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능력 우선 중시? “청소년인권이 먼저”
학업능력 우선 중시? “청소년인권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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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은 ‘폭력’의 다른 이름 일뿐, 교육현장에 도움 안돼

[시사포커스=조은위 기자]명문대학 진학을 제일 중요시하는 우리나라 학교에서 무엇보다도 중요시 되어야 할 학생들의 자기 결정권, 즉 인권은 중요시 되고 있을까.
최근 경기도의 모 고등학교에서 처음으로 '학생인권 조례'를 선포했다. 학생인권조례는 교내 체벌 금지(6조), 강제 야간자율학습과 보충수업 금지(9조), 두발·복장의 자유(11조), 휴대전화 소지 부분 허용(12조 4항), 특정 종교행사 참여 강요 금지(15조) 등 기존에 보장 받지 못했던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특단의 조치이다. 그 동안에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자기 결정권을 빼앗고 학업능력만 중요시 하던 분위기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학생인권 조례를 공포함으로서 많은 부분에서 학생들의 권리를 신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도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소위 말하는 명문대에 가기위해 다른 학생들보다 더 좋은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많은 것을 포기해야 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학생들의 자기 결정권은 법에 의해서도, 선생님들에 의해서도, 심지어 그 부모에 의해서도 보장받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청소년 인권조례운동에 동참하고 하고 있는 (사)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이하 참교육학부모회) 최주영 부회장을 만나 청소년인권문제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다.

▲ (사)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최주영 부회장
지난 18일 진보성향 교육·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가 교내집회 허용과 두발 완전 자유화 등을 내건 `서울학생인권조례' 초안을 공개했다.
특히 경기교육청 조례에서는 격렬한 논쟁 끝에 삭제됐던 교내집회 허용과 두발·복장 완전 자유화가 이 초안에는 포함됐다. 지금까지 우리는 일선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침해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었다.
지난 5월 18일 서울 A 중학교에서 학생이 하복을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두 학생을 혼낸 뒤, 상의 탈의를 한 채 1교시가 진행되는 1시간 동안 상의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수업을 받을 것을 명령했다. 몸살 기운이 있던 한 학생은 비가 오고 날이 추워 하복 대신 춘추복을 입었고, 다른 한 학생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교복을 사지 못해 하복을 입고 올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지만 어떠한 소명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결국 한 학생은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이처럼 기본적인 학생의 의사가 존중되지 않는 일부터 시작해 무참한 체벌, 교사 성추행 등 학생들의 짓밟힌 인권에 대한 뉴스는 단발성 이슈로 끝나버렸던 게 현실이었다.
이번에 경기도에 이어 서울학생인권조례가 발표되었지만 그 실효성은 아직 미지수다.
또한 일부 교육, 시민 단체와 언론 등에서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 "학교가 붕괴되고 교권이 무너져 학생을 지도할 수 없게 된다"며 강한 반발을 하고 있다.

다음은 최주영 부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요즘 청소년인권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도 화두다. ‘청소년인권’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청소년을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로 분류해왔지만 학생인권조례가 제정이 되면서 학생은 비로서 ‘주체적 역량을 갖춘 인격적 존재’로 규정됐다고 생각한다."

