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유시민’ 호남서 명 안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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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 재보선, '텃밭'서 민주당 '굴욕'... 한나라당 '설욕'

 

최종 투표율 30.9%를 기록한 지난 10.27 재보궐 선거는 기초단체장 2곳(광주 서구, 경남 의령군)과 광역의원 1곳(경남 거창군), 기초의원 3곳(부산 사상구 나/라, 전남 곡성군) 등 6곳에서 치러졌다. 한나라당은 경남 의령과 거창, 부산 사상구(나/라 선거구) 총 4곳에서 승리했고 민주당은 전남 곡성 1곳에서 승리했다. 나머지 한 곳은 민주당의 안방으로 통하는 광주로, 김종식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한나라당이 4곳에서 압승을 거둔 가운데 선거 다음날인 10월 28일 민주당 지도부는 선거 결과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눈치다. 일부 의원들은 광주 지역의 선거 패배에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침묵하는 지도부와 달리 민주당 안팎에선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이 안방인 광주 서구청장 재보선에서 패배한 것을 계기로 야권 연대 움직임이 빨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니 선거였던 만큼 중앙 정치권의 무관심과 시민들의 낮은 참여율로 재보궐 선거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모두 전통적인 강세지역에서 힘든 싸움을 펼쳤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일각에서는 이번 재보궐 선거의 결과에 정치적 의미를 크게 두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한다. 한 야당 관계자는 “승패의 희비를 떠나 선거 결과에 나타난 ‘민심’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냐 그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패배? ... 예고된 결과



민주당의 부진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민주당이 광주 서구청장 후보에 지난 6.2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에게 패한 김선옥 후보를 당 후보로 선출한 것부터 결과에 대한 전망을 어렵게 했다.

이를 두고 당초 당 안팎에선 선거 시작전부터 우려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당시 지역 당원들은 공천에 대한 불만이 많았고 시민들 사이에선 민주당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이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김종식 후보에게 표가 몰리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후보는 광주 서구 부구청장, 민선 3기 서구청장 등을 역임했고 민주당과의 공천 갈등으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선거 판세가 불리한 것을 알게 된 손학규 대표가 뒤늦게 지원 유세에 나섰지만 결과로 이어지진 못했다. 결국 김종식 후보는 37.9%의 지지율로 당선됐고, 야4당 단일후보로 출마한 서대석 국민참여당 후보는 35.4%의 지지율을 얻었다. 반면 민주당 김선옥 후보는 24.0%의 지지율을 얻는데 그쳤다. 텃밭이라 일컬어지는 호남에서 민주당이 고전한 것은 당의 입지를 좁혀 향후 야권연대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6.2 지방 선거 이후 치러진 두 차례 보궐선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민주당으로서는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더 이상 호남지역이 민주당의 텃밭이라고 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선거 직후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더 빨리 더 많이 체감할 수 있게 변화해달라는 국민의 목소리로 듣겠다”며 “유권자의 뜻이, 국민의 판단이 어디에 있는지 진중하게 생각하면서 고민 하겠다”고 전했다.

패배 원인으로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는 ‘공천 실패’를 들고 있다. 그 외 야당으로서 여당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점과 변화를 이끌 인물이 없다는 점, 손학규 대표의 존재감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한 점 등이 지적되고 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지난달 28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광주에서의 패배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면서 “자만과 타성에 젖어 변화를 제대로 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공천을 더 잘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용섭 의원은 고위정책회의에서 “광주에서 이미 큰 변화를 요구하는 경고성 예고가 수차례 반복되고 있다”며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정도로 넘어간다면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예측하지 못한 빅뱅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광주 지원유세... 손학규 vs 유시민



손학규와 유시민 효과는 광주 서구에서 먹히지 않았다. 두 사람이 지원 유세에 나섰음에도 결국 광주 서구청장 선거에서는 무소속 김종식 후보가 당선됐다. 민주당의 텃밭에서 ‘민주당’도 ‘야권 단일후보’도 당선되지 않았다.

손 대표는 지난달 28일에 있었던 민주통합 시민행동 1주년 기념식에서 재보선 결과에 대한 심중을 드러냈다. 손 대표는 “이번 광주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큰 표 차이로 진 것에 대해 섭섭함 보다는 오히려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0월 3일 전당대회에서 제가 당 대표로 뽑힌 것은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이 담겨져 있었다”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정권교체를 바라는 민주당원들의 강렬한 여망의 진원지가 다른 곳이 아닌 호남지역”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 호남지역에서 어제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라고 해서 무조건 찍어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며 “민주당이 이제 제대로 정신 차리지 않고 과거의 기득권에 안주해있으면 결코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었다”고 부연했다.

야권단일후보의 지원유세에 나섰던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은 지지율 2위라는 결과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했다. 지난달 26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유 원장에게 사회자가 “언론에서는 광주서구청장 선거를 손학규 대표와 유시민 전 장관의 대리전이다, 혹은 야권대선레이스의 전초전이다, 이렇게 부각을 시키는 것 같은데 신경이 좀 쓰이지 않냐”라고 묻자, 유 원장은 “민주당 후보하고 진보적인 4개의 야당, 그리고 시민단체연합 후보 사이에 그건 정책대결이고 또 정치적인 경쟁이다, 그렇게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참여당에서는 비록 무소속 후보에게 당선을 내줬지만 민주당 강세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광주에서 민주당 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따돌렸다는 점에서 진보연합이 앞으로 정치권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참여당 양순필 대변인은 “이번 10.27 광주 서구청장 재선거와 지난 6.2 지방선거 결과를 비교하면 서대석 후보의 득표율이 3배 넘게 뛰어 올랐다”며 “야4당-시민사회 연대의 성과가 상당하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표정관리 들어간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6곳 가운데 4곳에서 승리함에 따라 고무된 분위기다. 경남 의령군수 선거에서 김채용 한나라당 후보가 무소속 오영호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경남 거창군 제2선거구 광역의원 선거에서는 변현성 후보가, 기초의원 부산사상구 나/라 선거구에서는 황성일 후보와 양두영 후보가 각각 당선됐다. 이를 두고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의령군 선거는 투표율이 70%를 넘을 정도로 군민들의 관심이 높았고 또 지난 3번의 선거에서 모두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던 곳”이라며 “이번에 한나라당 후보를 당선된 것은 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나라당이 잘했다기보다는 민심을 받들어 제대로 일해보라는 기회를 주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번 선거의 결과를 다른 맥락에서 풀이했다. 홍 최고위원에 따르면 경남 의령 선거구에서 무소속 득표율은 57% 가량이 되고 창원 제2선거구의 무소속 득표율은 58%가량이 된다. 부산 사상구 나선거구는 무소속과 민노당의 득표율 30%를 합치면 59%가량이 되고 사상구 라선거구의 경우 민주당 득표율이 35%로 무소속과 합치면 58% 가량 된다. 이에 홍 최고위원은 “2012년도 총선.대선의 화두는 한나라당 대 야당연대의 대결구도가 될 것”이라면서 “한나라당 텃밭인 경남.부산에서 비한나라당.반한나라당이 연대를 할 경우에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그런 징표로 보여 진다”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으로서는 여기에 대한 장기적인 대비를 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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