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發 적신호 위기의 손학규
호남發 적신호 위기의 손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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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가는 孫의 '컨벤션 효과'

손학규의 내우외환, 돌파구는 호남·진보노선 강화?
텃밭 호남에서는 '약체' - 孫 정체성 겨향한 '공세'
 4대강 예산·한미FTA·UAE파병 등 孫 리더쉽 '심판대'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전당대회 직후 가파르게 상승하던 지지율이 연일 하락세를 그리고 있는데다가 이슈에 거리를 둔 행보로 존재감마저 무뎌지고 있다. 게다가 당 대표에 취임한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정체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이다. 손 대표 역시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듯 한미FTA(자유무역협정)비준 반대를 당론으로 삼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시사하고 있어 정치권의 이목을 끌고 있다.

손학규 지지율 급락?

야권의 대표적인 대선주자로 평가받는 손 대표의 지지율이 연일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전당대회 직후 박근혜 전 대표를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며 기록을 갱신하던 손 대표의 지지율이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급락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지지율은 10.7%로 3위를 기록, 3주 연속 하락하고 있는 추세이다. 정치권은 손 대표의 지지율 하락 원인에 대해 원외대표로서의 활동 한계성을 거론하고 있다.
민주당 당 대표로 선출되며 정치권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적다는 것이다. 게다가 손 대표 본인이 원내 중심의 현안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손 대표가 정치적 이슈에 거리를 두면서 자연스럽게 스포트라이트는 원내에서 활동하는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전당대회 직후 지지율이 올라가는 ‘컨벤션 효과’도 사라지게 됐다.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는 이상 지지율 반전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민주당 전체로도 이어지고 있다. 26.9%의 정당 지지율로 4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경고음이 울린 상황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이 텃밭인 호남 민심을 제대로 잡지 못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은 텃밭인 호남에서 재보선 참패를 겪어 민심 잡기에 실패했음을 입증한바 있다. 당 내에서도 호남에 대한 전략 부재가 이어질 경우 다음 총선과 대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손 대표는 특별한 조치 없이 민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양돈농가를 방문해 FTA 피해대책을 마련하는 등 오히려 친서민 행보에 주력하고 있어 정공법으로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손 대표 측도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변화에 일일이 신경 쓰기보다는 지금껏 진행해 왔던 현장 행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면 지지율도 자연스럽게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孫, 끝나지 않은 정체성 논란

