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현대그룹 비난광고에 발끈 전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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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본격 승부수…인수전의 승자는 올 연말이면 결정

현대그룹의 광고 공세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건설에 대한 비전제시를 통해 인수에 대한 강한의지와 건설업에 대한 자신감을 표명했다.

10월 19일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건설을 글로벌 고부가가치 종합엔지니어링 선도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인수에 앞서 현대차가 비전제시를 표한 이유는 그동안 현대그룹 광고를 통해 현대기아차를 강하게 압박한 것에 대한 반발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현대그룹은 현대차 인수전 참여의사를 확인한 후 광고를 통해 비난 공세를 취했다. 지난 10월 4일 현대그룹은 24개 중앙일간지에 '세계 1위의 자동차 기업을 기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광고를 게재하면서 자동차 사업에만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또한 지난 10월 18일에는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해 지난 10년간 현대차가 했던 발언을 담은 내용으로 광고를 게재했다.

광고에서 "계열분리 원칙에 따라 현대건설을 지원할 수 없다", "현대건설을 인수할 여력이나 계획이 없다", "현대건설 인수를 검토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 계획도 없다", "한마디로 현대건설을 인수할 의향이 없다"며 회사명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상식적으로 현대차를 겨냥한 것이라고 판단이 드는 광고로 현대차를 비난한 것이다.

현대차그룹도 가만있지 않았다.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현대차그룹이 비전제시에 대한 상세한 계획을 밝히고 나선 것이다. 이에 현대건설을 둘러싸고 인수 경쟁에서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이 어떤 입장표명을 내놓았는지 살펴봤다.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의 대결구도가 광고전으로 불붙기 시작해서 구체적인 청사진 제시로 본격화되고 있다. 두 그룹의 입장은 시아주머니와 제수씨의 대결로 불릴만큼 첨예하게 작용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적통성과 명분을 내세워 현대건설 인수에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는 반면 현대차그룹은 본격적인 인수참여와 함께 미래성장동력 명분으로 대결구도를 조성하고 있어 누가 현대건설이라는 대어를 품을지 벌써부터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그룹이 광고를 통해 그룹 적통성을 내놓았다면 현대자동차그룹은 ‘글로벌 고부가가치 종합엔지니어링 선도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현대건설 인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달 27일 현대건설의 매각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처음으로 현대건설 인수 이후 발전 방향과 비전에 대한 계획을 10월 19일 공개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글로벌 시장 적극 개척, 사업모델의 고도화, 부가가치 상품의 확대를 통해 현대건설을 세계적인 종합 엔지니어링 업체로 육성, 2020년 수주 120조원, 매출 55조원의 글로벌 선도 기업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건설의 사업부문을 장기적으로 4개 분야로 분류해 지속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즉, 현대건설은 해양공간(항만, 준설, 초장대교량)사업를 비롯해 화공플랜트 사업, 발전 및 담수플랜트 사업의 3대 핵심사업, 주택, 건축, 도로, 국내부동산개발의 4대 지속사업, 철도(고속철도)사업 등 6대 육성사업을 기반으로 한 사업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다.

특히 기존 ‘시공 위주의 기업’에서 기획, 엔지니어링, 운영 역량을 더욱 강화해 ‘글로벌 고부가가치 종합엔지니어링 기업’으로 탈바꿈 시킬 계획이다.

현대건설의 기존 핵심 사업지역인 중동 및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중남미 및 독립국가연합(CIS), 아프리카 등지로 사업지역을 확장함으로써 글로벌 선도 건설업체로의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인 해외시장 다변화를 꾀할 계획이다. 이는 현대·기아자동차가 브릭스(BRICs)시장에서 도요타자동차를 추월한 추진력과 우월한 시장내 입지를 활용해 이루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자동차그룹의 향후 사업방향성은 현대건설 인수와 육성을 통해 기존 자동차 부문과 철강 부문에 더해 신 성장부문으로서 종합 엔지니어링 부문을 그룹의 3대 핵심 성장축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3대 핵심 성장축은 전세계적으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녹색 성장과도 궤를 같이 한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그룹은 2020년까지 민자 SOC(사회간접자본), 플랜트 개발사업, 신재생 에너지 개발사업, 건축개발사업, 글로벌 선도업체(화공 및 철강엔지니어링업체, 스마트그리드 관련 업체 등)와의 협력사업, 건설장비 구매, 환경 및 민자발전/민자담수사업, R&D 투자, 엔지니어링 전문학교 설립(인재육성) 등에 총 1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종합 엔지니어링 부문을 현대자동차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재도약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 건설산업이 고부가가치 영역의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사업 전문인력을 적극 육성하는 한편, 현대자동차그룹의 금융역량을 활용하여 자금조달의 선진화를 달성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취임 7주년을 맞아 10월 21일 전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미션완수’를 뜻하는 스페인어 ‘미시온 쿰플리다’를 인용하며 함께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현 회장은 이메일에서 “물을 끓일 때 증기에너지를 얻으려면 99도씨에서도 불가능하며 1도가 높은 100도씨가 돼야 비로소 가능하다”며, “그 1도를 얻기 위해선 그동안 투입해온 에너지의 5배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

현 회장은 이어서 임직원들에게 “7년간 한결같이 임직원 여러분과 함께 꾸고 간직했던 꿈을 위해 이제 마지막 한걸음이 남았다”며 “수증기로 변하기 위해 1도씨를 올려야 하는 것처럼 꿈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현 회장은 특히 얼마 전 지하 700미터에 매몰된지 69일만에 기적적으로 구출된 칠레 광부들의 인간승리를 예로 들었다. “33번째 마지막 광부를 구출한 구조대원들이 품속에서 꺼내든 플래카드에 ‘미시온 쿰플리다 칠레’(Mision Cumplida Chile, 미션완수 칠레)라고 적혀있었다”며 “이제 마지막 1도씨가 남았다. 마지막 힘을 모아보자. 그리고 우리도 ‘미시온 쿰플리다’를 외쳐보자”고 강조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 회장은 취임 후 지난 7년간 현대그룹이 어려움을 뚫고 안정성장을 이룬데는 임직원들의 노고가 가장 컸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이제 그룹의 숙원인 현대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임직원들과 함께 마지막 최선을 다하자는 뜻에서 이메일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이 본격적인 승부수를 띄운 가운데 현대건설 채권단은 본입찰을 11월 초 실시하고 12월 말까지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본계약 체결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이로 인해 인수전의 승자는 올 연말이면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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