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딜레마’ 누가 풀까?
대북 ‘딜레마’ 누가 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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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잠룡들의 고민

[시사포커스=이경익 기자]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국가 안보 이슈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 연일 강경발언을 쏟아내며 국가 안보 이슈를 선점하고 있고, 야당인 민주당은 블랙홀처럼 이슈를 삼키고 있는 연평도 사태를 정리하기 위해 4대강 예산 삭감안 등 새로운 카드를 꺼내는 분위기다.

이처럼 대북 문제를 두고 여야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전면에 나서있는 차기 잠룡들은 앞으로의 행보를 두고 고민에 빠져있다.

여야의 대권 주자들에게 이번 연평도 포격 사건은 가장 큰 이슈이다. 이번 이슈가 대권 행보를 앞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시작점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작금의 상황에서 대권주자의 차기 대권정책의 언급으로 국론분열을 촉발시킬 수 있는 데다 보수와 진보 각 진영으로부터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간 레이스를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은 이번 이슈를 바탕으로 나올 가능성이 커 대권 주자들 모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북 이슈’ 진전 없다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역시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들어서면서 신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움직임을 자제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박 전 대표가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움직이기 시작한 이유는 지지율 1위를 굳히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소위 정치권에서 말하는 ‘조기대세론’을 정착시키기 위한 행보인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국가 안보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한편 북한의 태도에 대해 비난을 가했다. 가장 이슈가 되는 연평도 문제에 존재감을 부각 시키며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건 것이다. 이처럼 박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지지율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2%p 상승한 30.8%로 다시 30%대를 회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북 강경 발언으로 인한 보수층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 돌아오는 모습이다.

지난 세종시 논란을 시작으로 20%대로 후퇴했던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지난 8월 21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비공개 회동 이후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간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다. 박 전 대표로서도 차기 대선을 앞두고 세를 넓혀야 하는 상황에서 ‘화해’는 필수조건이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30%대에 안착하는 모습.

박 전 대표는 이 같은 지지율 상승세를 바탕으로 외부세력을 규합하며 세를 확장시키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지 세력을 확장하는 모습은 전에 볼 수 없었던 만큼 신속한 모습으로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광폭행보와는 반대로 대북 이슈에 관해서는 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연평도 포격이후 재빠르게 이슈를 선점하는데 는 성공했지만 그 이후에는 신중론으로 돌아선 모습이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최대한 발언을 자제하고 있는 모습에서 앞으로의 행보를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박 전 대표의 이러한 고민은 원칙을 중요시 하는 정치적 신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박 전 대표의 과거 ‘대북정책’은 평화를 중심으로 한 북한과 미국, 일본 등의 수교였다. 이로 인해 보수층의 외면을 받아 대선에서 패배 했지만 이후에도 정치적 신념은 근본적으로 꺾지 않았다.

북한을 강도 높게 비난할 수 있지만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없는 딜레마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북한에 대한 강경발언을 이어가면서 정부의 강경책을 비판한다면 모순이 될 것이고 일방적으로 강경책을 지지해주기에는 과거의 원칙을 꺾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고민에 빠진 박 전 대표의 선택은 관망이다. 아직 대북 문제에 손을 뗀 것은 아니지만 이미 존재감을 한번 부각시킨 만큼 잠시 뒤로 물러나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의도이다.

박 전 대표는 미니홈피에 올린 글을 통해서도 “국가는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국민은 국가를 신뢰하며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때 대한민국은 모든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박 전 대표의 차기 행보에 따라 지지층이 다시 갈릴 것으로 보고 있어 앞으로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문수, 박근혜 견제구 날려


박 전 대표가 대북 이슈와 관련한 발전 방향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면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고민은 전면에 나선 박 전 대표일 것이다.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박근혜 조기대세론’은 또 다른 여권 주자인 김 지사의 하락세를 뜻하기 때문이다.

김 지사도 이를 인식한 듯 공개 석상에서 박 전 대표를 향한 견제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김 지사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세종시를 바라보는 측면에 대해선 박 전 대표가 문제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물론 문제가 있다”고 대답했다.

▶ 김문수 경기도 지사
김 지사는 “당 대표로서 선거 등 여러 측면에서 민심의 흐름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개인의 정치적 득실을 떠나 국가적인 측면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세종시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원안고수 방식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간 김 지사는 박 전 대표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공식 석상에서 비판적 언급을 하지 않아왔다. 그래선지 정치권 일각에서도 “이번에 김 지사가 작심하고 차별화에 나선 것 같다”는 평까지 나오고 있다.

