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정계 복귀 후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야권 차기 대권 주자로 급격히 떠올랐다. 그의 등장으로 정치권은 차기 대선의 구도 변화에 술렁였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손 대표의 전체 지지율이 20%가 넘는다면 한나라당내 대선 판도도 완전히 바뀌게 될 것”이라며 긴장감을 드러냈다.
이와는 달리 한 친박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위상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야권이 후보단일화를 이룰 경우, 2012년 대선은 치열한 양상을 띨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당에서는 대권에 도전할 대표 주자가 딱히 없었던 까닭에 손 대표의 선전에 고무된 분위기다. 손 대표의 등장으로 현재 대선후보 전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대권 경쟁자, 박 전 대표는 손대표의 약진이 위협할 수준은 아니지만 예의주시하며 경계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선에서 박근혜-손학규의 1:1 구도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지지율의 변동폭이 크지 않고 꾸준한 박 전 대표와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 새롭게 부상한 손 대표와의 양당 구도는 차기 대선이 2년여 가까이 남아 있는 현 시점에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지난 1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차기 대선에서 박근혜-손학규의 1:1구도가 형성되면, 한나라당 입장에서 결코 쉬운 경기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부소장은 “지난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500만 표에 가까운 표차로 정동영 후보를 이겼지만 차기 대선에서는 표 차이가 많이 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손학규 대표가 대권 후보가 된다면 쉬운 경쟁은 아닐 것”이라고 예측한 뒤 “박근혜 전 대표가 되던, 누가 되던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학규 대표의 대권 행보... 실천적 진보 + 친 서민
야권 내에서 손 대표만큼의 존재감과 이미지, (차기 지도자)적합도를 충족시켜주는 후보가 아직 뚜렷이 나타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손 대표는 지난 3일 취임 한 달을 맞았다.
취임 초기 “나 자신부터 기득권을 버리고 국민 속으로 함께 들어가겠다”고 말한 그는 지난 한 달간 친서민.민생 행보를 이어왔다. 강원도 평창의 농가 방문을 시작으로 지난달 말일에는 노사갈등를 겪고 있는 경북 구미의 KEC 사업장을 찾는 등 민생 깊숙이 파고들었다.
“국민들이 마음 편하게 사는 나라를 만드는 일이 민주당 앞에 주어진 역사적 사명이자 시대적 과제”라고 말하는 손 대표는 민주당이 만들어갈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으로 민생.민주.평화를 내세웠다.
현 정권 하에서 서민 생활과 민주주의 가치, 남북관계는 위기라고 지적하며 ‘소통’과 ‘공감’의 키워드로 국민에게 다가서고 있다. ‘4대강 사업’과 ‘개헌론’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진보적 이미지’를 부각, 민심 얻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를 반영하듯 손 대표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손 대표 ‘보수·중도·진보’모두 아우를까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10월 넷째 주에 실시한 주간 정례 여론조사에서 손 대표는 잠시 주춤하던 지지율이 다시 올라 11.3%를 기록,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손 대표의 지지율이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주춤하는 모양새를 보이자 ‘컨벤션 효과’로 지지율의 거품이 걷히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전당대회 이후 4주째 연속 하락하는 반면 손 대표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친화력이 주 무기인 손 대표는 중보 보수적 이미지로 당을 떠나 보수, 중도, 진보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손 대표의 중도 보수적 이미지는 외연확대를 위한 주요 자산으로 진보와 보수를 모두 아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서 가장 높은 호감도를 가지고 있다”고 전제한 뒤 “오피니언 리더들의 호감도는 여론의 선행지표로서 크게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실장은 또 중도보수 이미지의 손 대표가 보수층과 수도권의 표심을 끌어안는다면 지지율의 추가상승 가능성도 제법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밖에 진보 진영의 대표주자로 4대강 사업의 반대편에 서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과거 민주 정권의 대북정책을 이어가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중도 성향층의 결집을 유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호남색이 컸던 민주당에서 손 대표는 호남 출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호남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고 호남에서도 거부감이 없다고 평가된다. 또 수도권 지지층에서 야권을 지지하나 민주당의 호남색으로 지지를 꺼렸던 야권 성향의 유권자도 손 대표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일부 의원들은 손 대표가 야권 단일 후보가 아니더라도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내에서도 그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긍정적이다. 당직 개편이나 지도부 구성에 있어서 계파 갈등을 봉합해 화합을 이뤄냈고 민주당의 정권창출에 대한 가능성도 높였다고 평가했다.