- 최근 학생인권조례제정 운동 서울본부가 ‘교내집회 허용’과 ‘두발 완전 자유화’ 등을 내건 ‘서울학생인권조례’ 초안을 공개했다. 어떤 내용이 담겨있나.
▲ "서울학생인권조례 초안은 5장 50개조로 구성되어 있는데 성별, 종교, 나이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모든 물리적 및 언어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 등 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 두발, 복장 등 용모에 있어서 자신의 개성을 실현할 권리, 자치활동의 권리 등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제28조 ‘소수 학생의 권리 보장’에서는 권리를 보장 받아야 하는 소수 학생에 ‘성소수자’가 추가되었고, “다문화가정 학생, 외국인 학생의 인권은 당사자 또는 보호자의 체류자격과 무관하게 보호되어야 한다(7항)”는 조항과 “다문화가정 학생, 외국인 학생은 외국에서 이수한 교육과정에 상응하는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8항)”는 조항이 추가되어 이주아동의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체류자격과 외국에서 이수한 교육과정의 인정 문제를 조례에 반영하였다."
"그리고 제16조(의사 표현의 자유) 3항에서는 ‘학생은 학교 안팎에서 집회를 열거나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여 경기도에서 인권조례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논란이 되다 삭제되었던 ‘집회의 자유’까지 폭넓게 보장하고 있지만 시위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한편 제26조 ‘권리를 지킬 권리’ 조항도 새로 추가되었다. 인권조례는 ‘학생은 자기의 권리가 무엇인지 알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을 통해 학생 스스로 학생의 권리를 알 권리, 즉 인권교육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지난 10월 18일 공청회를 통해 수렴한 내용을 검토해 최종안을 마련하게 된다."

-우리사회에 청소년의 발언이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 "청소년을 미성숙한 존재로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관념에서 비롯된 것 같다. 청소년이 미성숙한 존재라서 보호의 대상으로 간주하여 제약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성인도 미성숙하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미성숙한 존재라서 제약을 받고 발언이 무시되어도 된다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본다."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의 주체이다. 여기에는 미성년자도 당연히 포함된다.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또는 학생이라는 이유로 달리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도 없다. 학생의 인권 주체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이가 있다면 그것은 본인의 인권 감수성을 되돌아봐야 할 일이다."

▲ 지난 7일 오후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 서울본부가 발족했다.
-청소년 인권조례와 관련해 체벌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다. 일각에서는 일정한 규칙 안에서 체벌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 "학생이 미성숙한 인간이라서 성숙한 교사가 때려도 된다? 체벌은 폭력의 다른 이름일뿐 교육현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체벌 효과에 대해서 교사들은 ‘잠시 행동을 멈추게 하는 정도’로 보고 있다. 교사의 학생의 수직적 인간관, 관리와 통제로서의 교육이라는 근대교육의 기본틀을 넘어서야 한다. 전 세계에서 95% 나라가 체벌을 금지하고 있고 일제강점기에도 체벌은 없었다."(일제강점기 보통학교 규정, 소학교 규정)

-각 학교마다 교칙이 있지만 일선 선생님과 학생들은 이러한 교칙을 숙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 "교칙은 문제상황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들여다볼 기회가 없다. 학생들에게는 책임과 의무만이 공지된다. 학생들이 교칙을 만들 때 반드시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당사자가 만든 교칙이라야 지켜질 수 있고 현실적인 교칙이 마련될 수 있다."
"현재는 도교육감에게 학칙 인가권이 있지만 단위학교 교장에게 학칙제정권을 주는 것으로 초중등교육법 개악이 추진중이다. 학칙속에 체벌허용, 두발복장규제, 퇴학 전학 허용 등 학생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내용으로 제정될 수 있어 시민사회에서 반대하고 있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법사위에서 통과되면 경기도학생인권조례 등 모든 학생인권조례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일례로 서울의 A학교에서는 우유를 안 먹으면 벌점을 받는다고 하는데.
▲ "학생의 자기결정권을 무시한 명백한 인권침해다."

-일각에서는 청소년 인권조례가 일부 선생님의 인권에 대해 차별성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 "학생인권조례는 더 이상 구시대적인 학생지도방식으로는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민주시민, 세계시민의 자질을 키울 수 없다는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자기 권리를 당당하고도 책임있게 행사할 수 있는 사람,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을 길러내는 일은 학생과 교사가 서로를 존중하는 학교를 만들어내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이런 학교는 당연히 교사들에게도 즐거운 학교일 것이고 교사들의 자긍심을 지켜줄 것이다."

-최근 청소년 연예인 전속 계약서와 관련해 상업적으로 청소년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인권침해를 넘어 인권유린이다."

-마지막으로 학부모로써, 청소년 인권조례를 담당하는 입장으로써 하고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 "서울시학생인권조례가 주민발의로 추진중이다.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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