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이경익 기자]전당대회 이후 민주당 내 세력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새로 선출된 손학규 대표는 당심과 민심을 휘어잡기 위해 광폭 행보에 나섰고 이를 중심으로 기존 지도부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주류 쇄신연대를 대표하는 정동영 최고위원이 손 대표를 향해 대립각을 세우며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당권도전에 실패한 뒤 절치부심하고 있는 정세균 최고위원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서 물러난 박지원 원내대표의 차기행보와 역할에 대해서도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DY 대권노리나?
‘차기 당권에 더 가깝다’
현재 정동영 최고위원의 상황은 생각만큼 나쁘지 않다. 쇄신연대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지도부에 대거 입성하면서 다음 기회를 노려볼 수 있는 위치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정 최고위원도 발 빠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손학규 대표가 선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 최고위원은 “새 지도부는 집단지도체제다. 대표 개인의 생각이 당 정체성이 아니라 당원의 요구와 생각이 정체성”이라며 못을 박았다.
손 대표 중심의 체제로 민주당이 운영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대권으로 가기 위한 방법으로 처음부터 자신의 존재를 강하게 부각 시킨 것이다. 이것은 손 대표 외에도 ‘정동영’이 있다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는 방법이 됐다.
또 정 최고위원은 당원 여론조사 절대치에서 자신이 1등을 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일반당원과 당비납부 당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당원여론조사 결과에서 ‘정동영’이 ‘손학규·정세균’을 누르고 우세한 결과가 나왔다며 당심은 ‘정동영’을 선택했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 같은 정 최고위원의 행보에 당내에서도 “정 최고위원이 손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는 시점이 빠른 것 같다. 아마도 대권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조기에 손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 양자구도로 가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 최고위원과 손 대표는 정치적 노선마저 갈리고 있다. 정 최고위원이 강조하는 것은 ‘담대한 진보’이다. 민주당이 현재의 진보노선에서 좀 더 좌로 한클릭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중도 노선을 끌어안으려고 하는 손 대표와 이견을 보이는 점이다.
정 최고위원은 “광주의 정신은 진보”라고 정의한 뒤 “한나라당이 강령에 중도개혁을 넣는다는데, 민주당은 10·3 전당대회에서 진보적 정체성을 명확히 했다”고 주장하며 손 대표와 차별화를 두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두 사람의 상반된 정치노선으로 ‘정면충돌’은 불가피하다는 예측이다. 당장은 여론의 비판적 시선이 두려워 자중하는 분위기지만 언제라도 쟁점화 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 최고위원이 손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며 대권경쟁에 뛰어든 이유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찾을 수 있다. 처음부터 대권을 향한 의지를 강하게 보이며 도전한 손 대표가 당심을 휘어잡았고 대권에 관한 의사가 분명하지 못했던 정세균 전 대표가 추락하는 결과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자신의 위치를 분명히 하고 나중을 노리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 최고위원의 대권도전에 관한 정치권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여권 박근혜, 야권 손학규가 각각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차기 대선구도가 정해진 이상 이를 뒤집고 판을 변화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 최고위원이 차기 당권에 더 가깝다고 평가하고 있다. 손 대표가 대권에 도전하게 되면 1년 후에 전당대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당권은 정 최고위원에게 넘어갈 공산이 크다.
대권도전이 여의치 않을 경우 당 대표로 당을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정 최고위원이 현재로서 무리수로 평가되는 대권 도전을 피하게 된다면 차기 총선 공천권을 손에 쥘 수도 있다. 모 정치학교수도 정 최고위원의 상황을 두고 “대권도전과 당권장악을 두고 고심해야 할 때”라고 평했다.
정세균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정권교체 합류”
이번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가장 많은 것을 잃은 사람은 정세균 최고위원이다. 빅3중 가장 안정된 지지기반과 당 대표 프리미엄을 안고 전당대회를 임한 그였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의도 정가에서도 정세균 최고위원의 우위를 점쳤고 분위기도 어느 정도 유지되는 듯 했다.
그러나 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 여론조사결과가 변하기 시작했고 지지기반으로 평가되던 친노세력과 486이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 최고위원의 입장에서는 뼈아픈 전개다. 결국 당 대표는 손학규 대표에게 돌아갔고 정동영 최고위원은 자신의 세력과 함께 지도부로 입성했다.
정세균 최고위원도 3위로 지도부에는 입성했지만 지지했던 최재성 의원이 탈락하면서 어려움을 겪게 됐다. 빅3중 선두자리를 지켜가던 정 최고위원이 한 순간에 밀려난 것이다. 당 대표 연임에 실패하고 지지기반도 무너지면서 당장 거취문제에도 문제가 생겼다.
