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자본의 세계화 강력히 규탄한다”
[현장르포] “자본의 세계화 강력히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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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주관 ‘G20규탄 촛불문화제’ 보신각에서 열려...

“자본가가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문제”
“세계의 노동자들은 민중 중심의 세상을 원한다”
 

[시사포커스=이태진 기자] 지난 10일 오후 7시 서울 종로에 소재한 보신각에서는 민주노총이 주최하는 ‘G20규탄촛불문화제’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온 국제노동계단체들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국내외 노동계단체 소속 조직원들과 구경꾼들을 합해 약 900여 명이 보신각에 모여들었다.

독일의 ZDF, 프랑스의 WOSTOK Press 등이 이번 촛불문화제를 취재하는 모습도 목격돼 해외언론들이 이 행사에 관심이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국제노동계인사인 말레이시아 진보계정당 소속 찰스 의원은 무대로 올려져 “자본의 세계화에 적극 반대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소개된 브라질노총의 한 인사도 “전세계적 자본화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값싼 노동비로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자본의 세계화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주장하며 “전세계 민중들이 단결하면 자본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 [사진=유용준 기자, 원명국 기자]

◆ “G20규탄 국제 노동자연대의 밤” 표어 눈에 띄어

촛불문화제가 열리기 10분 전, 보신각 주변은 아직 행사준비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무대 위에선 락그룹이 리허설을 하며 음향 등을 확인하고 있었다. 무대 뒤에선 이번 행사에 출연할 출연자들이 화장과 의상을 점검하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건널목 앞에서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퇴진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었고, 그 옆에선 G20에 반대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든 젊은이들이 건널목 앞에 서서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또한 우스꽝스런 복장을 한 시위자 2명이 그 곳에서 G20를 비꼬아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펼쳐 행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무대 정면을 바라보자 “G20규탄 국제 노동자연대의 밤”이란 표어가 한 눈에 들어왔다. 무대 주변의 “전태열 열사 정신계승”, “노동기본권 쟁취”, “독소조항도 모자라 밀실협상까지, 한미FTA 전면 폐기하라!”란 표어들만 봐도 이 문화제가 노동계단체에서 주관하는 행사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국내외 노동계단체들은 정부와 기득권층을 상대로한 험난한 투쟁에서 끝까지 싸워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완강한 의지를 보여주려는 듯 굵직한 서체로 자신들의 단체 이름이 적힌 큼직한 깃발들을 하늘로 높이 쳐올려 휘날리게 했다.

무척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노동계조합원들을 제외한 많은 사람들이 보신각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행사장에는 노동계조합원들의 돌출행동을 감시하려는지 경찰로 보이는 사람들이 현장 상황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주변을 서성거렸다.

노동계조합원들이 무대를 바라보고 앉아 인원정돈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을 무렵 꽹가리, 징, 태평소 소리가 무대 한편에서 터져 나왔다. 풍물놀이를 첫 공연으로 행사가 시작된 것이다. 우리나라 민속음악인 풍물놀이가 시작되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물론 국내외 언론들의 사진세례가 그들에게 쏟아졌다.

흥겨운 우리의 풍물놀이가 끝나자 개그맨 노정렬씨가 사회자로 나와 재미난 말재간으로 좌중을 웃기고, G20을 강력히 규탄하는 힘찬 구호도 외치며 참가자들의 행사 참여를 이끌어 냈다.

 

▲ 노동계외국인 인사들이 오바마 美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가면을 쓰고 악수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 미국인 하워드 씨, “제국적 권력들의 경제정책 규탄한다”

어느 한 락가수가 소개돼 나와 다음 공연이 시작됐다. 본기자는 노동계 참가자들이 무리지어 앉은 자리 뒤켠에서 어느 한 백인 여성이 해외 언론 매체와 인터뷰를 갖는 것에 관심이 쏠렸다. 난 급히 자리를 그 곳으로 옮겼다. 프랑스의 한 방송매체가 ATTAC 소속의 한 프랑스 여성과 인터뷰를 나누고 있었다.

본기자는 카메라맨 옆으로 바싹 다가가 인터뷰 내용을 좀 엿들으려 했지만 프랑스어로 진행되고 있는 나머지 내용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프랑스어 공부를 하지 않는 내 자신한테 잠시 실망하고 있던 본기자는 그 주변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중년의 외국인 남성이 행사를 참관하고 있을 것을 확인하고, 그와 이번 촛불문화제와 관련해 인터뷰를 하고자 그에게 접근했다.

