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도 눈물도 없는 모자간 법정다툼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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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1심 패소 후 바로 항소…복지재단 상대로도 소송

국내 유명제약업체인 녹십자 창업주의 재산을 둘러싼 분쟁이 끝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타계한 녹십자 창업주인 고(故) 허영섭 회장의 유산분배를 놓고 벌어진 모자간의 법적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아들의 법적 패배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기나긴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들의 항소심 준비는 물론 창업주가 유산을 기부한 복지재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법적공방이 계속되자 모자간의 다툼은 제약업계는 물론 재계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됐다. 창업주의 재산권뿐만 아니라 녹십자의 경영권 문제도 걸려있기 때문이다.

분쟁의 발단은 허영섭 회장이 남긴 유산을 두고 장남 성수(40)씨가 어머니 정모씨를 상대로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유언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시작됐다.

허 회장의 유언에 따르면 녹십자 홀딩스 주식 56만여주 가운데 30만여주와 녹십자 주식 26만여주 중 20만여주를 사회복지재단 등에 기부하고 나머지는 부인인 정 모씨와 차남인 허은철 녹십자 전무, 삼남인 허용준 녹십자 홀딩스 상무에게 물려준다고 명시됐다. 유언에는 장남인 성수씨가 아무런 언급도 없이 빠져있었던 것이다.

이를 두고 성수씨는 아버지인 허 회장이 인지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어머니의 의사에 따라 일방적으로 유언을 작성케 했기 때문에 유언장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3부는 지난 10월 20일 허영섭 전 회장이 장남인 허성수 전 부사장을 제외한 가족 및 복지재단에게 재산을 나눠준다는 내용의 유언이 무효라는 ‘유언무효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그러자 성수씨는 복지재단을 상대로 소송을 벌였다. 성수씨는 자신에게 어머니와의 법적소송에서 지자 싸움이 장기화 될 것을 알고 복지재단을 상대로 소송을 벌인 것이다.

이에 본지는 이같은 제약업체 창업주가 남긴 재산을 둘러싸고 어머니와 아들간의 법적다툼의 막후를 살펴봤다.

허 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 한 달 만여 만에 모든 일이 벌어졌다. 장남인 성수씨는 어머니가 아버지의 병중에 임의대로 유언을 작성케 해 자신은 유산을 전혀 상속받지 못하게 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성수씨가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은 어머니가 아버지의 유산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작성했다는데 있다. 허 회장은 보유 중이던 녹십자홀딩스 주식 56만여주 가운데 30만여주와 녹십자 주식 26만여주 중 20만여주를 사회복지재단 등에 기부하고, 나머지는 부인과 차남과 삼남에게 물려주도록 유언장을 남겼다.

이에 대해 성수씨는 “어머니는 아버지의 수술 이후 장남의 병원 방문을 막고 일방적으로 아버지를 간호하면서 어머니의 의사에 따라 유언장이 작성됐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아버지는 생전에 장남을 배제하고 재산을 상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적이 없으며 오히려 장남이 동생들과 함께 회사를 물려받아 백신사업과 신약개발을 이어가길 바랐다”고 강조했다.

유산싸움 1라운드 어머니의 승리

일단 첫 번재 라운드는 어머니의 승리로 돌아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재판장 민유숙 부장판사)는 10월 20일 성수씨가 “의식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작성된 아버지의 유언은 무효”라며 모친 정모씨 등을 상대로 낸 유언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당시 고인의 태도와 유언 후 대외활동 등의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의사 식별 능력이 충분했다”면서 “유서 초안은 고인의 메모를 종합해 작성됐고, 내용도 평소 탈북자 재단 설립 등에 관심을 보여온 고인의 의사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고인이 생전 아들들에게 재산을 적게 남기고, 장남에게는 상속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점 등을 볼 때 유언장은 고인의 의사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성수씨는 “1심 재판부의 판결이 잘못됐다”며 “항소심에서 유언장 내용이 무효임을 확인받을 것”이라며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어머니를 상대로 한 유산소송에서 패소하자 성수씨는 이번엔 유산을 기부받은 복지재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성수씨는 “아버지의 주식과 유산 등을 돌려 달라”며 A장학재단 등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을 냈다.

성수씨는 소장을 통해 “아버지의 유언은 의식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작성돼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생전 의사와도 부합하지 못해 무효”라며 “A장학재단 등은 (무효 유언에 기인해) 녹십자홀딩스 및 녹십자 주식 약 8만주와 현금 4000만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성수씨가 재산을 물려받지 못한 유서의 내용과 관련, 그 내막은 알 수 없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평소 아버지와 성수씨간에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서의 진위여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심 판결에서는 어머니의 손을 들어주고 유서에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항소심도 남았기 때문에 향후 재판의 결과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자 재산권 다툼, 회사 이미지에도 영향

현재 재산권을 둘러싼 소송은 회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소송이 회사 경영권 문제로 비화됐기 때문이다. 성수씨가 아버지 허 회장이 생전에 장남이 동생들과 함께 회사를 물려받기를 바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봤을 때, 단순히 유산 때문만은 아닌 경영권까지 염두에 둔 소송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녹십자의 지주회사인 녹십자홀딩스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허 회장의 부인과 직계의 지분을 합치더라도 동생인 허일섭 부회장 등 나머지 형제와 그 직계의 지분과 큰 차이가 없어 장기적으로 성수씨가 주식을 확보하게 되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현재 성수씨의 동생들인 은철(37)씨와 용준(35)씨는 각각 녹십자 전무와 녹십자홀딩스 상무로 회사 경영에 참가하고 있다. 성수씨는 지난 2007년 녹십자 부사장으로 근무했으나 이후 회사를 떠나 외국에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녹십자 홍보팀 측은 “오너일가의 개인적인 가정사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며 자세한 언급은 피했다.

업계에서도 이런 유산다툼을 좋게는 보지 않고 있다. 예전 금강제화에서도 자매들끼리의 유산 다툼이 벌어지자 애꿎은 회사 이미지만 추락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외신인도 추락 등으로 이어져 끝내는 회사의 악재로 작용할 소지가 다분히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업체 오너일가가 돈 때문에 1년여간 모자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제약업체 회사의 모토하고는 맞지 않은 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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