내부직원에 대한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협 부산구포지점에서 한 창구직원이 2007년부터 3년 6개월에 걸쳐 79억원을 횡령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월 11일부터 검사에 착수했다. 이 직원의 경우 고객에게 받은 타점권을 입금할 때 금액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횡령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앞서 9월 30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농협 하나로 마트에서 한우 꽃등심 등 고급 쇠고기를 빼돌려 시중 정육점에 판 혐의로 이 모(34)씨 등 하나로 마트 전현직 직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꽃등심 등 상등급 한우 약 6톤을 훔쳐 시중 정육점 업자에게 헐값 처분해 1억 2천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처럼 연일 자체 사고가 발생하는데도 불구하고 농협은 왜 그 이유조차 파악하지 못하는지 살펴봤다.
지난 11일 금융감독원과 농협부산지역본부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부산구포지점의 창구직원 A씨(별정직)는 2007년부터 최근까지 3년 6개월에 걸쳐 타점권 입금시 금액을 부풀리는 방법 등으로 80억여원을 횡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타점권이란 다른 은행이 발행한 수표나 어음 등을 뜻하는데 서류에는 실제 자신이 받은 타점권보다 금액을 부풀려 기재한 뒤부풀그 차액을 챙기는 수법을 사용했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다른 은행 수표 10만원을 받으면 100만원을 받은 것처럼 서류를 기재한 뒤 90만원을 자신이 챙기는 식으로 횡령한 것이다.
농협 직원 초보적 수법으로 몇 년간 적발되지 않고 횡령
금융원에서는 이런 초보적 수법에 몇 년 동안 적발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금감원측에서는 “이번 일로 인해 80억여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이같은 보고를 받고 농협이 자체 감사를 실시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농협 부산지역본부는 자체 조사 결과 김 모씨가 스포츠 ‘토토복권’에 수십억원을 탕진한 것으로 보고 내부·외부 공모자가 있는지 여부를 가려 달라고 지난 9월 30일 부산지검에 고소를 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농협은 일단 검찰 수사가 끝나는 대로 재발하지 않도록 종합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신용부분에 이어 경제부분에서도 사고가 터졌다. 창고에 보관 중이던 한우 꽃등심을 대량으로 훔쳐 빼돌린 농협 하나로마트 직원이 경찰에 적발된 것.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한우 꽃등심 등 고급 쇠고기를 빼돌려 시중 정육점에 판 혐의(특수절도)로 이모씨(34) 등 하나로마트 전·현 직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지난 9월 30일 밝혔다.
이들과 짜고 범행을 도운 어 모씨(34) 등 마트 파견업체 직원 3명도 함께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창고에서 꽃등심 등 고급 한우 약 6톤(3억원 어치)을 상자째 훔친 뒤, 시중 정육점 업자에게 헐값에 팔아 1억2천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농협에서 재고조사를 할 때 매출액의 1% 가량 물량은 손실액으로 무시하는 점을 노려 범행을 저질러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결과 해당 마트는 경찰 조사이전까지 이들의 범죄행각을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 신용 경제 잇단 사고…내부 통제 시스템 고장?
일각에서는 농협에서 경제 신용 부문 모두 내부 통제 시스템의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와같은 유사한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유사 사례는 또다시 이어질 수 있을 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측에서는 사기업이 운영하는 마트에는 1% 결손을 봐주는 규정 자체가 없는데 농민들의 투자금으로 운영되는 업체가 이런 허술한 관행을 갖고 있다는데 대해 놀랍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도 “신용부분의 횡령사건의 경우 매우 초보적인 수법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해왔다는데 놀랍다”는 “이는 농협의 내부 통제시스템이 허술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농협자체에서도 사건이 연이어 벌어짐에도 불구하고 감시시스템은 물론 그것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했다.
농협 관계자는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우를 빼돌린 것에 대해 “한 직원이 의도적으로 한 일”이라며 “다른 마트의 경우 점장이 비용을 처리하지만 하나로마트는 점장의 권한이 세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 결손을 용인하는 규정을 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79억원 횡령에 대해서는 “사고에 대해 조사 중”이라며 “우리도 언론에 난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우리도 이런 사건이 있어서 착잡하다”며 “앞으로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도록 방법을 검토 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농협 금융사고 최근 3년간 101억원
농협의 횡령사건의 경우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8년 이후 농협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41건이며, 사고관련 금액은 총 100억여원이 넘는 것으로 국정감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농림수산식품위 황영철(한나라당)의원이 국정감사를 위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금융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8년에는 19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해 사고관련 금액이 33억 4,400만원이었으나 2009년에는 15건에 40억 700만원, 2010년 5월 현재 이미 7건에 27억 9,800원이 발생해 해마다 건수는 줄었지만 사고 금액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금융사고의 44%에 해당하는 18건이 농협 직원들의 내부 횡령사고에 의한 것으로 2008년 이후 사고 금액이 89억 8,700만원에 이르고 있으며 이중 회수가 불가능한 금액은 36억 3,800만원이다.
황영철 의원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금융사고로 인해 농협에 대한 농민들의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면서 “보다 철저한 감독과 내부 감사강화를 통해 농협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농민들의 피해를 예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