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훼손 도주자 잇따라 발생해 '신형' 보급
'신형' 보급 한 달만에 또 훼손 성폭행 '문제 심각'
성범죄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전자발찌'가 무용론 논란에 휩싸였다.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에서도 성범죄를 계속 저지르는가 하면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는 이유에서다. 특히 최근에는 일반 가위로도 쉽게 자를 수 있을 만큼 훼손에 취약하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신형 전자발찌'가 도입됐지만 이 역시 절단하고 도주한 성범죄자가 공개수배를 통해 검거됐다. '전자발찌' 착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성범죄자들의 '천태만상'과 함께 전자발찌 '무용론'에 대해 취재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11월30일 오후 7시 30분께 신형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나 공개수배됐던 성폭행범 여만철(40)씨가 공개수배 10시간 만에 시민제보로 경기도 안양에서 붙잡혔다고 밝혔다.
'신형'도 문제 없어

A군의 성폭행 피해 사실을 알게된 A군의 아버지는 여씨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에 자수하라"고 권유했지만 여씨는 전화를 받은 직후 부전동의 한 여관에 투숙한 뒤 8시 30분께 전자발찌를 떼어내고 도주했다.
경찰 조사 결과 여씨는 11월13일 부산 기장군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A군에게 접근했고, PC방 게임비와 차비 등을 제공하며 환심을 샀다. 이를 계기로 4차례 정도 만나다가 같은 달 28일 PC방 인근 모텔로 끌고가 A군을 성폭행 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씨가 어린 아동을 성폭행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여씨는 지난 1999년에도 초등학생 남아를 성폭행하고 징역형을 사는 등 모두 3차례의 아동 성폭행 전력을 갖고 있으며, 지난 7월27일 출소한 뒤 5년간의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받고 생활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습 아동성폭행범으로 전자발찌까지 훼손하고 달아나자 경찰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결국 부산경찰청은 11월30일 여씨를 현상금 500만원에 공개수배하고 전담반을 편성해 검거에 나섰고, 시민의 제보로 공개수배 10시간 만에 여씨를 검거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전자발찌' 무용론이 수면위로 다시 떠올랐다. 당초 구형 전자발찌에 대한 훼손은 몇 차례 있었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새로 보급된 '신형'마저 훼손된 이유에서다.
여씨는 '신형 전자발찌'가 가위로는 잘 절단되지 않자 전자장치와 발목을 연결하는 부분은 날카로운 도구를 이용해 분리하고 달아나 신형 전자발찌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여씨가 훼손한 전자발찌는 현재 전국적으로 297명의 성범죄 전력자에게 부착돼 있어 우려하는 바가 더욱 크다.
여씨에게 부착된 '신형 전자발찌'는 보급 당시 공업용 절단기로도 자르기 힘들다는 강점을 내세워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이 전자발찌는 내부에 두 겹의 스프링 강과 훼손감지센서를 넣어 구형 전자발찌보다 강도를 4.4배나 높였다. 보급하기 전 드라이버와 송곳 등으로 절단 실험도 했다. 하지만 결국 보급 한달 만에 훼손돼 전자발찌 '무용론'에 불을 지폈다.
이와 관련 법무부 관계자는 "문제점을 찾으려고 훼손된 장치를 분석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20대 도망자 다시 감옥행
10살 밖에 안된 어린 소년을 성폭행한 뒤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한 여씨가 경찰에 붙잡히던 그날 부산에서는 전자발찌를 끊고 도망간 20대 남성에게 또 다시 징역형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형사7단독 이현석 판사는 11월30일 특정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루 구속기소된 박모(27)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박씨는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여성을 모텔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실형 3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지난 8월5일 출소해 같은 달 13일 전자발찌 부착을 명령받았다.
이후 부산 어머니 집에서 지내오던 중 지난 10월11일 오후 8시35분께 부산역 근처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리고 달아났다.
사건 당일 법무부 중앙관제센터에서 경보음이 울린 후 112 지령실에 퉁보, 경찰이 바로 현장에 출동했지만 박씨는 이미 모습을 감춘 후였다. 이에 경찰은 박씨의 여자친구가 사는 대구 수성구 일대 여관과 PC방 등을 탐문하던 중 14일 오전 3시께 박씨를 발견, 추격헤 화장실에 숨어있던 박씨를 검거했다.
당시 박씨는 "전자발찌를 착용한 사실을 여자친구에게 숨기고 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씨는 무모한 행동으로 10개월간 징역살이를 더 하게 됐다.
재판부는 "2차례에 걸쳐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 7년간 위치추적 장치 부착명령을 받았으나 불과 1주일 만에 손상하고 행적을 추적할 수 없도록 도주한 것은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또 "재범방지를 통해 특정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성행조정 등을 통한 재사회화를 위해 부가적인 조치를 취하는 전자발찌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고의로 전자장치를 분리, 손상한 것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지난 11월9일에는 전자발찌를 찬 채 성매수를 한 뒤 위치추적장치를 훼손한 간 큰 40대 남성이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인천지검 형사3부(권오성 부장검사)는 11월9일 외출제한명령(자정~06시)을 어기고 전자발찌에 부착된 휴대용 추적장치를 훼손한 혐의로 A(42)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9월 전자발찌를 찬 채 외출제한시간인 자정을 넘어 4차례에 걸쳐 성매매를 감행했다. 또 지난달 16일에는 자신이 살고 있는 인천의 한 여인숙에서 전자발찌의 휴대용 추적장치를 발로 밟아 부쉈다.
A씨는 지난해 찜질방에서 자는 여성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해 12월3일 대구고법으로부터 징역 1년 및 전자발찌부착 2년과 함께 출소 이후, 전자발찌 부착기간 동안 오전 12시부터 오전6시까지 주거지 외의 장소로 외출을 제한하는 명령을 선고받았다.
지난 7월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범죄를 다시 저질러 또 다시 철창신세를 지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 역시 "향후에도 전자발찌 훼손사범에 대해 죄질 및 도주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속 수사 하는 등 엄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범죄에 대한 국민들의 두려움과 관심이 뜨거운 이때, 더 이상 이 같은 범죄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관련 당국은 보다 확실한 대책마련에 고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