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재계 인사 중 일반인들과의 소통으로 가장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다. 그는 인터넷은 물론 스마트폰 세상에서도 가장 유명한 인물로 불리고 있다. 정 부회장은 140자로 표현하는 단문블로그인 트위터를 가장 잘 활용하는 재계의 대표주자. 기업 CEO 중에서는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주)두산 박용만 회장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들은 일찌감치 트위터에 입문, 소위 트위터리안로 자리매김했다. 이 때문에 네티즌들은 그와의 팔로잉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정 부회장의 트위터(http://twtkr.com/yjchung68)는 팔로워(구독자)가 2만명이 넘는다. 그만큼 인기가 많다는 뜻이다. 아직까지 정 부회장의 트위터를 수치화할 수 없는 없겠지만 신세계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독이 될 수 있다. 정 부회장의 경우 신세계가 불리하거나 문제가 된 것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외면한다는 점이다. 최근 화제가 됐던 문용식 나우콤 사장과의 한밤 트위터 설전 또한 마냥 트위터를 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본지는 정용진 부회장의 트위터를 통해 기업경영의 소통과 오너들의 소셜네트워크 방향을 살펴봤다.
정용진 부회장은 트위터 상에서 자신이 본 드라마나 집에서 키우는 애완동물 이야기를 통해 네티즌들에게 공감을 얻어낸다. 재벌 3세, 그것도 한 기업의 대표가 트위터를 하는 것이 일반인들에게 호기심을 자아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정 부회장의 팔로워 수는 7만명을 넘어섰다.
정 부회장, 나우콤 사장과의 트위터 한밤 설전
특히 최근 정 부회장과 문용식 나우콤 사장이 벌인 한밤 트위터 설전은 정 부회장이 트위터를 얼마나 애용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단면이다.
사건의 발단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yjchung68)은 “지난 19일 신문에 게재된 저희 회사 임직원 복지혜택 확대관련 내용입니다. 직원들이 사랑하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전진^^”이라고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이에 문용식 대표(@green_mun)가 “슈퍼 개점해서 구멍가게 울리는 짓이나 하지말기를... 그게 대기업에서 할 일이니?”라면서 정용진 부회장을 반발이 섞어 다소 거칠게 비판했다.
이에 정 부회장은 10월 29일 밤, 문 대표의 글을 리트윗(RT-타인의 글을 나의 계정을 거쳐 전파하는 일)하며 "나우콤 문용식 대표님이 저에게 보내신 트윗입니다. 마지막 반말 하신 건 오타겠죠?"라며 반응했고 문대표는 "오타는 아니구요 중소기업 입장에서 순간 화가 나서 한 말입니다. 피자 팔아 동네피자가게 망하게 하는 것이 대기업이 할 일 이냐구요? 주변상권은 다 붕괴시키면서 회사직원복지만 챙기면 되는거냐구요?"라며 최근 이마트 피자판매와 SSM을 겨낭한 의도적인 비판임을 밝혔다.
본격적인 설전이 시작되고 정 부회장은 “이분 분노가 참 많으시네요 반말도 의도적으로 하셨다네요. 네이버에 이분 검색해보니 그럴 만도 하세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팔로워들에게 문 대표의 구속 경력을 빗대기도 했다.
문 대표는 2008년 7월 나우콤이 운영하는 웹스토리지 사업 ‘피디박스’와 ‘클럽박스’가 저작권 침해 혐의가 있다며 검찰조사를 받은 적 있다. 문 대표의 구속 당시 촛불집회와 관련해 검찰이 ‘아프리카’를 운영 중인 나우콤을 은근히 압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었다.
정 부회장이 자신의 구속 경력을 빗대자 문 대표는 “분노 없이 지금 이 사회를 어찌 살겠어요 정 부회장도 좀 더 안목을 키우시길.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 끝만 쳐다보면 되나요? 대기업의 바람직한 상생의 자세를 살펴봐야지 반말 들은 것만 가슴에 담아두나요? 쯧쯧...”라고 정 부회장에게 충고했다.
트위터를 통한 두사람의 설전에 트위터리안들은 “각 회사가 받게 될 이미지 타격도 생각해 보아야한다”, “문 대표가 너무 무례 한 것 아니냐”, “논쟁 중에 문 대표의 과거를 들추는 것은 치졸한 방식”, “정 부회장이 자꾸 논점을 흐리고 있고 문 대표는 너무 직진만 하려고 한다”며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 부회장, 사적 소통 공간으로 트위터 이용, 앞으로는?
이처럼 정 부회장의 트위터는 소통의 도구로도 사용하지만, 비판의 창구로도 이용하고 있다.
정 부회장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정 부회장의 경우에 ’이마트 피자’와 건으로 네티즌들의 집중 공격을 받는 등 몇 번의 고비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를 비교적 현명하게 대처, 여전히 많은 팔로어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이다. 하지만 자칫 누리꾼들의 질문 포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 한다면 한 기업의 대표로서의 입지는 물론, 기업 이미지까지 실추시킬 위험이 있다.
특히 트위터의 파급력은 미니홈피나 블로그와는 차원이 다르다. 트위터에 올라간 글은 한번 흘려버린 말과 같아서 ‘무한 RT’를 통해 일파만파 퍼진 뒤에는 서버에서 삭제해봤자 소용이 없다.
그 점에서 정 부회장은 제 3자의 입장에서 회사를 바라보거나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트위터를 운영한다. 업무상 출장을 가거나 행사에 참가했다는 내용도 올라오지만 이마저도 주로 근처의 맛집에서 식사를 했다거나 그 곳의 교통상황등이 쟁점화시킬 뿐이다. 트위트를 철저히 사적인 소통의 공간으로만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정 부회장의 사적인 수다만을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정 부회장의 경영마인드나 신세계라는 기업에 대한 정보를 원하기도 할 것이고, 이보다 더한 고급정보들을 기대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번 한밤의 설전처럼 강력한 반발이 이슈가 된 것처럼 이런 장면을 기대하는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이런 기대감을 철저히 외면하거나 남의 일처럼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한다. 이런 점은 그의 소셜 네트워크의 활용에 있어 때론 적극적으로 때론 무관심으로 네티즌들의 대한다는 사실에 극과 극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 부회장의 이런 극과 극의 트위터 활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한 언론의 부정적인 트위터 사용에 대한 비판도 받았지만 굿굿히 활용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힌 바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정 부회장의 트위터는 재계 인사들이 소셜네트워크를 할 때 참고해야 할 점으로 보인다. 재계 인사들이 소셜네트워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트위터 등을 시작하는 것은 안하니만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 부회장 자신도 비판의 대상으로 피할 수 없다. 트위터상에서 제 3자적 관찰자 입장에서 회사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CEO로서의 역할에서 다소 벗어나는 점이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의 트위터 상에서의 행보, 앞으로 좀 더 구체적인 회사 이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