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그룹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치권 후폭풍 우려에도 불구하고 가파르게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C&그룹 계열사 사장 전부를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감사원도 C&그룹에 대한 부당 대출 의혹과 관련해 우리은행에 대한 감사 방침을 밝혔다. 특히 C&그룹이 사세 확장을 위해 1조3000억원의 은행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부당한 방법을 동원했는지 등의 의혹이 밝혀질지 주목되고 있다.
이 때문에 C&그룹에 대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가 금융권 대출 로비 의혹으로 확산되면서 해당 은행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유탄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C&그룹 대출 당시 고위 임원들이 대부분 퇴사했고, 금융당국의 조사에서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것이 은행권의 입장이지만, 현직 고위인사와 연결고리가 남아 있을 수 있고 검찰수사 자체가 민감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 속에서 C&그룹이 고속 성장하는 과정에서 은행권이 무리하게 대출했고 여기에 금융계는 물론 정·관계 인사가 두루 연루됐을 개연성은 충분히 있는 것으로 지적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 또한 속속 드러나고 있다. C&그룹의 전·현직 임원 18명이 금융권 출신이라는 점이다.
특히 재경부와 국세청 간부 출신, 구여권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인사들이 계열사 이사와 감사 등으로 영입되기도 했다.
이에 본지는 C&그룹이 금융권에 어떤 방법으로 부당한 대출을 했는지 그 과정을 짚어봤다.
10월 26일 검찰과 금융계에 따르면 임병석 회장은 지난 2006년부터 2007년까지 활황이던 조선업에 진출, 사세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우리은행에서 고위 간부를 지내다 2005∼2006년 C&우방 상무와 감사로 각각 입사한 김모(60)씨와 이모(60)씨를 영입했다.
C&그룹의 주거래은행 지위를 가진 우리은행이 2006년 말부터 2008년 초까지 그룹 전체 금융권 여신의 20%에 가까운 2200억여원을 집중적으로 대출하는 과정에서 두사람이 모종의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검찰은 또 우리은행이 C&그룹에 제공한 2200억여원 대출이 박해춘(62) 전 우리은행장과 그의 동생인 박택춘(60) 전 C&중공업 사장이 각각 재직할 때 집중적으로 이뤄진 사실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대출 경위를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우리은행, C&그룹 부당대출 의혹 일파만파
우리은행, “현 경영진, 당시 대출비리와 무관”
이에 대해 우리금융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런 일은 검찰에서 나온 내용이다. 거론되는 대출건은 박해춘 전 행장 시절 일”이라며 “이팔성 회장과 이종휘 우리은행장 등 현 경영진은 당시 대출 비리와 무관한 자리에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은행이 지난 2007~2008년 박해춘 전 행장 당시 자금난이 심화된 C&그룹에 2200억원을 집중적으로 대출해 줬고, 이 과정에서 부당 편법대출이 이뤄진 정황이 검찰수사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또 대구은행이 C&우방에 600여억원을 대출해준 경위도 조사중이다. 하지만 대구은행측은 C&우방에 대한 대출자금 100%에 대해 담보를 통해 확보했기 때문에 부당대출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검찰은 이밖에 그룹 재정총괄 사장으로 선임한 전 하나증권 부사장 나모(59)씨, 우방 사외이사로 활동한 전 한국기업평가 임원 이모(63)씨 등도 특혜 대출을 위한 금융권 로비에 관여했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을 감사 혹은 검사했던 감사원과 금융감독원이 이 문제를 알고도 적당히 덮고 넘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C&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6일 임병석(49) 회장이 측근 핵심 임원들로 구성한 '구조조정본부(구조본)'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해 운용한 정황을 포착하고 해당 임원들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구속된 임 회장과 임원들을 상대로 구조본의 역할과 활동을 집중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들 명의의 계좌 및 관련 계좌에 대해서도 자금 추적에 들어갔다.
검찰은 구조본이 정·관계와 금융권에 대한 로비 창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C& 측 관계자는 “구조본이 임 회장의 직접 지시를 받아 운영된 것은 사실이지만 비자금과는 무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 전방위적 회생 로비 가능성 주목
우리은행 특혜대출 관련 관계자 소환 검토 중
검찰은 C& 측이 무리한 기업 인수합병(M&A)으로 2007년부터 그룹 운영이 어려워지자 전방위적인 '회생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007년 11월 우리은행 등 금융권은 그룹 구조조정을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인 'C&구조조정 유한회사'를 통해 C&에 1800억원을 지원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당시 725억원을 빌려줬으나 구조조정 지연과 담보 가치 하락으로 500억원가량의 손실을 봤다. 검찰은 우리은행의 '특혜 대출' 의혹과 관련해 당시 은행 고위 관계자 등을 소환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7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2008년 9월 우리은행에 대한 감사를 벌여 관련 사실을 적발했다.
당시 감사원은 C&중공업에 대한 대출 100억원이 전부 손실로 처리되는 등, 담보 주식의 가치 하락과 이자 연체 등으로 은행손실액이 329억~597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부장과 차장 등 실무자 3명을 문책하는 선에서 문제를 미봉했다. 얼마 후 박해춘 당시 이사장이 자진사퇴한 것도 이 때문 아니냐는 해석이 유력하다.
특히 그가 우리은행장이던 시절 친동생이 C&중공업 사장이 된 것에 주목한 것 아니냐는 것. 그러나 이 정도로 문제를 덮은 것에 대해 금융계에선 박 전 이사장이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충남도지사 후보가 된 것과 연관지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반면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C&그룹 부당대출 의혹에 대해 “큰 문제 없다”며 “감사원 감사결과에서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도 봐주기 의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금감원은 작년 6월 우리은행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C&그룹에 대한 부당대출 사실을 파악했음에도 불구,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금감원 측은 “당시 C&그룹에 대한 대출이 잘못됐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미 감사원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관련 직원 문책까지 마쳤기 때문에 추가 조치는 안해도 된다고 판단했다”고 언론에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