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도발 사전감지하고도 우리 군 대비 못 해
대포병레이더 고장에다 자주포 3문만 정상운영돼
[시사포커스=이태진 기자] 지난 23일 오후 2시 34분경 서해안의 북한군 해안포기지에서 도발을 감행, 연평도에 170여 발의 포격을 가했다. 이중 80여 발이 연평도에 떨어지고, 90여 발은 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군의 이번 공격으로 민간인 2명과 해병대원 2명이 사망하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우리 군도 반격에 나서 포격의 진원지인 개머리와 무도에 배치된 북한군 해안포기지에 80발을 조준사격했다. 지난 22일 시작된 호국훈련은 30일 종료할 것으로 알려져 이 훈련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북한군이 추가 도발을 감행할 수 있어 우리 군은 미군과 함께 정보력을 총동원해 북한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 K-9 자주포 6문중 3문만 정상운영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우리 군의 반격과 사전 대비가 매우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23일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반격하기 위해 사용된 K-9 자주포가 6문 중 4문만 가동됐다고 밝혔다. 다음날 24일 국회에서 김 장관은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이 “연평도에 K-9 자주포가 6문 있는데 1문은 고장이 났고, 1문은 불발탄으로 포신이 파열돼 4문으로만 공격한 게 맞냐”로 질의하자 “그렇다. 불비한 점이 있어 죄송하다”고 답변해 이번 북한군의 포격에 우리군의 반격이 잘 운영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지난 25일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북한군의 포격 도발에 응사한 해병대 연평부대의 K-9 자주포가 1차 대응사격에서 3문만 운영됐고, 2차 대응사격이 돼서야 4문이 운영됐다고 밝혔다. 우리 군이 북한군의 포격 도발에 대응한 1차 반격에서 4문이 아닌 3문으로 최종 확인 발표하며 결과적으로 한반도의 화약고라 불리는 서해 5도 접적지역에서 우리 군의 주력 무기인 K-9 자주포가 1차 반격에서 절반만 운영된 것이다.
◆ K-9 자주포, 교범대로 효력사 하지 않아
합동참모본부 이홍기 작전본부장은 지난 23일 국방부 청사에서 가진 공식 브리핑을 통해 “북한군의 도발에 우리 군도 적 포격 원점에 집중 사격을 가해 북측도 상당한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철원의 한 포병부대에서 K-9 사격지휘병으로 복무했던 예비군 김 모(32)씨는 이 작전본부장의 그같은 브리핑 내용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25일 김씨는 본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교범에서는 자주포 6문을 한 단위로 운영하도록 돼 있는데 우리 군은 3문으로 대응 사격을 했다”고 말한 뒤 “6문으로 운영하는 이유는 최소 6문의 자주포가 동일한 발사제원으로 한 표적에 대해 일시에 사격을 가해야 효력사의 효과가 총족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북한군의 포격에 우리 군이 대응사격을 3문만 가지고 사격해 교범에 나온 기본대로 효력사를 하지 않은데다, K-9의 오차범위 20-30m를 고려하면 우리 군의 대응 사격이 얼마나 효과적이었을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 대포병탐지레이더 고장나 있어
또한 북한군 해안포의 발포 위치를 파악하는 장비인 대포병탐지레이더(AN-TPQ36)가 고장나 운영을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응사격을 할 때 이 레이더를 가동해야 정확한 타격 지점을 조준할 수 있다.
막대한 화력으로 무장한 북한의 해안포진지를 눈앞에 두고 우리 군은 충분한 방어태세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했다는 것이다.
