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지나친 G20안보의식이 부른 인천공항 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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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개도국-진보'인사면 입국불허?

시민단체공동주최 국제포럼에 초청된 개발원조 전문가 폴 씨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국익에 반한다’며 입국불허 당해...

[시사포커스=이태진 기자] 지난 5일 오후 서울G20(주요 20개국 모임)정상회의를 앞두고 국제포럼에 참석차 인천국체공항에 도착한 필리핀인 폴 퀸토스(Paul L. Quintos)씨. 그는 자국에 소재한 이본 인터내셔널(IBON International)이란 국제개발원조 NGO에 소속된 인사로 최근 두 차례나 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바 있었다.

필리핀 주재한국대사관에서 적법하게 비자를 받아 입국에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던 폴 씨는 한국으로의 입국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출입국심사당국이 입국을 불허해 결국 포럼 참석은커녕 한국 땅에 발 한 번 딛지 못한 채 허탈하게 본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다.

폴 씨는 출입국심사당국의 ‘입국불허’에 그 사유를 물었지만 관계자로부터 “NO”라는 외마디 답변만 들어야만 했다.

폴 씨는 G20에 앞서 국내 시민단체의 초청으로 ‘세계경제 대안 모색 : 금융통제와 고용ㆍ복지지출 확대’라는 포럼에서 발제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것이지만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정부측의 입국불허로 강제 추방당한 셈이다.

정부는 G20에 참석하지 못하는 개발도상국들을 고려해 이번 서울G20에서는 ‘선진국-개도국간 균형잡힌 성장’이라는 새로운 의제를 발안한다고 공언하며 개도국들을 대변하겠다고 자청했지만 정작 이번 사건을 보면 개도국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이중적임을 보여주고 있어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또 비자발급과 신원조회를 마친 폴 씨에 대해 법무부가 입국을 불허한 것은 정부가 서울G20정상회의를 앞두고 진보성향의 시민단체가 공동주최하는 국제포럼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려는 조치라며 정부의 이념 편향성을 지적하고 있다.

◆ G20대응민중행동, 폴 씨 입국불허 납득할 수 없어

지난 5일 2010서울G20정상회의를 앞두고 정부가 한 국제포럼에 초청된 필리핀인 국제 NGO 인사 폴 씨를 입국 불허해 정부의 지나친 G20 보안의식이 부른 무리한 법집행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G20대응민중행동(대단위시민단체연합, 이하 민중행동)’은 즉각 폴 씨에 대한 정부의 입국불허 조치에 반발, 지난 6일 오후 2시 종로의 중앙정부청사 정문 앞에서 폴 씨의 입국불허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민중행동에 따르면 폴 씨는 필리핀에 소재한 이본 인터내셔널(IBON International)이란 국제개발원조 NGO에 소속된 인사로, 서울G20정상회의를 앞두고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열렸던 ‘세계경제 대안 모색 : 금융통제와 고용ㆍ복지지출 확대’(이하 '세계경제 대안 모색')라는 국제포럼 발제자로 초청돼 한국을 방문키로 했었다.

이 포럼은 해외측 이본 인터내셔설과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Friedrich Ebert Foundation), 한국측 ‘금융규제 강화와 투기자본과세를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이하 시민사회네트워크)’가 공동주최하는 국제포럼이다.

민중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폴 씨는 개발원조 전문가로서 ‘세계경제 대안 모색’이란 국제포럼의 한 발제자로 이에 참석차 한국에 방문한 것”이라며 “그가 입국불허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어 인천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됐다고 관계당국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폴 씨는 올해만도 포럼 참석차 한국을 두 차례나 다녀간 것으로 알려져 시민단체들은 법무부의 ‘입국불허’ 조치에 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 “막무가내식 처사이자 원칙없는 제재”

참여연대 이태호 협동사무처장은 폴 씨에 대한 정부의 입국불허 조치와 관련, 본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그는 15일여 전 필리핀주재 한국대사관을 통해 정상적으로 비자발급을 받고 신분조회를 마친 인사”라며 “반정부성향의 시민단체가 공동주최하는 포럼을 정부가 의도적으로 방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처장은 이어 “개발도상국을 대표하는 한국이 이러면 안된다”며 “서울G20정상회의에 대한 정부의 의식이 이번 회의의 의장국으로서 전세계 개도국을 대변하려는 것이 아닌 하나의 겉치레 행사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또한 “폴 씨에 대한 정부의 입국불허 조치는 막무가내식 처사이자 원칙없는 제재다”라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지난 6월 26일부터 27일 토론토에서 열린 G20정상회의에서는 국제NGO 인사들에 대한 이같은 입국불허는 없었다”며 “여러 단체들이 자유롭게 모여 여러 주제를 가지고 토론·토의가 가능했다”고 설명한 뒤, 폴씨에 대한 정부의 입국불허는 불합리하고 인종주의적 조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처장은 2009년부터 OECD DAC(개발원조위원회) 회원인 한국은 2011년 열리는 ‘원조효과성에 관한 고위급 장관회의’의 개최국이라며, 이본 인터내셔널은 참관인이 아닌 회의참석자 자격으로 이 회의를 한국과 함께 준비하는 국제 NGO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본 인터내셔널 관계자들은 원조효과성 논의와 관련해 G8뿐 아니라 OECD 가입국을 다니며 활발히 활동하는 등, 그 전문성을 인정받은 국제 NGO라 설명했다.

◆ 법무부, “폴 씨 입국은 국익에 반해 불허해...”

법무부는 폴 씨 입국불허와 관련해 '국익을 위해서'라며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본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그의 입국은 국익에 반해 그렇게 했다”며 “출입국관리법 11조 3호와 4호에 의거해 폴 씨에 대해 그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폴 씨가 입국불허 명단에 오른 사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 관계자가 언급한 출입국관리법 11조(입국의 금지 등) 3호와 4호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혹은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에 해당하는 외국인에 대해서 법무부장관이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 폴 퀸토스씨

◆ 폴 씨, “한국정부 개도국 전문가 의견 왜 안 듣나... 우리 워크숍에 초대하고파...”

한편 폴 씨는 한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정부는 왜 G20 보안문제를 과장하는지, 그리고 왜 서울G20정상회의 행사에서 원조개발도상국 전문가의 의견을 안 들으려 하는지 묻고 싶다”며 현재 심경을 밝혔다.

아울러 그는 한국정부의 그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를 우리 워크숍에 초청하고 싶다”며 “한국정부는 우리 워크숍을 통해 G20에서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경제·금융위기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NGO, 학계, 개발도상국 정부인사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어 많이 배울 수 있다”라고 말하며 한국정부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폴씨는 지난 6일, 이날 오후 5시 30분경 G20대응민중행동이 주관하는 서울국제민중회의에 참석차 한국에 입국하려다 입국불허된 조세프 푸루가난씨(남반구연구소), 조슈아 프레드 톨레티노 마타씨(필리핀 진보노동자연맹 사무총장), 로제리오 마리왓 솔루타씨(필리핀 노동절운동 사무총장), 제수스 마뉴엘 산티아노씨(필리핀 예술인) 등 필리핀 5명과 함께 밤 9시 30분경 필리핀으로 강제출국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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