박근혜 대세론...차기 대선까지 이어질까
최근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발표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 8월 26.5%에서 9월에는 31.8%, 10월에는 33.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10월 넷째 주에 실시한 주간 정례 여론조사에서도 박 전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에서 전주 대비 0.5%p 상승한 31.4%로 1위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한동안 하락세를 유지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보수층을 중심으로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불만이 박 전 대표에게 모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호남 지역에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도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지지층과 진보성향층에서도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오르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를 두고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세종시 정국에서 보여준 박 전 대표의 역할과 최근의 호남 방문 등으로 형성된 일시적인 현상으로 국한했다. 또 “본선에서 여야 1대 1 구도가 됐을 때 호남이 박 전 대표를 지지하겠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상승세...외연확장이냐 보수층 회귀냐
하지만 ‘박근혜 대세론’이 차기 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친 이계 의원은 “박근혜 지지율은 30%대 마의 벽에 갇혀 있다”며 “박근혜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당내에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손학규 지지율이 20%가 넘는다면 대선 판도가 크게 출렁일 것”으로 내다보며 “박근혜를 제외한 김문수, 이재오, 홍준표, 오세훈이 반(反)박근혜 연합을 형성해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의도 연구소의 김현철 부소장은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은 수도권의 중도층 지지를 이끌어내 선거에서 이겼지만 차기 선거에서 TK와 PK가 전체적으로 몰표를 줄 수 있는 상황이 될 지는 의문”이라며 “충청권 민심도 예측하기 간단치 않다”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의 정치 노선은 결국 보수에 뿌리를 둬야 하고 그 점은 선거 전략에 결코 불리하지 않다”며 “보수를 집토끼, 진보를 산토끼, 들토끼라고 가정할 때 들토끼만 쫓아다니다 집토끼를 놓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 친박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급격히 형성된 게 아니라 꾸준히 유지돼 지지층이 견고하다”면서 “위기를 겪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 여론조사 기관의 관계자는 “박 전 대표는 저학력, 저소득층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고 말하며 “지지층의 충성도가 높고 견고해 이탈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애국 이미지’와‘보수 이미지’로 각인된 박 전 대표의 외연확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MB와 대립각을 세우고 세종시 문제에 있어서는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으로 이미지를 업데이트 하고 있지만 최근 주요 이슈로 부각된 ‘복지’분야에 뚜렷한 성과가 없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주요 이슈로 떠오른 ‘복지’를 빼놓고는 차기 대선의 승리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박 전 대표도 ‘복지’를 강조하며 외연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부터 박 전 대표의 행보가 ‘복지’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지지기반의 확대를 위한 전력적인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차기 대선은 ‘중도층’이 관건
최근 박 전 대표가 자신의 옛날 사진을 보여주고 썰렁한 개그로 이미지 쇄신에 나선 것도, ‘복지’정책과 대안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손 대표를 의식한 중도 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박 전 대표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이번 국정감사는 사회의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 국가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평소에 생각하던 것을 짚어보는 기회가 됐다”며 ‘여러분 곁으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러한 박 전 대표의 움직임은 친 서민 이미지와 ‘복지’를 염두에 둔 대권 행보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표로서는 중도 보수적 이미지의 손 대표와 중도 지지층 싸움에서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또 지지층이 영남과 충청에 집중돼있어 호남과 수도권을 아우르고 있는 손 대표와의 경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중도층 끌어안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 출신의 야당 대표로서 정책 노선에 논란이 많지만 이미지와 정체성은 중도에 가깝다.
하지만 손 대표 역시 ‘중도지지층’의 결집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차기 대선에서 ‘야권 연대’라는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야권 연대를 이룬다면 손 대표의 중도보수 이미지와 진보 이미지가 겹쳐 중도보수층의 이탈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야권 연대는 ‘중도층 끌어안기’에 병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래도 일각에서는 중도층 싸움에서 손 대표가 유리하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과거 한나라당에 몸담았던 경력에서 인식되는 보수적 이미지에 야권 대표로서의 진보적 이미지가 합쳐지면서 중도적 성격이 더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이미지에 걸맞게 손 대표는 진보적 가치를 내세우며 친 서민 행보에 나서며 중도층을 직접 공략하고 있다.
국민의 정서가 보수에서 진보로 이동하면서 손 대표의 과거 전력에서 오는 현재까지의 이미지와 접점을 이뤄 손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