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내부정보 훔쳐보다 딱걸린 삼성
MBC 내부정보 훔쳐보다 딱걸린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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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기자 출신 삼성경제硏 오 부장, 1년여간의 비밀행각 드러나

[시사포커스=이태진 기자] 삼성경제연구소 직원이 MBC 보도국 취재정보를 비밀리에 제공 받고 사내 뉴스 시스템에 접속해 관련 정보를 몰래 열람한 것으로 MBC 자체 감사 결과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 삼성연구원, 1년여간 MBC 정보 열람

MBC는 지난 7월 시작된 특별감사를 통해 2009년 5월부터 2010년 7월까지 1년 2개월간 삼성 IP 주소를 가진 컴퓨터가 사내 보도국 뉴스 시스템 전산망에 접속한 사실과 사내 전산망 관리 직원이 정보유출에 가담한 것을 확인했다.

MBC측에 따르면, MBC 뉴스 정보를 들여다 본 인물로 지목된 삼성경제연구소 소속 오모 부장은 MBC 보도국 뉴스 시스템에 직접 접속해 정보를 열람했다.

또한 오모 부장은 이메일을 통해 MBC에 재직 중인 뉴스 시스템 관리 사원 윤모 차장으로부터 취재시스템에 오른 내부 정보를 전달 받아 당일 방송될 뉴스 내용과 편집 순서를 담은 큐시트 등 사내 핵심 정보를 훔쳐보기도 했다.

오모 부장은 기자로 일하던 MBC를 퇴사한 후 2007년 6월 삼성경제연구소에 입사해 방송사와의 인터뷰 일정 조율 및 인터뷰 내용을 가다듬는 업무를 맡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이 사건과 관련한 성명발표에서 "회사는 지난 7월 시작된 특별 감사를 통해 뉴스 시스템을 담당하는 내부 사원이 삼성으로 이직한 MBC 퇴직 사원에게 정보를 건넨 정황을 포착했다"며 "IP 주소가 삼성으로 돼 있는 컴퓨터에서 MBC 보도국 뉴스 시스템에 장기간 접속해 온 사실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보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사원(윤모 차장)은 현재 대기 발령이 내려진 상태"라고 밝혔다.

◆ MBC 노조 "사측에 엄중한 조사 촉구"

MBC노조측은 이와 관련해 사측에 엄중한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사측에 "지금까지 드러난 커넥션 외에 또 다른 커넥션이 있는지 회사는 그 진상을 빠짐없이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강력히 주문했다.

노조는 또 "회사는 모든 역량을 집중해 신속하게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얼마 동안 어떤 정보가 '누구'로부터 '누구'에게 유출됐는지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의 감사에 노골적으로 시비를 걸고 있는 선임자 노조의 수상한 흥분에 주목하고 있다"며 "그 '누구'가 단수가 아닌 복수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고 이 외 또 다른 커넥션은 없는지 회사는 그 진상을 빠짐없이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이번 정보유출 사건 관련자에 대해서 내외부를 가릴 것 없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불거진 의혹처럼 삼성이라는 거대 재벌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언론사 내부 정보를 수집해 이용한 것이 사실일 경우, 이는 우리 언론 역사에서 전대미문의 중차대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상대방이 삼성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묻는데 미온적으로 대응할 경우 현 경영진은 사건 은폐라는 또 다른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하며 사측에 공정하고 엄중한 조사를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노조는 "우리는 삼성에 경고한다"며 "삼성은 더 늦기 전에 이번 사건을 자체 조사해 그 진상을 낱낱이 고백하고, 모든 관련자를 문책하라"고 촉구했다.

◆ MBC측은 "감사 진행 중...조사결과 뒤 징계수위 결정"

MBC측은 현재 감사가 진행중인 만큼 최종결과 발표 이후 현직 윤모 차장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와 동시에 삼성측에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MBC의 이진숙 홍보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감사실에서 진상조사를 계속하고 있으며, 윤모 차장이 정보 유출 과정에서 얼마나 개입했는지, 어떤 정보가 어디로 얼마나 나갔는지, 의도를 갖고 했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감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또 "지난달 감사실의 중간조사 결과를 근거로 한차례 인사위원회가 열렸으나 회사에서는 최종 조사결과를 지켜본 뒤 징계수위와 대책방안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조만간 최종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감사실에서 뭔가 있는 것으로 파악한 것 같다"며 "아직 해당 인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 좀 더 파악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지난 3일 이 국장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삼성으로부터 철저한 진상 조사와 조사 결과에 따른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삼성측에 재발방지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 MBC 사내 기자, 정보유출 우연히 발견

내부 정보가 삼성측에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MBC가 인지하게 된 것은 한 사내 기자의 우연한 보고가 발단이 됐다.

윤모 차장은 지난 7월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 후임으로 홍상표 YTN 경영담당 상무이사와 MBC 기자 출신인 김석진 OBS 보도본부장이 물망에 오른다는 내용을 적어 오모 부장이 과거 MBC에 근무했을 당시 개설한 사내 이메일 'oxx@mbc.co.kr'로 발송했다.

이후 오모 부장은 윤모 차장이 그 문제의 이메일 계정으로 보낸 정보를 다시 삼성의 사내 이메일 'xxx@samsung.com'으로 발송했다.

삼성 사내 이메일 계정으로 전달된 그 이메일 내용이 원본 이메일에 적힌 발신인 'oxx@mbc.co.kr'로 적힌 채 증권가 정보지에 오른 것.

이를 확인한 MBC의 한 기자는 해당 정보에서 발신인이 'oxx@mbc.co.kr'로 나온 것을 수상히 여겨 이를 MBC 보도국장에게 보고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국장은 즉시 자체 특별감사를 의뢰하게 된 것.

◆ 삼성측 "오 부장 개인적으로 한 것일 뿐"

삼성측은 이와 관련해 '개인적 행각'일 뿐 이라며 삼성과 연계되는 데 경계심을 나타냈다.

삼성측의 한 관계자는 지난 2일 "오모 부장이 전 직장에 대한 개인적인 호기심에 접속했을 뿐 삼성에서 조직적으로 벌인 일이 아니다"며 "그가 MBC 내부 정보를 종합해 상부에 보고한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이 사건과 관련해 그룹 차원에서의 유감 표명이나 해당 관련자를 징계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측은 이번 사건이 삼성그룹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 3일 MBC 내부정보 유출에 연루된 오모 부장을 내부 조사를 거쳐 적절한 인사 조치를 할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 팀장(부사장)은 한 언론사를 통해 "오모 부장이 MBC의 ID를 이용해 해당 언론사의 전산망에 접속한 사실을 시인했다"면서 "이는 개인적인 호기심에 행한 것"이라며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정보 수집을 한 것이 아닌 개별 직원이 개인적으로 한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팀장은 "어떤 식으로든 삼성 직원이 관련됐다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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