먼저 명함을 건네며 본기자의 신원을 그 남성에게 밝히고 이 행사와 G20 관련해 인터뷰를 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는 “Oh, Sure!"라 말하며 흔쾌히 승낙해주었다.

그는 하워드 브랜드(Howard Brand)씨로 미국인이었다. 하워드 씨는 인터뷰에서 “제국적 권력들의 경제정책을 규탄하는 데 참여하고자 이곳에 왔다”며 이 행사에 온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나는 사회주의를 지지하지만 이런 집회가 빈곤국에 대한 개발원조와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G20 정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솔직히 회의감이 든다”며 “다른 참여자들과 함께 즐겁게 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워드씨는 또 “자본가가 전 세계에 걸쳐 중요한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라며 현재 지구적 경제체제에 대한 비판적 의사를 내비쳤다.

한편 그는 “지금의 한국은 내가 지난 80년대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와 비교해 그 모습이 많이 변했다”면서 “현재의 경제 수준으로 발돋움한 한국이 놀랍다”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칭찬했다.

 

▲ 국제노동계단체 인사들이 무대 위로 올려져 두 번째로 소개된 브라질노총의 한 인사가 발언하는 모습.

◆ 국제노동계인사들, “자본의 세계화에 강력히 규탄한다”

하워드씨와의 인터뷰가 끝남과 동시에 그 락가수의 공연도 끝났다. 사회자 노정렬씨는 다음 차례로 이번 행사에 참여하려고 세계 각국에서 온 국제노동계단체 인사들을 무대 위로 초대했다. 남아공노총(COSATU); 브라질노총(CUT); 아르헨티나노총(CTA); 프랑스의 CCFD, ATTAC 등을 대표해 온 인사들이 무대 위에 서자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또한 이들이 등장하자 독일의 ZDF, 프랑스의 포토 에이젼시 WOSTOK Press 등이 관심을 가지고 취재했다.

첫 번째 손님으로 소개된 현직 말레이시아 의원이자 진보계정당 당원인 찰스 산티아고(Charles Santiago) 의원은 이 자리에서 “남미, 북미, 아시아, 아프리카의 동지들과 연대해 G20를 규탄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고 이번 촛불문화제에 참석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어 “자본의 세계화에 적극 반대한다”며 “전 세계의 노동계 동지들은 민중 중심의 세상을 원한다”고 역설했다.

두 번째로 소개된 브라질노총을 대표해 온 한 인사는 “우리는 전 세계적 자본화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값싼 노동비로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자본의 세계화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며 “전 세계 민중들이 단결하면 자본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본기자는 이들이 무대에서 발언하는 것을 귀담아 들으며 그 내용을 취재노트에 담고 있는 중, 양복을 잘 차려입고 안경을 쓴 한 중년의 남성이 내 옆으로 와 노트의 내용을 확인하고는 “해외언론에서 취재하러 많이 왔나요?”라 물었다. 본기자는 알고 있는 선에서 그에 대해 대답해 주자 그는 유유히 내 주위에서 사라졌다. 방금 접근한 그 중년 남성의 정체가 궁금했지만 본기자는 해외노동계인사들의 발언을 노트에 담는 일이 더 중요해 다시 그 일에 열중했다.

브라질노총 인사의 발언이 끝나고 이들이 무대에서 퇴장할 때는 그들이 무대 위로 오를 때보다 더 뜨거운 박수로 그들을 맞아 주었다.

 

▲ 국내외노동계 인사들이 행사가 끝나갈 무렵 한대 어우러져 즐겁게 춤추고 있다.

◆ 경찰과 물리적 충돌 없이 무사히 끝나

국제노동계단체들이 무대에서 퇴장한 후 다시 국내 가수의 흥겨운 공연이 이어졌다. 국내외노동계단체 조직원들과 일반 참관인들은 무대 공연에 푹 빠진 듯 한결같이 밴드 음악에 맞춰 박수로 장단을 맞추며 즐겁게 출연가수의 노래를 감상했다. 영상 4-5도의 제법 쌀쌀할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행사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다.

민주노총이 단독 주최한 이번 G20규탄 촛불문화제는 오후 7시부터 약 2시간 30분 동안 순조롭게 진행된 가운데 경찰과 별다른 충돌 없이 무사히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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