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구멍 트인 동양그룹…동양생명은 ‘희생양’?
숨구멍 트인 동양그룹…동양생명은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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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생명로 향한 보고펀드의 ‘야심’, 이번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

동양생명의 지분 중 46.5%가 사모펀드(PEF)인 보고펀드에 매각됐다. 보고펀드는 향후 동양그룹과 공동으로 동양생명을 경영한다. 동양그룹의 이번 지분 매각은 기본적으로 현재 자본잠식상태에 빠진 주력 계열사인 동양메이저에 대한 지원을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위기를 맞이한 동양그룹의 향방과 더불어 무서운 존재로 떠오른 보고펀드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1월 15일 동양생명은 공시를 통해 “동양종금증권·동양캐피탈 동양파이낸셜 등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동양생명 지분 46.5%를 약 9000억 원에 보고펀드 측에 매각하는 본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주당 18,000원 수준의 금액이다. 이번 매각을 통해 동양그룹은 확보될 예정인 9,000억 원의 유동성을 그룹 재무구조 개선에 전폭적으로 사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동양메이저 부채 해소 위해 동양생명 지분 매각”

이번 계약 체결 성사로 보고펀드는 기존 지분 13.5%를 포함하여 총 60%의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이는 보고펀드의 절대적인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됨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동양그룹 쪽 지분은 49.6%에서 3.1%로 줄어든다. 동양생명 우리사주조합 지분은 5.1%다.

보고펀드는 지난 2006년부터 동양생명에 투자해왔다. 향후 보고펀드는 국민연금을 포함한 금융기관과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해 지분 인수 후 동양그룹과 공동으로 동양생명을 경영할 계획이다.

이렇게 최대주주 변경에도 불구하고 재계에서는 “당분간 동양생명의 경영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전문가는 “동양그룹 측이 모회사인 동양메이저의 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동양생명의 지분을 보고펀드에 매각했다”며 “하지만 알짜 계열사의 대주주가 변경되는 위험을 감수한 것은 그만큼 재무적 투자자로서의 보고펀드에 대한 신뢰가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어 전문가는 “보고펀드의 입장에서도 현재까지 회사 발전을 끌어온 현 경영진에 대해 신뢰가 높다”며 “이러한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현 경영진을 중용해 회사의 경영 안정성을 유지해나갈 방침”이라고 경영권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다만 보고펀드의 보유 지분이 높아지는 만큼 현재 7명으로 구성된 임원진에는 일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사내ㆍ사외이사 각각 1명씩인 보고펀드 측 임원에 사내이사가 1명 추가돼 총 3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경우 사내ㆍ사외이사가 각각 4명이 되기 때문에 ‘전체 이사의 과반을 사외이사로 구성해야 한다’는 보험업법 규정에 따라 추가로 1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다.

그럼에도 동양그룹 입장에서는 이번 건은 손해와는 거리가 멀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향후 경영권 및 지분 향배에 대해 “이번 매각 지분에는 콜옵션이 부여되어 있다”며 “이에 따라 보고펀드와 견고한 파트너십을 통해 동양생명을 업계 빅4로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관계자는 “향후에는 매각하지 않은 지분과 콜옵션을 활용해 독자적인 경영권을 회복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혀 여운을 남겼다. 이에 따라 동양그룹은 앞으로 약 4년 동안 시간을 벌며 재무 건전성을 강화할 기회를 확보했다. 그리고 이 기간 내에 그룹 내 유동성을 확보하는 등의 방식으로 동양생명을 재매입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M&A 팔 걷어 부친 보고펀드

한편 그동안 동양생명의 등기이사로서 경영에 참여해온 신재하 보고펀드 대표는 “보고펀드는 지난 4년 동안 회사의 성장 및 발전과정을 함께 하면서 앞으로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투자를 진행하게 됐다”고 동양생명 지분 인수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신 대표는 “최근 동양생명은 뛰어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실적을 바탕으로 보고펀드와 동양그룹은 상호 협력을 통해 회사의 추가적인 가치 증대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보고펀드는 동양생명 주식 매입으로 금융권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동양생명을 향해 보인 보고펀드의 ‘야심’이 이번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라 앞으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보고펀드는 올 연말 안까지 동양생명 지분 인수를 마무리한 다음 6,500억 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를 설정해 또 다른 기업 인수에 나설 예정이다. 블라인드 펀드란 특별한 투자대상을 정하지 않고 투자자금을 모으는 것을 의미한다.

증권업계는 “동양생명 인수와 새롭게 준비하는 블라인드 펀드는 비씨카드 이후 보고펀드의 영속성을 담보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고펀드는 2006년 비데 업체 노비타를 시작으로 다음해 mp3 전문생산 업체 아이리버와 반도체 소재 생산업체 실트론 등 제조업체 투자에 적극 나선 바 있다.
보고펀드는 지난해에는 비씨카드 지분인수로 눈길을 끌기도 했지만 이후 활동이 뜸한 인상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동양생명 지분 인수와 블라인드 펀드 추진으로 이 같은 관측을 무색케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고펀드에 정통한 관계자는 “동양생명과 연말 전후 설정될 새로운 펀드를 기점으로 보고펀드가 인수합병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므로 증시 강세 등 전반적인 여건이 좋고 금융계 환경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현재 보고펀드는 변양호·이재우·신재하 공동대표와 더불어 최근 박명무 대표를 영입, 4인 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중 실질적으로 보고펀드를 이끌고 있는 변양호 대표는 전 재정경제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출신이다. 공직자 시절 변 대표는 ‘변양호 신드롬’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오명을 떨치기도 했다.

변양호 신드롬이란 문제가 될 만한 정책결정을 하지 않거나 개입하지 않는 등 공무원 사회의 복지부동 행태를 일컫는 신조어다.

변양호 대표는 금융정책국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3년 10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이후 헐값 매각과 관련해 책임 논란에 휩싸이며 나락으로 떨어진바 있다. 최근 대법원이 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자존심을 지켜냈지만, 변 대표는 지난 4년여 간 계속된 소송 과정에서 만신창이가 됐다.
장관 후보 0순위로 거론되던 변 전국장이 갖은 모욕과 고초를 당하면서 후배 공직자들은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일부 공직자들은 “공직생활에 부담이 될 정책결정을 최대한 미루고 개입하지 않아야 롱런할 수 있다”고 자조하기도 했다. 이번 보고펀드의 약진이 변양호 대표가 ‘설욕’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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