정 최고위원은 측근을 통해 “자신은 당초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것이고, 후보 등록부터 선거 때까지 그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면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타의에 의해 개정된 선출방식에 의해 최고위원에 당선된 현실에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정 최고위원이 거취문제를 두고 고민에 빠지자 김진표, 백원우, 최재성 의원, 한병도, 윤호중, 김영주, 김교흥 전 의원등이 자리를 함께해 정 최고위원의 최고위원직 사퇴를 만류했다.
그러나 그의 거취문제를 두고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날을 세웠다. 안 의원은 “정 전 대표는 애초부터 출마하지 말고 백의종군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배했고, 스스로 반성할 점이 많은데 신임지도부 첫 회의에 불참해서 흠집을 낸 것은 유감”이라며 “오늘 중으로 사퇴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 안 팎의 여러 의견이 오갔으나 정 최고위원이 선택한 길은 복귀였다. 복귀 이유에는 정 최고위원이 사퇴할 경우 친노세력 일부와 당내 세력들을 대변할 사람이 없다는 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대 패배로 주류세력들이 분열돼 정 최고위원의 세력은 비주류로 밀려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 최고위원마저 사퇴하게 되면 그 구심을 잃고 사분오열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정 최고위원은 자신의 진퇴에 대한 고민을 접고 최고위원으로서 당무에 복귀했다.
정 최고위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선당후사 정신으로 당원 동지들의 명에 따라 정권교체를 위해 헌신하겠다”다며 복귀를 선언했다.
정 최고위원이 사퇴카드를 버리고 당에 복귀했지만 ‘빅3’ 중 상황은 최악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권주자 중 가장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는 손학규 대표와 쇄신연대를 주류로 부상시킨 정동영 최고위원에 비해 지도부에 자신의 편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당의 구도가 2012년 총선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그의 대권 도전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당에 복귀한 정 최고위원의 역할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비록 강력한 리더십 부재로 지적을 받아온 그였지만 당을 관리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린 점은 높게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스터 스마일’로 불리는 그의 온화한 이미지는 당내 소통과 갈등을 조정하는 캐스팅 보트 역할에도 적절하다. 주류와 비주류와의 활동을 통해 공간을 넓혀가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인 것으로 보이며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성공적 당 운영에 일조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차기 대선국면에서 킹 메이커 자처?
박지원 원내대표는 새로운 민주당을 운영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인물 중에 한사람으로 평가된다. 민주당이 집단지도체제로 전환되면서 당 대표 혼자 당을 운영하는 것은 어렵게 됐다. 특히 현재와 같이 당 대표와 반대 입장인 인물들이 지도부에 있는 이상 갈등은 필연적이다.
그래서 박지원 원내대표와 같은 인물의 지원사격이 절실한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새 지도부 가 선출되자 비상대책위원장에서 물러나며 본업으로 돌아왔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8월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를 낙마시키는데 일조했고, 9월 정기국회에서 같은 당 소속인 강성종 의원 국회 체포 동의안 처리에 협조하는 등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박 원내대표는 새로운 지도체제의 정치적 노선도 제시했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해서 손학규 대표나 정동영, 정세균 이런 분들이 구체적으로 국민 속을 파고들면서 경쟁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 뒤 “우리의 이념은 생산적인 진보 이념을 가지면서도 중도가 이해할 수 있는 노선을 가기 때문에 선거를 앞두고 어떤 측은 배제하고 어떤 측은 수용하는 자세보다는 폭 넓은 국민적 지지를 받는 그러한 일로 가야한다”며 손학규 체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정치권은 박 원내대표의 내년 5월 초 임기 후 행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내에선 손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게 되면 공석이 되는 당 대표 자리를 두고 그가 관리형 당 대표직에 도전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차기 대선국면에서 ‘킹 메이커’를 자처하며 입지를 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손학규vs김문수 차기 대권주자 신경전
‘골프장 허가’두고 양측 의견 첨예하게 대립
민주당 김재윤 의원이 “손학규 지사 재임 시절보다 늘어난 것은 골프장뿐이다”라는 지적에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발끈했다.
김 지사는 “골프장은 손 대표가 지사 시절 인허가를 했고, 나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 도장만 찍었다”고 받아쳤다.
이에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경기도에 요구해서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손 대표의 경기지사 재임시 골프장 인허가는 9개에 불과하고 김 지사가 허락한 것은 38개”라면서 “어떻게 국감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골프장을 허가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한데 도시관리계획을 입안하는 것부터 허가를 받는 데까지 통상 5년이 걸린다”며 “내가 38개소를 승인했는데, 이 중 66%인 25개는 손 지사가 계실 때 입안했던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나는 골프도 못 친고 손 대표도 골프를 좋아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정부의 고시에 의해 법 개정이 됐기 때문에 골프장 인허가가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지사의 이 같은 답변에도 백원우 의원이 “어제의 발언은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고 재차 문제 삼고 박지원 원내대표도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당과 야당이 차기 대권주자를 놓고 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