손 대표가 원외 행보에 주력하는 이유에는 G20과 한미 FTA 등 진보노선이 안고 가야할 굵직한 문제들과도 관련이 있다. 당 안팎에서 손 대표의 정체성을 거론하며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손 대표가 선택한 카드는 ‘한미 FTA 재협상 반대’이다. 기존 라디오 연설을 통해 “G20을 성공적으로 치러야 하기 때문에 끝날 때까지 인내 하겠다”라는 발언을 뒤집고, 결사 반대쪽의 손을 들어줬다.
손 대표의 이 같은 결정에는 민주당을 제외한 야당의 압박이 컸다. 특히 민주노동당은 G20이 끝날 때까지 인내하겠다는 손 대표의 발언을 두고 강경하게 대응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가장 완강하게 싸워야 할 야당이 싸우기는커녕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해선 안 된다”며 “모든 현안 대응을 G20이후로 돌리는 것은, 이 정부의 G20 올인 전략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같은 야당에서 비난이 일자 민주당은 즉시 대변인을 통해 “손 대표의 라디오 연설과 관련 의사소통 과정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라디오 연설은 어제 녹음된 것으로 어제와 오늘의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해명했다.
결국 한미 FTA 비준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짓고 손 대표의 정체성 논란을 가라앉힌 것이다. 당론이 결정되자 손 대표 역시 논란을 털어버리기 위해 야권의 전면에 서서 정부를 압박했다.
손 대표는 “이번 한미 FTA 재협상을 정부에선 ‘재협상, 추가협상’이라는 말을 피하기 위해 ‘조정’이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재협상이든 추가협상이든 조정이든 우리 국민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국가의 이익을 손상시키는 협상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이 있어야 협상이라 할 수 있는데, 이번 추가협상은 일방적으로 퍼주기만 하고 우리가 받는 것은 하나도 없다”며, “한미 FTA에서 그나마 유일하게 건질 수 있는 우리의 이익이라 할 만한 자동차 협상을 우리의 시장은 일방적으로 개방하고 미국시장 진출은 없는 일방적이고 굴욕적이고 퍼주기 협상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손 대표가 한미 FTA 비준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지으면서 당의 노선은 좌클릭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손 대표는 진보노선을 진행하며 중도를 아우르자는 주장을 해왔지만 기존 한나라당 시절의 정치 이념과 엇갈리는 측면이 있어 전면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모습을 보여 왔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입장을 보류할 경우 야권의 비난이 심해져 오히려 처지가 곤란하게 될 수 있어 칼을 빼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손 대표가 한미 FTA 비준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짓고 정부 비판에 나서자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이 다시 한 번 손 대표의 정체성을 언급하며 나섰다.
홍 최고위원은 “손학규 대표는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시절에 주요 도지사 업무로 외자유치를 위해 세계를 일주했다”며 “그때 손 지사가 내세운 것은 세계 자유무역주의를 신봉을 하고 그것만이 한국이 살길이라고 했다”며 꼬집었다.
그는 “손 대표는 경기도 지사 시절부터 한미 FTA를 적극 찬성한 분이었는데 당 대표가 되고 나서는 돌변해서 나라 경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략적 반대만 일삼고 있다”며 “그것은 제가 보기에 올바른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고 비난했다.
이어 “협상문안이 나오고 난 뒤에 국회에서 여야가 논의해서 FTA 문제를 처리해야 하는데 문안이 나오기도 전에 지금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손 대표가 FTA 반대 입장에 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과거 전력을 언급하며 공격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손 대표의 과감한 진보노선 선택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단 당 내에서도 손 대표의 진보노선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던 만큼 이번 선택으로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또 앞으로의 야권 연대는 민주노동당과 다른 야당들과의 공조가 중요한 만큼 이번 기회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  

손학규 진보노선 강화로 돌파구 마련

일단은 앞으로의 행보에 한 걸음 내딛었을 뿐이라는 평가도 뒤따르고 있다. 당론을 결정하고 진보노선의 손을 들어줬지만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앞으로 남아 있는 4대강 예산문제, 집시법 개정 등에 대한 현안을 대응하는데서 손 대표의 변화를 평가 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의 변화는 최근에 측근들을 지근거리에 배치하며 체제를 정비하는 모습에서도 엿볼수 있다. 손 대표는 강훈식 충남 아산 지역위원장을 정무특보로 임명했다. 강 위원장은 지난 2006년 ‘민생대장정’을 기획한 인물로 손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민주당 이춘석 대변인은 “강 위원장은 손 대표의 정치철학과 비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탁월한 기획력을 겸비한 인물로, 당 내외의 여러 목소리를 균형 있게 조정하고 통합할 적임자”라며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손 대표와 관련된 정무 조정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민주당은 2012년 정권재창출을 위해 새로운 변화를 시작하고 있고 중요시기에 막중한 자리를 맡게 돼 책임감이 크다”며 “손학규 대표와 함께 민주당이 국민에게 더 큰 사랑을 받고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견마지로의 자세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인사에서 탕평인사를 추구했던 손 대표가 이번에는 실리를 챙겨 측근 그룹을 배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손 대표가 최측근을 불러들여 전략적 선택의 폭을 넓혀 조직 정비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손 대표가 당 안팎으로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G20 이후 손 대표가 정치 현안에 대해 전면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손 대표는 아랍에미리트 파병 문제와 각종 현안에 대해 기존과 다른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의 현안에 양보는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손 대표의 변화에 대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 역시 “지금 시대는 진보적인 정책을 요구하기 때문에 손 대표 역시 시대의 흐름을 타고 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진보 노선 강화에 대해 손 대표 측은 “손 대표를 중도와 진보로 딱 잘라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라며 “손 대표는 이념에서 벗어나 국민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구분은 잘못된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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