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문충용 기자] 최근 육·해·공을 막론하고 군 관련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열흘 사이 펑펑 터진 사건사고 때문에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으로 떨어졌고, 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한 군 관련 사건사고에 대해 취재했다.
고속정 충돌, 정찰기 추락, 장갑차 추돌, 총기 사망, 소형선박 전복. 최근 열흘 사이 육·해·공군에서 발생한 어이없는 사건사고들이다.
◆ 군에 마가 씌었나?
지난 17일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경기도 여주군 남한강에서 도하훈련을 하던 육군 5군단 예하 공병부대의 소형 선박(단정)이 뒤집혀 중대강 강모 대위와 박모 상병, 이모 일병 등 3명이 사망했고, 1명은 의식불명 상태다.
당초 단정에는 8명의 장병이 타고 있었고, 호국훈련을 앞두고 남한강에서 도하훈련을 예행연습 중이었다. 단정이 뒤집힌 지점은 이포대교에서 양평 방향으로 300m 거리의 하류지역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군 관계자는 "단정은 엔진이 없어 장병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한 채 노를 저어 강을 도하하던 중 빠른 물살 때문에 뒤집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SBS는 애초에 훈련 자체가 불가능한 곳에서 훈련을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8일 SBS의 보도에 따르면 사고가 난 곳은 남한강 이포보 건설을 위해 설치된 교각과 교각 사이의 급류지점. 초석 4m의 급류이기 때문에 '선박 접근 금지' 표시가 되어 있다.
급속한 소용돌이 현장이 일어 한 눈에 보기에도 고무보트로는 건널 수 없는 곳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7월에도 환경단체의 고공시위를 막기 위해 공사관계자들이 탄 선박이 진입하다가 전복되는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으며, 사고 주변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훈련이 불가능한 곳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단정 사고가 발생하기 하루 전인 16일에는 강원도 홍천군 서면 두미리 고갯길에서 전술기동훈련을 하던 장갑차가 뒤따라오던 장갑자에 들이받혀 언덕 아래로 떨어졌다.
장갑차가 도로 2m 아래 낭떠러지로 떨어지면서 이 장갑차에 타고 있던 이모(21) 상병과 김모(20) 일병 등 2명이 크게 다쳤고, 병사 2명은 경상을 입어 군 병원으로 옮겨졌다.
또 지난 15일에는 강원도 철원군 육군 모 부대 초소 화장실에서 이모(21) 일병이 몸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군 당국의 조사 결과 이 일병은 전방 경계근무를 나가기 위해 실탄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실탄 3발이 이 일병의 총기에서 발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대 관계자는 "밤에 갑자기 총소리가 나서 부대 부중대장이 달려가 보니 이 일병이 총을 맞고 쓰러져 있었고 응급조치를 했지만 숨졌다"설명했다.
군은 유족의 동의를 얻어 부검을 실시, 정확한 사인을 조사할 예정이며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다.
하지만 문제는 철원 전방부대 총기사소가 올해만 벌써 세번째라는 데 있다. 지난 4월에는 모 사단 GOP(일반전초)에서 근무하던 송모(19) 일병이 가슴에 총상을 입고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후송했으나 결국 숨졌다.
이어 지난 7월에는 다른 사단 고모(21) 이병이 공용화기 사격훈련 준비 중 실탄이 없는 총기를 가지고 탈영했다가 4시간여 만에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 항공기 사고도 발생
군 항공기 추락사고도 발생했다. 지난 12일 오후, 전북 임실군 운암면 청운리 인근 야산에 공군 RF-4C 정찰기 1대가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사망한 것.
사고 정찰기는 경기도 수원기지를 이륙해 저고도 정찰훈련을 하기 위해 전주 남방 상공의 훈련 공역으로 이동하던 중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기는 1966년 11월 미국에서 생산된 노후 기종으로, 현재 공군은 기체결함이나 조종사 과실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에는 해군 3함대 소속 참수리 고속정 1척이 제주항 서북방 5.4마일 해상에서 야간 경비임무를 수행하고 귀환하던 어선과 충돌해 1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속정의 2배 크기인 선박이 접근할 때까지 접근사실을 몰랐다는 점에서 해군측이 야간 임무의 절차와 규정을 엄격하게 준수했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고 고속정에는 해상의 물체를 탐지하는 항해레이더라 장착돼 있어 접근하는 선박을 식별할 수 있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공군 정찰기 추락사고와 해군 고속정 충돌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김황식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사고 원인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군에 지시했다.
하지만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이어지면서 군의 안전불감증이 다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지난 18일 김태영 국방장관은 잇단 육·해·공군 사건사고와 관련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점 사과한다"면서 국방부와 각 군에 재발방지책 마련을 지시했다.
국방부는 말 뿐인 대책마련은 이제 그만 접어두고 사건사고를 예방하고 군의 기강을 바로잡을 수 있는 종합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