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국생명과 흥국화재가 사방에서 두드려 맞고 있다.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로 오너의 개인 사금융 역할을 해 눈총을 받던 흥국생명이 고객들에게 보험료를 과다하게 물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흥국화재 역시 고객들에게 보험금을 감액지급하거나 아예 지급하지 않는 수법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했다.
특히 이들 보험사들은 현재 비자금을 불법으로 조성한 협의로 검찰에 수사를 받고 있는 태광그룹의 계열사들로 경영진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앞서 흥국생명은 고객이 낸 보험료로 조성된 자산을 적자를 내거나 재무구조가 부실한 계열사에 투자한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된 바 있다. 흥국생명은 영업적자에 시달리던 2008년 계열사인 흥국화재에 유상증자 참여 형태로 57억원을 지원했다. 결국 흥국화재는 수년째 적자가 쌓여 이익잉여금을 다 까먹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에대해 흥국생명측은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와 향후 성장성 등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보험사의 자산은 단순한 회사 자산이 아니라 고객 보험료로 조성돼 미래 보험금 지급에 대비해야 할 자산이라며 이를 가장 안전하고 수익성 높은 대상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내외각에서 여론의 비판을 받은 흥국생명과 흥국화재가 금융당국에 제재를 받게 된 이유에 대해서 취재해 봤다.
흥국생명이 자사 고객들에게 보험료를 과다하게 물려 부당이익을 취해온 사실이 금융감독당국에 적발돼 제재를 받았다. 이에 앞서 흥국화재는 고객들에게 일방적으로 보험금을 감액 지급 또는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가 금융당국에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금융당국, 흥국생명 보험료 과다 부과 제재 검토
지난 11월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당국은 지난 8월 26일부터 9월 10일까지 실시한 부문검사에서 흥국생명이 고객들에게 보험료를 과다하게 부과해 부당한 이익을 취해 온 사실을 적발했다. 이에 따라 당국은 흥국생명이 부당하게 거둬들인 520여건의 보험계약에 대해 보험료를 전액 환급하도록 조치했다. 또 해당 기관에 대해서는 현재 제재심의실에 안건을 상정, 징계 수위를 검토해 경고조치를 받았다.
금감원은 지난 8월 말부터 생명보험사들이 판매 중인 갱신형 상품의 보험료 산출 기준인 보험요율의 적합성 여부를 조사했으며, 흥국생명 등 6개 생명보험사에 대해서는 현장 조사를 실시했었다.
금융감독원 측은 “흥국생명은 갱신형 상품에서 보험료 인하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이를 보험료 할인에 반영하지 않는 등 고객들에게 부당하게 보험료를 더 받아온 것으로 확인했다”며 “이에 고객들로부터 부당하게 거둬들인 보험료 일체를 환급조치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갱신형 상품의 경우 상품마다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3~5년의 경과기간을 두고 이 기간 동안 위험요율의 변동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질 수 있다. 일례로 평균 수명 증가는 위험요율 인하 요인으로 작용해 보험료 인하를 유도한다.
하지만 이 같은 할인 혜택을 보험사가 제대로 적용하지 않을 경우 일반 보험 가입자들은 모르고 지나갈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소보험사가 보험료를 현행으로 유지하거나 높게 책정해도 어쩔 수 없이 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위험요율 변동 폭이 미세해 인하 요인이 거의 없었다면 보험료를 유지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금융당국이 제재를 가할 정도면 인하 폭이 컸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흥국생명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엄밀히 따져서 제재가 아닌 경고조치다. 그리고 우리 회사만 받은 것이 아니다”며 “우리 회사만 마치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언론보도가 나 난감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보험금 지급은 축소, 골프회원권 매입엔 ‘펑펑’
한편 흥국화재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축소 지급해오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특히 흥국화재의 경우 또 고객들과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소송을 남발하고 보험금도 늦게 지급해 경영진의 도덕적 해위가 크다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흥국화재는 오너의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태광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경영 적자에도 불구하고 초호화 골프회원권을 300여억원이나 사전 매입해 눈총을 받기도 했다.
11월 24일 금융당국 및 손보업계에 따르면 흥국화재는 최근 보험금 축소 지급 등의 이유로 올해 실시된 부분검사에서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금감원 측은 “흥국화재는 사망보험금을 부당하게 감액 지급하고 형사합의 지원금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돼 시정조치 됐다”며 “이와 함께 자동차보험에서 인사사고에 대한 손해보험금을 미지급하거나 과소지급하고, 물적 손해 보험금 역시 지급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아 주의 조치된 바 있다”고 말했다.
흥국화재는 최근에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보험금을 늦게 지급한 사실로 시정 조치됐다. 또 고객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했다는 이유로 대표이사가 국감장에 소환돼 질타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손해보험사들은 전년보다 17.6%나 급증한 1조541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최근 5년간 1조원 이상의 당기순익을 기록하면서 연평균 13.4%나 성장했다. 하지만 대형 보험사들의 보험소송은 오히려 늘어났다. 흥국화재 역시 소송을 남발하는 보험사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실정이다.
금감원 측은 “고의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소송을 남발하는 보험사에 대해서는 종합검사시 강력한 제재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골프장 회원권 구입문제도 손보사의 입장에서는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흥국화재는 지난 10월 A사가 짓고 있는 골프장의 회원권을 무려 312억원이나 사들여 계열사 부당지원 논란을 일으켰다. A사는 태광그룹 오너인 이호진 회장이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특히 법인회원권 1구좌당 가격이 무려 26억원의 국내 최고가로 매입하기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흥국화재의 이같은 경영행태가 보험가입자들의 불신을 야기해 손보업계 이미지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흥국화재의 사례에 “그동안 고객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던지려고 노력하는 업계에 찬물을 끼얹는 격”며 “이미 흥국화재의 경우 태광산업의 비자금 수사에 이어 보험금 축소 내지 미지급으로 인해 기업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 또한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