연평도에 포격을 가한 북한군의 해안포진지는 북한 섬인 무도 곡사포 기지와 내륙의 개머리 해안포 기지다. 이들 해안포진지들은 연평도와 불과 10여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 우리 군은 12문, 북한군은 100여문·미사일기지
서해 5도(연평도, 우도,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에 배치돼 있는 해병대 연평부대와 6여단의 전력은 북방한계선 건너편에 있는 북한군 4군단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5일 군 당국에 따르면 연평도와 소연평도, 우도를 방어하는 해병대 연평부대가 보유하고 있는 화력은 K-9 자주포 6문, 105㎜ 견인포 6문, 90㎜ 해안포, M-48 전차, 20㎜ 벌컨포, 81㎜ 박격포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에 배치된 6여단은 K-9 자주포 6문, 155㎜ 견인포 10여문, 105㎜ 견인포 6문, 90㎜ 해안포, M-48 전차, 20㎜ 벌컨포, 4.2인치 박격포, 81㎜ 박격포 등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사곶과 해주, 옹진반도, 개머리, 무도 등, 서해안에 배치한 북한군의 주요기지와 섬에는 130㎜(사거리 27㎞) 및 76.2㎜(사거리 12㎞) 해안포와 152㎜(사거리 27㎞) 방사포, 170㎜ 곡사포(사거리 54㎞) 등, 100여 문으로 무장하고 있다. 사정거리 83∼95㎞에 이르는 샘릿, 실크웜(Silk Worm: 중국제 지대함·함대함 미사일)도 NLL 북쪽 해안가에 집중적으로 배치돼 있다.
서해안지역에 배치된 우리 군의 화력이 반대편 북한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열세인 점은 보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북한군 포격도발 위한 사전 행동 감지하고도 우리 군 대비 안 해
우리 군은 북한군이 호국훈련을 중지하라는 경고를 수차례 받았고, 포격 도발을 감행하기 전 북한의 주력 전투기인 미그기를 서해 5도 근처에서 초계비행시킨 후 전진배치 시킨 것과 북한군의 서해 해안포기지의 포대 문이 열린 것을 감지해, 우리 군이 이번 포격 도발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년째 통상적으로 실시했던 훈련이라는 이유로 별다른 대비를 하지 않은 것이다.
한편 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이번 해상 사격훈련은 우리 군에서 정례적으로 실시하는 훈련으로 당초 알려진 바와 같이 호국훈련과 연관된 훈련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 천안함 사태와 같이 우리 군 적절한 대응 못해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는 천안함 사태 이후로 ‘추가 도발시 강력 대응’을 외치는 우리 군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호된 질타가 여야 가리지 않고 쏟아져 나왔다.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은 “적의 무력도발에 2-3배로 응징한다는 교전규칙을 감안할 때 이번 북한군의 포격 도발에 K-9 자주포 80발로 대응한 것은 부족했다”며 “상황이 다 끝나고 난 다음 응징을 말하면 무슨 소용있냐”고 말하며 김 장관을 질타했다.
국방장관을 지낸 김장수 한나라당 의원은 “북한이 2차 사격에 나섰을 때 전투기로 보복했어야 했다”며 우리 군의 반격에 불만을 표출했다.
서종표 민주당 의원도 “천안함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대통령, 국방장관, 합참의장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말한 뒤 “우리나라 미래가 없다”며 북한군의 포격 도발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에 대해 개탄했다.
또한 김학송 한나라당 의원은 “북한의 2차 포격에 대한 대응은 왜 늦었느냐”며 질타했고, 신학용 민주당 의원도 “북한 해안포를 감시할 대포병탐지레이더가 고장난 채 3개월 넘게 방치되는 등 우리 군의 대응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는 이번 북한군의 포격 도발에 따른 연평도 피해복구를 위해 적극적인 재정지원을 하기로 했다.
이주영 위원장은 “회의 전 가진 여야 간사 간 합의로 예결위는 연평도 사건의 피해복구와 여러 가지 구호대책 등을 포함한 재정적 지원과 앞으로 필요한 군사작전 등 강력한 대응책 마련을 위해 예비비 사용 등 최대한 재정적 지원을 뒷받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봄 천안함 침몰사태로 인명을 포함한 우리 군에 큰 피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북한군의 포격 도발로 또다시 부실 대응한 군지휘부에 국민들로부터 힐난한 질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와대 회의에서 “북한의 도발은 언제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만큼 특히 서해 지역의 실질적인 경계태세를 강화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같은 날 김태영 국방장관의 사표를 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