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직원, 경쟁사 고객정보 불법수집 논란
KT직원, 경쟁사 고객정보 불법수집 논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쟁사 통신망 침입…고객 전화번호 빼돌려 ‘판촉’

[시사포커스=정연우 기자]지난 4월 대구 지역에서 KT 소속 직원이 아파트 통신장비실(MDF)내 SK브로드밴드 소유의 설비에 접속하여 전화번호를 무단 수집하다 발각되는 사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당시 이 사건은 주요 언론에 보도되며 KT의 부도덕한 경쟁사 고객 빼내기와 불법행위가 알려지게 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경쟁사 통신망에 침입해 고객 전화번호를 불법 수집한 혐의(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 등)로 KT 직원 이모씨(53) 등 6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10월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지난 4월 19일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 통신장비실(MDF실)에 들어가 SK브로드밴드 가입자 48가구 전화번호를 알아내는 등 지난 4월~6월 서울과 대구, 광주, 울산, 순천 등 전국 23개 아파트 단지에서 경쟁사 고객 1833가구의 전화번호를 몰래 수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장애처리용 전화기를 SK브로드밴드 가입자 통신 포트에 연결하고 자신들의 휴대전화에 전화를 걸어 발신자 번호(고객 전화번호)를 알아내는 수법으로 번호를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통신업계인 SK텔레콤과 KT의 시장주도권 확보전쟁이 전화번호 무단수집이라는 불법행위로까지 번진 이유에 대해 알아봤다.

사건의 시작은 이랬다. KT 마케팅단 달서지사 소속 직원들이 대구 달서구 소재 경남 아너스빌 아파트의 통신장비실(MDF실)내 SK브로드밴드 소유의 음성단자에 무단으로 접속하여 전화번호를 수집하다 현장에서 SK브로드밴드 직원에게 발각된 것이다.

통신장비실(MDF실)은 통신회사들이 인터넷망이나 전화선 등을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아파트 등에 설치한 공용공간으로, 필요시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허가를 얻어 출입할 수 있으며, MDF실 안에는 각 통신사들의 통신설비가 별도 표기되어 나란히 배치돼 있다.

이들은 빼돌린 개인정보를 KT 고객컨설팅팀으로 전달해 ‘KT 쿡’ 등 자사 통신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데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KT 직원은 아파트단지 관리사무소에 비치된 출입자명부에 기재만 하면 별다른 제재 없이 MDF실에 들어갈 수 있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 큰 문제는 KT가 경쟁사 고객정보를 빼내는 과정에서, ‘통화내역’까지도 도청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경찰 조사결과 대구 달서구에서만 지난 3월 26일, 4월 19일, 4월 29일 총 세 차례에 걸쳐 3군데의 아파트에서 경쟁사 고객의 개인정보를 무단 취득하는 범죄를 저지를 것으로 밝혀혔다.

KT는 이에 대해 “직원 스스로 영업실적을 채우기 위해 저지른 단순 개인 차원의 문제”라 해명했다. 그러나 KT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불법행위는 대구지역에서만 벌어진 것이 아니라 전국적,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정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에서는 지난 8월 9일 총 23개 지역(서울지역 1건, 대구 10건, 광주 6건, 울산5건, 순천1건)에 걸쳐 KT가 동일한 수법을 사용해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두고 수사를 시작했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며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는 조만간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중요한 사실은 이같은 불법행위를 저지런 이유가 개인정보를 수집해 KT고객으로 유인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에 활용됐다는 것이다. KT는 경쟁사 고객의 전화번호를 무단으로 수집하면서 해당 전화번호, 해당전화번호 가입자가 이용하고 있는 통신서비스 회사이름, 거주 중인 아파트 등 개인정보를 함께 확인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KT는 “불법 수집한 경쟁사 고객의 전화번호가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보통신망법 제2조제6호에 따르면 개인정보란 특정한 개인을 알아 볼 수 있는 부호, 문자, 음성, 음향, 영상 등의 정보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인정보란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 모두를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KT가 불법 수집한 정보는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개인을 알아 볼 수 있는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는 사실이다.

지난 9월 27일 검찰은 정보통신망법상의 동의 없는 개인정보 수집행위로애플리케이션 이용자들의 동의 없이 이용자의 전화번호, 국제단말기 인증번호, USIM 시리얼 번호를 수집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업체를 기소한 예가 있다. 휴대전화 번호 및 휴대폰 단말기의 부수 정보들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 즉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이번 KT가 취득한 경쟁사 고객의 전화번호도 개인정보로 볼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KT의 ‘불법적인 개인정보 취득행위’에 대해서 유선전화시장에서 90%에 이르는 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장내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해 불법적, 비도덕적 행위를 자행한 점, 경쟁사 고객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취득하면서도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는 점 등은 KT가 비난을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다.

업계에서는 경쟁이 과열된 통신시장에서 통신시장 내 건전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서 이러한 불법행위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도 방통위에서 KT에 대해 영업정지 등 엄중한 처벌과 더불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장애처리용 전화기를 MDF 통신포트에 꽂으면 고객의 통화내용까지 도청할 수 있어 개통 등 필요한 사유 때만 MDF실에서 장애처리용 전화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KT는 이번 사건을 개인이 영업실적 때문에 저지른 행위로 변명하고 있지만 대구사건 이후, 전국에서 동일한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KT라는 거대 통신기업이 불법영업을 위해 조직적인 행위라는 생각한다”며 “KT라는 거대기업이 조직적으로 경쟁사의 고객정보를 불법수집해서 자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영업에 활용했다는 사실은 소비자와 경쟁사를 기만하는 부도덕한 행위로 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아울러 재발방지를 위한 시정명령 부과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