김 지사가 박 전 대표에게 견제구를 날리면서 여권 내 차기 주자 싸움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전략이라는 관측이다. 김 지사의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언급되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조기 대세론’과 연관 돼 있다.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김 지사로서 박 전 대표의 대세론에 밀려버리면 존재감을 나타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친이계의 한 관계자는 “여권 내부에서도 박근혜 대항마 찾기에 고심인데 박 전 대표의 요즘 행보는 누가 봐도 차기 대권을 향한 움직임”이라면서 “대세론이 여권 내에서 조기 정착해 버리면 중앙 무대를 비롯한 수도권에서도 세력구도가 개편될 공산이 높아 다들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박 전 대표의 ‘조기 대세론’에도 김 지사는 꾸준히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북한의 ‘경기도 포격설’이 언론에 퍼지자 발 빠르게 3군 사령부를 방문하는 모습 등을 보여줘 국민들에게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다. 또한 연평도 포격 사흘 뒤인 지난달 26일 연평도 지역에 5억원의 긴급 구호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특히 김 경기지사는 최근 "연평도를 수도권에서 빼라"며 정치권이 연평도 주민 지원 방법과 주체를 두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 지사는 지난 1일 오전 도 2청사에서 열린 전 직원 월례조회에서 "연평도, 백령도, 연천 등 최전방 접경지역이 수도권 규제로 묶여 각종 법정 불이익을 다 받고 있다"며 "국회에서 연평도 지원 특별법을 만들기 전에 '수도권정비법 시행령'에서 연평도를 빼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연평도 주민 지원에 대해 생색내기만 하고 있는 상황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김 지사는 "연평도가 수도권이기 때문에 기업 못 들어오고, 대학 못 들어오고, 연수시설이나 관광단지도 못 들어온다"며 "대통령이 시행령만 고치면 당장 시행할 수 있는데 금방 할 수 있는 것을 안하고 생색내기만 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그동안 최전방 접경 지역인 경기도 연천군과 낙후지역인 가평과 양평, 여주군은 수도권에서 제외돼야 한다며 수정법 시행령의 개정을 주장해 왔다. 여기에 덧붙여 연평도는 물론 최전방 접경지역인 백령도, 강화, 옹진군도 모두 수도권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손학규 국면 전환 노린다


이번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준비한 모든 이슈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손 대표는 연말을 앞두고 준비한 대포폰 이슈와 4대강 예산 등을 통해 주도권을 쥐려했지만 이번 연평도 사태가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삼키고 있는 형국이다.

▶ 손학규 민주당 대표
이번에 주도권을 쥐고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서려고 했던 손 대표로서는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연이은 북한의 도발로 당 내 분위기마저 어수선한 상태이다. 당 대표로서 안팎을 돌봐야 하는 어려운 형국에 처한 것이다.

손 대표는 이러한 위기 속에서 당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햇볕정책을 고수하며 현 정부의 대북 강경책을 전면 비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국면전환용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손 대표는 지난 2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이명박 정권 3년 동안 국민은 불법사찰 위협, 북한의 무력도발과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 부재 등으로 인한 전쟁의 불안에 떨고 있다”며 “3가지 요구에 납득할 만한 조처를 하지 않을 경우 시민사회 등과 힘을 합쳐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안보 문제와 관련해 “안보와 평화는 하나”라며 “민주당은 튼튼한 안보로 뒷받침된 햇볕정책을 통해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전쟁 없는 나라,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북 강경정책을 전면 재검토해 한 손에는 강력한 군사적 억제 수단을 들되 다른 한 손에는 대화와 타협의 수단을 들어야 한다”며 중국이 제안한 6자회담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이명박 정부가 6자회담을 거절한 것을 언급하며 압박에 나선 것이다. 또 연평도 사태로 중단했던 4대 강 예산에 대한 공격과 ‘대포폰’ 파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손 대표는 “이 정부가 더 이상 실패하는 것을 온몸으로 막아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며 “총체적 위기와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인을 사찰하고 양심적인 민주인사를 탄압하는 것은 그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대포폰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주도권을 빼앗긴 상태에서 공세를 통해 다시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속내이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북한에 대한 규탄정서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손 대표의 이러한 국면 전환 시도는 여론의 호응을 얻기 힘들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야권 내부에서도 햇볕정책을 두고 “완벽한 정책은 없으니 햇볕정책도 상황에 따라 보완, 발전시켜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손 대표의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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