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권단일화 운동 ‘백만송이 민란 프로젝트’의 일환인 ‘우금치 다시 살아’ 콘서트가 지난 13일 오후 충남 공주시에서 펼쳐졌다. 이번 ‘우금치 다시 살아’ 콘서트는 민란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시발점이다. 그동안의 민란 프로젝트가 시민들에게 취지를 알리는데 주력해 왔다면 이번 행사는 지지 세력을 규합하고 영향력을 확대하는데 그 의미를 두고 있다.
현대에 부활한 ‘우금치 민란’
장소를 13일 우금치로 선택한 것도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전봉준이 이끄는 동학농민운동에서 우금치 전투가 가장 치열한 곳으로 평가 받고 있는데다가 13일은 노동운동가인 전태일이 분신자살한 날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민란으로 규정지은 만큼 전봉준과 전태일을 상징적으로 내세워 의미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민란이라는 단어가 너무 강렬하다고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도 있으나 이 운동에 참여한 대 다수의 사람들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다. ‘백만송이 민란’은 야권에서 단일화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다 강렬한 분위기로 요구하자는 시민들의 생각이 반영되어 있다.
민란을 주도하는 영화배우 문성근 씨는 이번 행사에 대해 “두 달만에 전국에서 2만 8천명의 민란군이 모였고 이제는 11월 13일 우금치에서 국민 여러분께 민란이 시작됐다는 보고를 드릴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날 ‘백만송이 민란’의 집결지는 공주교대였지만 시작점은 달랐다. 충남 공주에 위치한 공주산성, 황새바위, 충남역사박물관은 각 지에서 온 ‘민란군’들로 북적였다. 자신의 지역을 표시한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공주교육대학교를 향해 행진했다. 민란군들이 열을 맞춰 행진하는 모습에 많은 시민들이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지켜보기도 했다.
본격적인 행사는 공주교대 대운동장에 민란군들이 집결하면서 시작됐다. 운동장에 도착한 민란군들은 앞사람의 어깨에 손은 얹고 원을 그리며 흥겨운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배경음악으로는 김민석 작곡가의 ‘유쾌한 민란가’가 울려 퍼졌고 흥에 겨운 사람들은 춤을 추기도 했다.
이어진 행사에서는 탤런트 맹봉학 씨의 사회로 각종 게임이 진행 됐으며 운동장 한가운데는 전국에서 온 막걸리들이 한데로 모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또 배고픈 시민들을 위해 운동장 한 켠에 설치된 천막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어묵과 국수를 삶으며 주먹밥을 만들었다.
민란군들은 막걸리를 나눠 마시고 담소를 나누며 행사를 즐겼다. 무거운 분위기의 연설 위주 행사를 생각했던 기자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행사였다. 이날 민란군에는 어린 학생들을 동반한 가족단위의 참가자들도 많이 보였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지원사격 나서
행사가 어느정도 진행될 무렵 안희정 충남지사가 현장을 방문해 지원사격에 나서면서 열기가 더해졌다. 안 지사는 “오늘 우리는 지역주의와 소신없는 정치로 국민과 대중으로부터 멀어져가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이겨내고자 모였다”며 “이제 대한민국은 새로운 정책과 노선으로 정당정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로운 정당정치를 위해 민란이란 표현이 쓰인 것은 과격하지 않다”며 “변화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민란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심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 지사의 연설이 끝나자 ‘민란군’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으며, 이어진 풍물패들의 공연으로 집결지 행사를 마무리 했다. 날이 저물어 가자 ‘민란군’들은 횃불을 붙이며 삼삼오오 우금치 마루로 행진을 시작했다.
공주교대에서 2km 떨어진 우금치 마루에서는 미리 도착한 인원들이 본격적인 콘서트 공연을 진행하기 위해 준비가 한창이었다. 20분에 걸쳐 공주교대에서 출발한 민란군이 횃불을 들고 도착하자 어둡던 우금치가 환하게 변모했다.
우금치 마루에 민란군이 도착하자 본격적인 콘서트가 시작됐다. 극단 골목길, 노래를 찾는 사람들 등이 꾸민 공연이 9시까지 진행됐다. 콘서트의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민란장’인 문성근씨가 직접 무대 위에서 연설을 시작했다.
문 씨는 “동학농민운동에서 우금치 전투는 패배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국민 백만명이 모여서 야당 결집시킵시다. 야권 단일화를 성공 시켜야 총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고 강조했다.
9시에 막을 내린 이날 행사에는 최종적으로 1300여명의 ‘민란군’이 모였다. 기대했던 수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교통이 불편한 지방에서 이 정도 숫자가 모인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앞으로의 민란군 계획은 일단 연말까지 5만명을 조직하는 것이다. 5만명을 조직한 뒤에는 매주 토요일 야당 앞에서 ‘야권 단일화 촉구’ 촛불을 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